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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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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행복을 꿈꾸다 (번외 글귀 모음)


BY 노아 2020-12-20

노아 행복을 꿈꾸다 번외 글귀 모음 (24. 11. 첨부 글) X복문


일기 그냥 혼잣말

* 토끼 사냥

아이 귀찮아
이른 아침 친구 녀석이 날 깨운다.
조금만 더 자고 가자. 말해도 날 흔들며 사냥하러 가자고
하긴 토끼라도 못 잡으면 또 생선으로 배를 채워야 하니
사냥은 나가야 할 것 같긴 한데
조금만 더 자면 좋을 것 같은데 더 잠자긴 글렀다.

졸린 눈을 비비며 옷을 조금 더 챙겨 입고는 움막을 나선다
'어휴 추워라'
밖은 온통 하얀 눈으로 가득한 모습과
그 눈 위에 발자국을 만들며 노는 친구 녀석이
속 편한 놈 남 잠도 못 자게 깨우더니 눈 위에 장난질이냐

나무로 만들어 놓은 석궁을 들고 길을 나선다
주위를 둘러보며 헤맨 지 얼마나 지났을까 지쳐갈 때쯤
눈 위 흔적이.... 밤새 내린 눈 덕을 볼 줄이야
'사냥할 때마다 너 때문에 실패했으니 오늘은 좀 가만히 있어.'
성질만 급한 녀석은 빨리 가려고만 하니
친구를 다독거려 가며 그 흔적을 되짚는다

친구 머리를 누르며 몸을 숙였다
토끼다.
멀리서 두 마리 노는 모습이
거리가 좀 멀지만 다행히 몸 숨길 곳이 많아 잘하면 잡을 수도
오늘은 매일 같이 질리도록 먹는 생선 아닌 토끼고기 좀 먹어보자
몸을 숨기며 조심스럽게 다가가지만
뽀드득거리는 눈 밟는 소리는 왜 그리도 크게 들리는 듯한지

다행히 토끼가 있는 바위 뒤까지 근접한
한 번에 맞춰야 하니 아주 조금만 더 다가가면 좋은데
그냥 쏴볼까
아니야 조금만 더 가자
바로 앞 나무 뒤에서 쏘면 확실하게 성공할 수 있어
아주 조심스럽게 한 발을 내딛는 순간
검은 그림자가 내 옆을 스치며 튀어 나간다
뭐라 말할 틈도 없는 녀석의 움직임에
놀란 토끼들은 사방팔방으로 달아나고
그걸 잡아 보겠다고 달아나는 토끼를 따라간다.

그 모습에 허무한 마음을 안고 내려와
대나무 낚싯대를 챙기고는 바닷가로 걸었다
갯바위에 앉자 낚싯줄을 내리며
다음엔 혼자 사냥하러 가야 할 듯한 생각이 들던 그때
친구 녀석이 내 옆에 와 앉는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즐거워하는 녀석을 바라보며
'너 때문에 또 생선 먹게 생겼어'
푸념의 말들....

눈을 뜬다
오늘도 잠이 오지 않는다.
미칠 듯 떠오르는 한탄스러운 기억이 싫어
억지로 그려본 어릴 적 막연히 꿈꾸던 삶을 그려봐도
오늘 밤도
썩어가는 고깃덩어리를 잠재울 수 없는지


* 눈물

도로 언덕길 위
휠체어에 앉아 있던 내게 환하게 웃으며 날 바라보는 어린 내 조카
이런 기분 얼마 만이던가 너무 밝고 따스한 기분 좋은 날이다
어 왜 이러지 바퀴가 움직인다
언덕 아래로 점점 움직이는 바퀴를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아니 잡을 수 없는 휠체어 바퀴는
점점 빠르게 차들이 지나가는 언덕 밑으로
아무리 휠체어 바퀴를 잡으려 애를 써봐도 움직여 주지 않는 손가락
누군가 부르는 듯한 소리에 돌아본 내 눈에
내 휠체어를 잡으려다 넘어지는 유미 모습이
일어서는 무릎엔 피가 흐르고
또다시 내 휠체어를 잡으러 달려오는
피 흘리며 삼촌을 부르는 모습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소리쳐 본다
삼촌은 괜찮아 오지 마.
아무리 소리쳐 봐도
....
눈을 뜨니
어두운 천장이 눈에 들어오는
꿈이었다
그 일이 꿈이라니 다행이라 생각이 들던 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 내 얼굴에 손을 대본다.
눈물...
그 많은 악몽의 밤 속 그날 처음 알았다.
꿈꾸며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걸
그날 밤 처음


* 시곗바늘

아침 그리도 깨기 싫은 잠에서 눈을 뜬다
시곗바늘 같은 하루의 시작
꾸역꾸역 배를 채우고
핏빛 진물이 흐르는 엉덩이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끌며 컴퓨터 책상 앞에 앉는다
아무 의미 없는 움직임
아무 의미 없이 움직이는 눈동자
침묵의 공간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일탈
그녀의 몸짓을 보며 담배 한 대를 피운다
그 담배 연기만큼의 쾌락도 느낄 수 없는 몸으로
침묵의 내 공간엔 새로운 그 어떤 일도 없기에
내가 만든 최대의 일탈을

하루에 피울 수 있는 한정된 그 녀석은
왜 그리도 빨리 사라지는지
공허함
외로움
슬픔
참 친해지기 힘든 녀석들
저녁 자리에 누우면 더욱더 괴롭게 떠오르는 옛 기억들
오늘 밤 잠이 들면 제발 깨어나지 않기를 빌며 잠을 청하겠지

하지만 또다시 눈 뜨겠지
시곗바늘 같은 어느 아침을


* 여행

어두운 침묵의 공간
멍하니 청장을 바라보던 그 많은 시간
감당할 수 없이 차올라 흐르던 눈물
그 어느 날 결국...

뿌연 시야에 들어온 낯익은 그곳
다시 돌아온 내방


* 또다시

흐려져 가는 시야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긴 시간의 아른거림
이것 만으로는 안 될 것 같다 생각해서일까
다른 것에 손을 댄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 뒤죽박죽 불안정한 정신
생각과는 다른 곳에 깊은 상처를 내며 날아가 버린 기억

다시 깨어난 낯익은 그곳에서
또다시 돌아온 내 방
내 무기력 함에 웃음이 나던 그 어느 날


* 점

그 어느 날이 지난 후에도
해는 뜨고 지고 달은 뜨고 지겠지
내가 없는 그날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사람들은 자기 삶을 살아가겠지
아무것도 변하는 것 없이

하지만 소망한다.
내 사랑하는 이들이
날 그리워하는 마음은 작아지기를
작아지고 작아져 점이 되기를
소망한다.


* 어느 날 문득

그리도 사납고 무섭던 어머니의 얼굴엔
어느새 수많은 주름이 가득하고

그리도 살이 터지고 뼈가 부러질 듯
상처 주던 어머니의 팔과 다리는
어느새 걷는 것조차 힘겨운 듯
신음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난 뭘 하는지
뭔 미련이 남아서....


* 벗

삼돌이, 연두, 하자고요, 아줌마 닷컴, 그리고 짱공유에서
잠시라도 벗이 되어준 분들
님들이 있어 큰 위로가 됐다고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군요
 

* 운영자님 이 형편없는 글 묻혀 사라지지 않게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