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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사랑하기 위하여 - (10~14)


BY 이해경 2000-03-28

- 9 -

사랑한다는 말보다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가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
나는 그대를 사랑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보고
싶다는 말이 더 어려운 것은 가슴을 부둥켜 안고 千年을 울어도 다
지우지 못할 내 마음의 멍울로 그대를 내 가슴에 간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어느날, 울음을 그치고 바라보는 푸른 하늘이여,
'그대가 못 견디게 보고싶다'.

- 10 -

그대를 알고 사랑하게 되면서 나의 마음은 날마다 불안하였다.
그대의 침묵은 나의 영혼에 알 수 없는 긴장을 주고, 내가 가진 단 한가지
걱정은 그대의 마음을 나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나의 사랑만큼 그대의
사랑이 없음을 걱정하는 내 자세에도 그대는 항상 머물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나는 그대의 한 마디에 귀 멀고 그대의 웃음 한 가닥에 눈 멀고
마는 사람이어라. 그리하여 지나가고 다가올 어느 천년의 날에도 나는
그대의 사랑에 자신이 없다.

- 11 -

그 짧은 날에 내 영혼이 그대로 하여 살게 된 데에는 내 살아 온 날
어느날에도 나는 스스로 서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대를
사랑하게 됨으로 하여 나는 그대에게 기대어 쉬고 싶다. 내 삶의 한
매듭이 이제 그대로 하여 지어지고 다음 매듭을 엮어가며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기를. 어느 千年의 날에도 나는 그대의 그림자 안에서
쉬어 가는 기다림과 같다.

- 12 -

어둠이 나를 속여 눈 오는 줄 몰랐네. 내 想念의 창가 어느 곳에서도
그대의 흔적은 없고 내 홀로 지새는 밤, 생각나는 사람 하나 있어 밤은
깊은데 가로등 불빛 아래 눈은쌓이고, 내 빈 가슴에 물방울 하나
떨어지듯, 그리운 소리는 여운만 길어라. 내 밤에 꿈 없어 잠 못 이뤄
하여도 사랑하는 이 하나 있어 그리운 밤에, 그대는 내 햐얗게 지새는
밤을 꿈으로 내리는 눈이 되어 내 창가에 쌓여갈 것으로 믿는다.

- 13 -

그대를 만나고부터 내가 그대를 생각함은, 밤을 잊고 서룬날 눈물 하나
맺지 못하던 날부터 지금까지, 그대가 오래된 사진 속의 낯 익은 풍경처럼
나의 곁에 앉아 있는 것이다. 그대가 곁에 있어 나의 밤은 그대의 나라로
향하고 별은, 서룬 내 가슴에 쏟아져 지워지지 않을 상처로 남을 지라도,
내 안에서 다시 나를 어루만지는 즐거운 약속으로 남는 그대를 나는
사랑하게 된다.

- 14 -

내가 그리움으로 한 해를 보내고 기다림으로 백년을 보낸 뒤, 알 수 없이
퇴락한 내 그리움의 뜨락에 고여 잠든 삶의 기억을 더듬거리며 다시
천년을 보내도, 그대의 여린 눈망울을 보며 하루를 보냄보다 오히려 짧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