내가 서있는 곳은 겨울이고
당신이 서있는 곳은 봄이란 걸 알아요.
당신은 주머니 속에
봄을 한 줌 넣고서
내게로 다가오려 하는 거지요.
다가와서
내 손바닥 안에
민들레며 제비꽃,
향긋한 냉이며 쑥을 피우려는 거지요.
당신이 들고 있는
선물 상자 속에는
내 몸을 감싸고도 남을
황금빛 따스한 햇살과
남쪽 바다에서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이 담겨 있겠지요.
나의 손을 잡고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풀밭을 걸으며
꽁꽁 얼었던 냇물이 돌돌돌 녹아 흐르는 소리를
들려주고 싶겠지요.
싱그런 연두빛 잎새들이 춤추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겠지요.
내 얼굴 위로 부서져 내리는
나비의 날개 비늘 같이 화려한 웃음과
내 눈 속에서 출렁이는
기쁨의 바다를 보고 싶겠지요.
하지만
오지 마세요.
그냥 가만히
거기 서 있기만 하세요.
나의 겨울이 더 깊어지고
내 자신이 겨울의 한 조각이 되어
차가운 호수 속에 깊이 가라앉아
당신을 그리워하고
목놓아 애타게 부르게 될 때
당신은 볼 거예요.
내 가슴에서
겨울을 이기고 피어나는
봄의 여린 잎 하나.
그 때 오세요.
성큼성큼 걸어서
숨이 차게 달려서
저의 봄으로
그 때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