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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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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후 12-한 슬리핑백 안에서 둘이 잠들다


BY CALM 2016-02-15

"우리 누워서 이야기해요"  내가 말을 걸었다. 솔직히 시베리아 벌판에 서 있는 것 같은 외풍 앞에서는 요조 숙녀도 얼어 죽을 것 같아, 내 빨간 슬리핑백 안으로 몸을 넣으며  의준씨에게도 누군가 두고  간  검정 Big-Size  슬리핑백을  건네 주었다. "팔도 안으로 집어 넣어야 할까?" 묻는  그에게 " 의준씨는 믿지만 제대 말년 병장님은 믿을 수가 없으니, 팔도 다 집어 넣으세요" 하고 노란 비닐 장판이 누렇게 타 들어간 아랫목  중심으로 마주 누웠는데,서로의 얼굴을 볼 수가 없는 두 마리 펭귄 같았다.. 내가 외풍이 센 위로 올라갈 수도 없고 온갖 두시럭 끝에 그의 무릎 밑에 담요를 괴어 다리를 구부리는 방법으로 키를 맞추어 간신히 얼굴을 마주하고 누울 수 있었다.  " 현이씨도  이런 분위기  처음이겠지요?"

" 다른 방들이 있지만, 내일 아침 동사자 하나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미안해요 번거롭게 해서, 제대 전에 다시 한 번 만나야 할 것 같았어요"   "왜요?"    "......"    "왜요 /  제대가 얼마 안 남았는데?"         "칠한 고슴도치라는 별명이 마음에 들었어요. 제대를 하고 나면 복학 전에 반 년 정도 공사라도 일 할 계획인데, 이런 곳에 드나드는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라..." " 저도 어쩌다 여기 왔어요, 무조건 빨리 목표 지점에 갔다 온다고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아닌 것에 매력을 느꼈지요. 물 위에도 보이지 않는 교통 법규가 있어, 지켜야 할 선과 침범이 허락된  위치와 무엇보다 풍향을 가늠하며 몸무게를 이용하여 배의 기울기를 조절 하는 것이, 힘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팀과 전략을 짜야 하는 일이라 마음에 닿았어요. 바람을 거슬러 배 밖으로 몸을 걸치고 소리칠 때는 물 위의 타잔이 되는셈이예요.  '수녀원 입소 전까지만 해보자' 였는데 생각보다 길어졌지요. 내 배가 없으니 그냥 이렇게 비 성수기에 와, 운이 좋으면 연습이 되고 아니면 말고 수준이 됐어요. 이제 그만 둘 거예요."

"의대 졸업을 하면 당연히 의사가 되겠지만 어떤 의사가 될 것 같아요?" "면접 때 받은 질문 같네요. 우선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느냐가 문제이긴 한데  이번 방학 때 칠레의 원주민 마을을 돌아보고 올 생각이 있어요. 찾아 볼 사람도 있고..." "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볼 생각이군요. 한 번쯤 부딪쳐야 할 일이겠지요.내가 같이 갈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기는 너무 멀겠지요?  그런 곳의 봉사는 의사도 필요하겠지만 의료용품의 부족이 더 다급할 지 몰라요." "걱정 안 해요. 그때쯤이면 ' 이 의준 주식회사'가 물심양면으로 도와 줄 걸요"  "그냥 나도 따라가서 우물 파고 농기구 만들고 하면 안될까?" "호위무사하겠다는 애들은 지금도 많아요. 여유 생기면 찾아와  주는 것은 환영" - 나는 참 어리석었다. 풍향은 볼 줄 알았어도 지금  안타깝게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 여유 생기면' 이라는 먼 미래의 말로 낭떠러지에 부는 바람은 감지하지 못했다. 의준씨가 갑자기 구부렸던 다리를 쭉 펴고 위로 쑥 올라가 그의 얼굴이 내 앞에서 사라졌다. 

