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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城)


BY 이윤이 200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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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란 아집속에
꿋꿋이 살아 있는 城
돌보지 않고
보살피지 않아도
자연을 피우는 山처럼
보랏빛 환상속에 머무는
스러짐 없는
안개처럼, 사랑처럼

하루에 하루를 그리며
타오르는 아침
불덩이로부터 사그라짐을 비추이는
벽돌담 수문장처럼

무엇인가를 지킨다는 것은
사라지지 않을
당당함을 몸속에 품는 일
탄탄한 알을 잉태할 때까지

한장, 또 한장
힘으로, 아픔으로, 사랑으로
쌓아 올려
조그만 길 곳곳마다
작은 사람
더 작은 사람
그 사람들 속에 키워 놓은
등잔처럼 환하게 타오르는 일

작음으로 시작해
피어나는 그 무수한 별빛처럼
작게는
순간으로 다가와서
따스한 손길이 되고
더욱 작게는
타인을 비출 수 있는
거울이 되어
내려 앉은 곳
그곳에
자리 잡아
온통 상채기인 언땅을 녹이며
쌓아야 쌓아야 할
세상속의 城

피어 살아나는 한 송이 꽃의
생애보다 고귀한
한 사람의 生
그리고
또 한 사람의 사랑
사랑하는 몸짓으로 짓고 지켜야할
사람의 城
사랑의 城

마음속에서 살아
언땅으로 뿌리내리는
그 튼튼함으로
지켜질
지켜야할 城

때가 되면 새로운 생명의
서식지를 만들며
스스로 터전이 되어
사랑을 가꾸는
귀한 어루만짐으로
가장 높이
가장 따스히 엄한
山의 모습으로
그렇게
그렇게
사람의 마음 속에 서야할 城

오늘도
땀과 아픔이 이 땅을 적시우고 있고
슬픔과 고통으로 응어리진
한 장, 한 장의 돌들이 쌍여져
城은 조금씩 높아가고 있다

조용히 귀 기울이면
세상속에
시간속에
조그만 조그만 城들이 보인다

거침없는 손으로
움켜잡은 바다의 물 줄기
헤치고 피어나는 아침의 탄-생보다
환한 비추임 되는,
사람과 사람 사이
보이지 않는
빛 속에 머문 확연한 시선
그 안에
잠재우지 못 하는 영혼들의
손 마주잡음의
이야기처럼
神話처럼
태어나
들려주는 선율들의
고운 음색이 자리잡은 城

너와 나
이제는
더 이상 오를 곳 없다
어둠속으로
던져지지 못한 몸으로
深淵의 이야기를
나누고 피울
자리 잡을 땅이 없으므로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어둠의 장막 속에서도
매일 밤
무너지는 소리로 잠 못 이루고
무수히, 커다란 두 눈
잠재우지 못해 애쓰던
모든 사실속에서도
태어나야 한다
사랑해야 한다
줄 것도
받을 것도 남지 않은
단백질 부패 냄새 속에서도
지켜야 한다
보아야 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팍팍한
부재의 공간 속에서도
두 눈을 굳세게 지키고
자리해야 한다
찾아야 한다

가까이 오지 않고
멀리도 가려 하지 않는
상상의 힘 없고
현실도 현실이 아닌
부르트고 물집만 곳곳한
어둠으로 통한
좁다란 길, 수 없어도
쌓아야 한다


한 태양과
한 사랑과
한 풀잎과 달빛을 엮어
사랑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자리할 城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