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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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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 목숨을 건 맞섬51


BY 한이안 2016-03-28

뭔가 열리는 느낌에 몸이 꿈틀한다. 그 바람에 뫼가 깨어난다. 애니가 한 발 가까이 다가와 있다. 벌떡 일어나 숲으로 달려간다. 열매로 배를 채우고 와서 컴퓨터로 다가간다. 애니가 컴퓨터로 들어와 이것저것 열어보고 있다. 애니의 손이 네 번째 아이콘으로 다가간다. 정신이 번쩍 난다. 얼른 애니를 몰아낸다. 해킹차단 프로그램을 돌린다. 다시 뚫리겠지만 일시적인 효과는 있다. 생각대로 애니는 다시 들어온다. 뫼도 몰아낸다.

컴퓨터를 놓고 둘이 치열하게 맞선다. 애니가 먼저 지쳐 떨어져나간다. 뫼도 숨이 턱까지 차온다. 가쁘게 숨을 몰아쉰다.

?”

들이 다가오면서 묻는다.

놈이 내 컴퓨터 안까지 들어왔어. 몰아내느라 진땀을 뺐어. 또 들어올 거야.”

뫼가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말한다. 들도 덜컥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어렵다. 단단하게 묶여 있다고 믿었던 여섯이 갈라지기 일보 직전이다. 애니도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있다. 답답하다.

풀리겠지? 마구 얽혀 있기는 하지만 신이 우리 손을 들어주겠지?”

자신 없이 묻는다.

생각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어쩌지?”
? 너도 갈 거야?”

가야 빤하잖아. 너는?”

니 말대로 가야 빤하잖아. 난 여기 있을래.”

나도. 혼자 남을까봐 걱정하지는 않아도 되겠다.”

들이 삐죽 웃는다. 그 모습이 애처롭다.

우리 둘은 확실히 남을 거니까 기필코 놈을 몰아내야겠다. 파이팅이나 한 번 외쳐보자!”

둘이 손을 세게 부딪친다. 손바닥이 얼얼하다.

아무리 말려도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보내주자! 한이 될 거 아냐.”

나도 그럴 생각이야. 말린다고 될 일도 아니잖아. 이미 마음이 많이 움직였는데.”

오가는 말이 무겁다. 마음을 정해도 시원해지지 않는다. 외려 한쪽 옆구리가 텅 빈 것처럼 허전하다. 눈물이 나올 거 같다.

어디를 선택하든 다들 잘 됐으면 좋겠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생각은 반대쪽에 가 있다. 마음을 가눌 수가 없다. 들여다볼 수 없으니 어느 쪽이 나을지 알 수가 없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 기댈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저도 모르게 하늘을 바라본다. 굽어보는 하늘은 알 것도 같다.

우릴 지켜주세요. 2013년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애니민들도 여기 남고 싶어 하는 애니민들도 버리지 말아주세요.’

속으로 그렇게 빌어본다. 2013년으로 가고 싶어 하는 넷을 마음에서도 받아들이고 싶다. 말로만 그들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그러고 싶다.

누리가 아미와 이든, 버들을 데리고 들어선다. 그들도 무겁기는 마찬가지다. 들썩임을 달고 다니던 누리가 조용조용 다가온다. 나머지도 마찬가지다.

우릴 거기에 데려다줘! 우리끼리는 갈 수 없잖아.”

누리가 조용히 말한다. 뫼와 들이 누리를 쳐다본다. 올 것이 오는가 보다 생각한다. 가슴이 먹먹하다.

지금 아예 나가려고?”
그건 아니야. 니가 다시 데리러 와줬으면 해.”

그럼 뭐 하러?”
그건 묻지 말고.”

뫼는 더 묻지 않기로 한다. 마음을 정했다면 괜한 걸 말해서 흔들 필요는 없다 생각한다.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한다.

작업실엔 이균이 있다. 뜻밖의 출현에 놀라는 눈빛이 역력하다.

여기 좀 데려다 달라 해서요.”
뫼가 무겁게 입을 뗀다.

이제 괜찮은 거죠?”

으 으응.”

말이 버벅거린다. 낯설다. 그러고 보니 십여 년 넘게 안부를 물어준 사람이 없었던 거 같다. 왠지 속에서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거 같다.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느낌이다.

전 이만 갈게요. 돌아가야 하거든요.”

애니가 쑤셔대지?”
. 내 컴퓨터 안까지 들어와서 몰아냈어요.”

여긴 신경 쓰지 말고 어여 가봐!”

두 시간 후에 다시 올게.”

말을 남기고 몸을 돌린다. 이균이 대신 클릭을 해준다.

들은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다. 애니가 다시 들어오기라도 할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뫼가 돌아오고 나서야 겨우 마음을 놓는다.

별 일 없었지?”

. 조마조마해서 죽는 줄 알았어.”
아저씨가 있더라.”

말이 기름칠이 안 된 수레가 굴러가는 거처럼 삐걱거리며 오간다. 그것도 겨우 필요한 말만 주고받고 만다.

뫼는 다시 애니 생각에 빠져든다. 들은 애니민들을 떠올린다. 둘은 함께 있으면서도 다른 곳에 가 있다.

애니는 씩씩거리며 사무실을 왔다 갔다 한다. 뫼의 반격이 너무 거세서 더는 뚫고 들어갈 수가 없다. 한데 열어보지 못한 네 번째 아이콘이 자꾸 걸린다. 이균이 떠오른다. 죽었을 거라는 생각에 도리질을 하고 넘긴다. 하지만 네 번째 아이콘은 머릿속에서 빠져나가질 않는다.

애니민들이 사라졌다 나타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뭔가 알쏭달쏭하다. 이전에 이균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통로.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통로가 있다고 했다. 한듬을 가상세계로 보내기도 했던 곳이다. 머릿속이 환해진다. 얼굴에 미소도 번진다. 하지만 이내 인상이 찌푸려진다. 뫼가 기를 쓰고 막아내고 있다. 씩씩거려 봐도 풀리지 않는다. 머리를 굴려도 열리지 않는다. 기억해내기는 했지만 다가가는 건 영 쉽지가 않다.

풀리지 않으면 잊어. 아니면 잠시 밀쳐두든지. 계속 붙들고 있어봐야 머리만 지끈거리잖아. 차라리 뫼를 상대할 생각을 해. 뫼의 권한을 되돌리는 게 먼저야. 그것만 해결하면 나머진 저절로 풀릴 거잖아.”

보다 못한 소훈이 한 소리 한다.

맞아. 권한만 되돌리면 모든 건 끝나게 돼 있어. 그땐 뫼가 용을 써도 소용없어. 권한을 되돌리자. 되돌리기가 어렵다면 일시적으로 권한을 막아버리자. 계속 연장하면 되는 일이니까. 나중을 위해서는 되돌리는 게 최선이지만 그건 잠시 미뤄두자! 그러려면 시간을 벌어둬야 해. 하지만 네 번째 아이콘을 열면 일이 더 쉬울 수 있어.’

애니가 포기하지 못하고 다시 마우스를 손에 쥔다. 과감하게 공격을 감행한다. 뫼는 악착같이 막아댄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하루를 꼬박 넘긴다. 이틀이 지나서야 애니가 먼저 지쳐 나동그라진다. 애니가 빠져나간 걸 확인하고 나서 뫼는 서둘러 이균의 작업실로 건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