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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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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 개구리


BY Vivian_제주도푸른밤 2021-08-21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어학연수를 가는 경우가 빠른면 성인의 경우 대학에 갓 입학한  나이 때이지만
푸름은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고 있던 27살의 나이였다. 
푸름이 뉴질랜드로 향하면서 나이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막상 도착하고 
어학원에 먼저 등록하면서 공부를 하다보니 자신이 다소 늦은 나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한 후 무료 셔틀을 이용하여 오클랜드 시티로 들어서게 된다.
멀리에서 바라도 시티타워와 바다, 하버 브릿지가 그녀의 시선을 빼앗는다.
어디에 머물지도 정하지 않은 터 였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낯설었다.
그녀는 오클랜드 시티의 가장 큰 대로인 퀸 스트리트를 따라 걸으면서
빽배커를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첫날부터 피곤이 밀려오는데 캐리어를 들고 다니는 그녀의 몸이 축축 쳐진다.
우리나라는 북반구, 뉴질랜드는 남반구에 있기에 계절이 반대이며
시차는 summer time이 시작되면 4시간, 그렇지 않으면 3시간 더 빠른 시차이다.
그녀가 간 이때는 한국의 여름, 뉴질랜드의 겨울.
그렇다고 겨울에 눈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비가 많이 오는 계절이라 할 수 있고
기온이 다소 낮지만 그래도 한국의 겨울보다는 훨씬 따뜻한 겨울이라 할 수 있다.
그 겨울의 비가 오든 어떤 날엔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조깅을 하는 키위들도 볼수 있을
정도의 날씨이다.

골목 골목까지 찾을 수 없었던 그녀는 결국 어퍼 퀸스트리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어퍼 퀸스트리는 말 그래도 퀸스트리트의 위쪽에 위치해 있어서 낮은 언덕이라 할수 있다.
다소 어두워 보이는 어퍼 퀸스트리트를 걸어가면서 다소 두려움이 느껴지던 찰나
다행히 그녀의 왼편에 빽배킹 하우스가 보인다.

문 앞에 써있는 안내문을 보고 벨을 누르고 입장 후 리셉션에 드디어
그녀가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는 공간을 구할 수 있게 된다.
낯가림도 또 사람들과의 친화력이 부족한 그녀라 비싸더라도 1인실을 2주간
머무르기로 서류를 작성하면서 선입금을 하고 안내받은 방으로 향한다.
거실에 해당하는 홀 룸에는 여기 저기서 온 외국인들이 맥주를 들이키며
다 같이 TV를 시청하고 있다.
동양인을 처음보는 듯 푸름은 그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방으로 들어선 푸름은 잠시 방을 둘러보곤 잠시 침대에 누워서 생각을 한다.

-아. 내가 진짜 왔구나. 나 이제 뭘 해야하지?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일어나 짐을 풀고 정리하기 시작한다.

-휴. 우선 짐정리 좀 하고. 내일 아침일어나서 근처를 돌아다녀 봐야겠다.

대충 짐을 정리 후 바로 잠자리에 든다. 몹시 피곤하고 긴장됬을 하루였을 것이다.
다음 날 결국 느즈막히 일어나서 여성용 샤워실로 씻고 나와 외출 준비를 한다.
배가 고파진 그녀는 식당을 찾아 퀸스트리트로 내려간다.

-아! 한국식당이다.

오자마자 한국음식이라니.
된장찌개를 주문하고 음식을 기다리면서 그녀는 고민을 한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 지.
워킹할리데이 비자로 왔으니 1년은 체류할 수 있으나 그 기간동안
학생비자로 변경을 하려면 그만큼의 공부도 필요하고 어떤 학교로 입학을
할지도 정해야 할 터.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턱대로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하는 사이. 그녀 앞에 음식이 놓여진다.

식사를 마치고 저녁에 먹을 음식을 사기 위해 편의점에 들른다.
눈에 익숙한 음료수, 맥주, 과자, 빵을 고른다.
봉투에 흔들고 어두운 거리를 지나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 왠지 어깨가 쳐 저보인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외국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TV를 보여 왁자지껄 떠들고 있다.
그 사이를 지나간다.

-나도 저들 사이에 끼고 싶다.
 
조금 늦은 시간 아직 TV소리가 들린다.  조용히 그녀가 홀 룸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비어있는 소파에 앉는다. 무슨 말인지도 알아듣지도 못할 TV를 바라본다.
남은 사람들끼지 대화를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결국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정리하면서 처량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외국까지 나와서 외국인들에게 말 한마디 못 붙일꺼면 왜 나왔냐...

그 동안 피로감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 같다. 하루 반 나절을 잠을 잔 후 일어난 그녀.
그제서야  또 다시 공용 샤워실로 간다. 그런데  그녀의 방 앞에서 기웃 거리는
동양인이 보인다. 그가 먼저 말을 걸어온다.

-Are  you staying in this room?
-Yes.
-Are you Korean?
-Yes.
-아...나도 한국사람이에요.
-아. 네..그러세요. 그런데 왜...
-내가 여기서 베드메이킹을 하고 있는데 리셥션에 있는 애한테 동양인 한명 왔다고 애길
들었는데. 베드메이킹을 해야하는데 3일째 내가 이 방을 베드메이킹을 못하고 있어서요.
-베드메이킹이요? 그게 뭔데요?
-그냥 간단히 침구류 정리해주고 쓰레기통 비워주고 하는 그런거에요.
 지금 정리해도 괜찮겠어요?
-아..네..괜찮습니다.
-난...또 며칠째 방 밖으로 나오지도 않아서 이 사람 혹시 여기서 자살한거 아닌가
 이런 생각까지 했어요.
-난 마이클, 김진철이에요.
-전 한국이름은 김푸름이구요, 영어이름은 Vivian 입니다.

푸름은 그래도 한국사람 한명 있는 것이 왜 이리 안심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