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 지고
새 떠나간 겨울숲에는
외로움만 사는 것이 아닙니다.
혼자 남아 윙윙 부는
바람만 사는 것이 아니에요
인기척에 놀라 툭,
소리도 없이 떨어지는
삭정이만 사는 것도 아니지요
아무도 모르게
꼭꼭 숨어 꽃씨가 산답니다.
파릇파릇 새순이 산답니다.
부끄럽게 웃고 있는
꽃무리도 숨어 살아요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도 숨어 살지요
당장 보이지 않는다고
초조해하지는 말아요
희망한다는 것은
어둠속에 감추어진
그 너머를 바라보는 일이니까요
겨울 숲에는 두근두근
설레는 봄날이 숨어 살아요
글 / 홍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