"이곳에서 사람이 빠져 죽어, 찾지 못하자  그 사람의 작은 소지품을 실에 매달아 호수 지형도 위에서 빙빙 돌려  멈추는 곳에서 시체를 발견하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주로  배 밑바닥을 스럭스럭 긁는 소리가 나는 수초 밑이지요. 친구들은 배가 수초 밑을 지나칠 때면 소름이 돋는다고 피해 가지만, 나는 죽엄이 더 아래로 떠 내려가 팔당 수문에 부딪히거나 , 열려진 수문 아래로 정처 없이 흘러가는 것을 막아 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살아있는 가족들의, 비통함의 세월을 셀 수 있는 날을  만들어 줄 수는 있으니까요.  사실 ,  바람이 잔잔한 날에는 흐느적거리는 수초의 소리가  '세이렌'(노래 소리로 배를 불러 잡아먹는 그리스 신화)이 부르는 소리 같기도 해요. 구명 쟈켓을 벋고 조용히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때때로 들기도 하니까요." "두 달 전에는 '희망'이라는 후배 아이가 한강으로 뛰어 들었어요. 전공인 첼로를 껴안고요 .이런 세상에도 파티는 매일 열려, 돈벌이하며  등록금에 보탤 수 있어 다행이다 했어요.. 집안 형편 생각 안하고 첼로가 너무 좋아서 했지만 어렵게 버티고 있었는데... 샹들리에  불빛 아래서 <Apres un Reve>(*URL)를   연주하는  그 애를 따라 나도  서빙을 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자기 '주치의'가 되어달라는 둥 헤갈되는 남자들에게 안주를 집어던지고 싶어져서 그만 두었어요. 그 '희망'이가  연주를 해주고 돌아오다  불심검문에 걸렸는데 악보를 보고 '무슨 암호이냐' 고  물었대요.  그들 말에 의하면  젊은 전투 경찰들의 통상적 엄무 수행 이었는데  '누가  길가는 사람을 방해할  권리를 너희에게 주었냐'  '희망'이가 소리치며  반항했다가 끌려가서 ' 둘둘말린 악보로 머리를 몇 대 맞고 ' 부잣집 파티 불려 다닐 정도면 이 정도 치안 노력은 협조해 줄 수도 있지 않느냐'고 좋게 타일러 보냈는데  죽기까지 한 것은 평소의 '우울증'이 원인이라고  발표했어요....하늘에 올라간  '희망'이는 누구를  또 불러 올라 갈까요/ 더이상 나를 두고 하늘의 구름이 열리지 않기를 바래요"                                                                              "나는   당신이 얼마나 버티기 힘든지 물어 보지도 못해요. 이 의준씨 / 건기가 되면 물을 찾아 수백리를  뚜벅뚜벅 걸어 온 코끼리가 물을 코 앞에 두고 무릎을 꿇는 순간  물 속에 숨어 있던 악어떼들이  코를 물어 띁고, 주위를 맴돌던 표범이 등 위에 올라 타 장면을 본 적이 있어요.  동물들은 모두  생명의 유지가 목표지만 사람 중에는 건기를 스스로 만들며, 목표를 위하여, 아니 어쩌면 목표의 추앙을 위하여 진흙탕 속에 몸을 숨기고 코끼리가 무릎을 꿇기를 기다리고 있는 무리들이 있어요." " 나는 한번 더 군인인 의준씨를 볼 날이 있을 거예요. 고모가 군대 면회 한 번도 해 본 적 없으시다는 핑게로 의준씨 면회 가자는 말을 비추셨어요. 두 달 조금 더  남았나요? 그 때까지 조심하고 있다가  만나요. 내가 아주 한 상 크게 준비해서 방문 할게요." 말을 마쳤지만 그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아 내 머리 위에 있는 그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소리 없이  그의 빰을 흘러 내리고 있던  그의 굵은 눈물을  보았다.                            나는 순간, 이 좁은 방에서  나와 그의 사이가 너무 멀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몸을 또르르 굴려 큰 펭귄과 부딪쳤다. 그러자 큰 펭귄이,  작은 펭귄이 금지 시켰던 날개를 뻗어... 작은 펭귄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그의 눈물과 , 내 눈물이 입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  내가 태어나기 전, 장애 아기를 임신했던 엄마가 울어 보지도 못하고 부서진 아이를  대신해  흐느꼈다.  태어나기를 거부했던  또 다른 아기는  엄마의 필사적인 의지를 열고 혼자 살아 나와 울음을 터트렸다.  다 키워 놓은 아들을 잃은 엄마는 다른 자식들에게, 살아 남아야 하는 이유를 전해야 했기에, 거세당한 통곡을  십여 년을 품고 있어야  할 날이 다가 오고 있었지만...     나와 병장은 , 찝찔했던 눈물이 뭔지 모를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달콤해 지는 대로  가만히 오래 동안 눈물을 마시고 있었다.                             - 창 밖은 폭설로 천지를 가두고, 워크맨에서 흘러나오는 <Endless Love>(*URL- Youtube)는 밤새 돌고 돌아  각기 달랐던 색깔의 두 펭귄이, 같은 슬리핑백  안에서  꼭  껴안고 잠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 주었다. .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빨간 구두를 신고  계속  빙글빙글  도는 ' 마츠로시카' 인형이 아니라 엄마의 자궁에서 스스로 빠져  나오는 아기의 꿈을 꾸었다.


<*사순절 기간 동안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절제할 수 있는 금행?의 결단으로 글쓰기를 2 주에 한 번으로 줄였습니다.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께 이해 부탁 드리며 다시 2 주 후에는 '까치'가 감옥에 가게 된 사연을 쓸 때가 될 것 같네요. 의준씨의 죽음을 지나고 나니, 내 이야기가 못 견디게 힘들지만은 않아 한 고비를 넘은 것 같습니다.-프로 파일러가 읽으면,  금세 트라우마적?  회피 사연이 있음을 알아 차리겠지요 - 지금 이곳은 폭설 주의보가 내려져 있고 , 사무실 창문에 걸린 네온 사인은 횡한 길거리를 밝히고 있습니다.         평안한  밤들이 되시길 바라며...... Wisconsin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