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SUV 를 호수 바닥으로 끌어 내릴 것 같았던 Windy City의 기세도 MICHIGAN Ave.로 꺽어 들어오니 한결 잦아들었다. APPLE STORE의 ' BIG SALE' 로 길게 줄지어 선 행렬이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서 회오리 바람처럼 동글 동글 말려져 있다."Song. 이 트리가 독일에서 부터 시작되었다는 것 알아요? 루터가 전나무 위에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좀처럼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는 하지 않는 DR. FLUTTER가 내게 말했을 때는 9.11의 공포를 태동하고 시작될 21세기를 감지하지 못한채 한껏 들떠 있던 20세기의 끝자락인 12월 이었다. 그때는 'Merry Christmas'라는 아취형의 글귀가 나무 위에 정겹게 장식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이마저도 종교성을 공공 장소에서 내보이는 것이 불안해져 방울만 잔뜩 달려있는 명패 없는 나무로 서있다. Mr. Flutter 의 증조 할아버지 이름은 George von Friedrich이다. 사실 조금 더 복잡히 긴, 역사를 지닌 이름이지만 그의 아들이 von이라는 귀족 칭호에서 Flutter라는 우스꽝스럽고 슬픈 성을 갖게 된 것은 세계 대전이 만들어낸 초상화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이 사실을 그의 증조 할아버지가 좀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신대륙이라는 호기심에 이끌려 '모라비안' 교인들 틈에 끼어, 네브라스카에 '저먼 빌리지'를 세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17세기 초부터 미국에 들어온 독일인들은 인디언들의 숨통을 끊으며 서부 개척에 필수인 수레를 만들고, 자신들이 만든 대포로 북군에 승리를 안겨준 댓가로 풍부한 물가에서 자라는 농작물들을 과학적으로 운영하도록 자식들을 가르칠 수 있었고 그 푸르름 속에서 손자. 손녀가 크는 것을 지켜보며 자신들이 영국. 프랑스계 미국인들과 다르다고 생각치 않고 살아왔다. 그러나 독일계 미국인들은 이 나라 저 왕국들이 뒤엉켜 벌어진 1차 세계 대전이, 이들에게 '믿을 수 없는 외국계 미국인들' 이란 딱지를 붙여, 남북전쟁에서 흘린 목숨 값이 더 이상 쓸모없는 기념관의 녹슨 옷걸이가 되었을 때, 영국 여자가 쓴 <폭풍 위의 언덕>을 조롱하며 맥주를 마시던 시대가 지나갔음을 알아채야 했다. 독일과 미국을 오가며 헨델과 바하의 선율을 네브라스카의 밀밭 사이로 흐르게 하고 싶었던 George von Friedrich은, 대장장이 Schmidt와 함께 땀 흘려 가꾼 끝이 안보였던 밭을 팔아, 애국 전쟁 보증금을 내어, 그의 아들 Huber Winsler von Friedrich을 '의심스러운 독일계'로 묶어 가두어 둔 '은밀한 수용소'에서 빼내 온 후, '용맹이 떠도는' 코만치 족의 활이든, 오토족이 은색 버팔로 뿔에 꾀뚤려 가며 만든 뿔각 행운의 잔이든 닥치는 대로 팔아 <독일인들의 아테네>로 알려진 밀워키로 이주하였다.먼저 보리밭을 사들이고 수세기 동안 얼었다 녹았다 한 떡갈나무로 오크 통들을 만들어 그 속에 맥주를 채우고 아들 Huber는
그로부터 25년 후, Dr. Flutter는 8.15 특사로 청송 교도소 문을 나서는 내게 '케첩을 얹은 두부'를 건내 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