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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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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 하 기


BY 김미경 2000-03-28

너를 만지면 손 끝부터 얼어 붙어 내 심장을 비껴 흐르는 애잔함에
계절도 아닌 날에 떨어진 잎들이 빗물에 젖어 푸른 입술로 떨고 있어

너를 두고 쉽게 떠나지 못하는 마음에도 빙점에 가까운 호흡과
아쉬운 몸짓을 어색하게 바꾸던 내 젊은 날이 침전하며 울고있어.

삶이 이대로 멈춰 썩지도 못해, 살얼음 보다는 영겁을 쌓아 올릴
은빛 금속성 빛나는 얼음의 체온을 내 심장마다 차곡차곡 매달아
해가 지고 나면 그뿐, 나보다 네가 더 슬플 이유야 있었을까.

아무도 네게 구름 낀 하늘 한편에서 다가오는 그 해 겨울에 대해
설명 못하지, 누군들 너의 영혼에 새겨진 주홍글씨를 지우기 위해
밤으로 낮으로 네 영혼의 살결을 생채기 나도록 문질러 주었을까.

하늘이 낮아지면서 별 하나 뜨지 않고 사나운 바람이 짐승처럼
사람사이를 지날 때 얼어 붙은 이 땅 위에서 누가 너의 아픔을 위해
마지막 남은 체온을 눈물로 네 발등에 뿌려줄 것인가.

우리가 침묵하는 동안 사람사이에 존재하였던 연민마저
숨을 죽인 때, 아아,바람이 저토록 흉폭하게 너를 감싸 안아
나의 분노마저 뜨거울 줄 모르도록 돌아선 타인의 세상,

그 끝 자락에 두 발을 모아 천년 전 우리가 꾸었던 꿈보다
더 추운 세상으로 너는 가고 있어 눈길마다 하얗게 쌓이는
발길 따라…빙하의 나라로…나는 손을 들어 표하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