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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여성이 예수 역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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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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밉다가 곱다가 비로소 가족이 되었습니다.^^


BY 수시 2013-06-22

불혹이라 하였건만 마흔을 넘기고도 몇 해를 벼텨냈는데

드디어 흔들리고 말았습니다.

광복절이 생일인 우리 집 셋째를 맞이 한 날,

그 지조가 무너지고 말았지요.

거북이, 병아리, 소라게, 장수 풍뎅이, 햄스터, 잉꼬, 수족관,......

그 뒷정리만도 꽤나 힘들었지만 그나마 한 때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두 아들의 성화를 다 받아주었더랬습니다.

하지만 강아지 만큼은 절대노를 외쳤는데 급기야 항복을 하고,

다리가 유난히 짧고 다른 애들에 비해 털빛이 노르스름해서

인기가 없다는 말에 자꾸 시선이 끌렸던 이 아이를 데려온게 재작년의 일이네요.

 

이름은 재둥이 지금도 제 옆에서 쿨쿨 단잠을 즐기고 계신 이 분,

정말이지 마흔 이 후로 제가 가장 잘못한 일이라 통탄했습니다.

끝까지 버텼어야 했는데 후회가 마구 밀려와 언성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맺지 말았어야 할 인연이라며 배변 훈련을 시키며 제 머리를 뜯곤 했지요.ㅋㅋ

정말이지 제가 받는 스트레스가 참으로 컸답니다.

 

1년 남짓 첫 생일 잔치를 해주었습니다.

그 때 제일 크게 제일 힘차게 박수로 축하해준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바로 저랍니다. ㅎㅎ

아무리 뿌리쳐도 이름만 부르면 쪼르르~~

심난한 혼잣말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눈을 맞춰 들어주고~~

가족이라 누구든 나갔다 들어오면 있는 힘을 다해 반겨주고~~

얼마 안되는 몇 가지 의사소통에 충실히 응하며 재롱도 피우고~~

밉다가 곱다가 비로소 가족이 되었답니다.^^

 

퇴근한 남편과 거실에서 권투시합을 합니다.

뒷걸음질 쳤다가 대치 상태로 공격할 태세도 취합니다.

이리저리 상대역에 충실히 응해주는 재둥이를 남편도 '니 밖에 없다' 라며 좋아라 합니다.

학원 숙제에 지쳤는지 방바닥에 벌러덩 눕더니 재둥이를 목청껏 부르는 아들,

대답없는 질문이 이어지고 독백이 제법 길어지기도 합니다.

누구 뒷담화를 하는 것도 같고, 무엇을 고해 받치는 것도 같습니다.ㅋㅋ

아무튼 가족 모두의 비밀을 알고 있지만 절대절대 발설하지 않는 우리집 셋 째!

 

둥아, 했더니 또 조르르 달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