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빨리 오세요. 지금 대목에 벌어 두셔야되요. 칼바람 불면 손님도 없어요. 한국 술집 카운터에 붙은 달력에 조그맣게 '운전'이라고 써놓고 왔는데 일하는 학생이 그래도 신경을 써준다.지금은 눈발이 간간 날리고 있지만 폭설 주위보가 내린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은 다 어디를 가는걸까? 명절이 지난 저녁에는 가족간 분쟁 사고로 정신없이 바쁘다는 이야기를 시카고 경찰인 친구에게 들은 생각이 난다.'이들도 눈발을 날리고 집으로 들어가 서로 끌어안고, 선물 주고받고, 풋볼 이야기하고, SAUCE 칭찬하고,DOGS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다 양로원에 모신 부모님 이야기에 침울해 지더니, 샴페인 잔 속에 안주가 지저분하게 떳다고 시비가 붙고,'드림 푸'. '무루즈'.'필라리', '달'(*Trump, Cruz,Hillary,Sanders) 하다가 갑자기 "Son of a Bitch" 소리치며 빵빵 쌍권총을 쏘아대는게 아닐까 ' 생각하는 동안에 술집 앞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세계 기후 온난화 대책 회의'에 참석차 왔다가 내일 귀국하는 팀이라고 했던가. 어쨓든 나는 시간이 되어 나올 때까지 술집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젓가락을 휘두르며 "온 김에 골프채 좋은 것 샀어." " 유학 정보 내가 싹 쓸어가 나만 믿어" "직구가 유행이라도 갓 나온 신상을 선물해야 점수 따지" "아 이곳에 와서도 MADE IN CHINA만 보고 가다니" "회의장 밖을 나오니 허연 인간들은 별로 안 보이더만. 큰일이야. 한국도 이렇게 될까봐" 고주 망태가 되어 온갖 잡동사니 걱정을 껴안은 남자들, 이역만리 왔어도 소주로 뒷풀이를 하고 고급 양주는 Sidney towel에 싸 가지고 간다. "수고하십니다. 앗 운전사 양반이 아주머니시네." "교수님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옆에 않으시죠." 5명의 무리중 제일 짐을 많이 들고, 지고 한 어려보이는 남자의 검정 후드 점퍼에는 뭍으로 나온 백곰이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내 옆에 교수라고 불리운 남자 한 명. 인사불성의 2명. 창가 자리에 재빨리 앉아 창문에 무언가를 끄적거리고 있는 남자 한 명.그리고 트렁크에 짐을 싣고, 눈에 젖은 백곰으로 올라온 남자 한 명. 이 남자에게는 조금 미안하다. 원래 기사는 짐도 실어주는 서비스까지는 해야 하는데 나는 안 한다. 항의도 종종 받을텐데 그래도 나를 불러주는 아르바이트생은 '서류 미비자 학생 후원의 밤'에서 만났던 학생이다. 도착지는 시카고 다운타운의 Hyatt와 InterContinental Hotel. ' Busy Season이라 Separate 되어 Uncomfortable 하게 되었다' 고 말한다. 가끔 초조한 목소리로 "Understand? " 하고 묻는 손님을 만나면 '그냥 한국말로 하세요'하고 싶지만 . 참는다. 눈발은 더욱 거세지고 창가에 남자는 '와 와 하늘이 넓으니 눈도 굉장하네요. 좋겠다 호수가 남한의 반이라니 씨발/ 교수님" 한다.
난 이 남자를 안다. 처음 차에 올라 탔을 때 페도라 밑에서 어지럽게 흔들리는 눈빛을 보았다. 25년 저 편의 세월에서도 그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