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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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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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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 목숨을 건 맞섬50


BY 한이안 2016-03-24

들의 바람은 비켜간다. 소훈이 밤 사이 저장된 자료를 훑어보고 있다. 그의 눈이 꿈틀한다. 놓치지 않는다.

뭔 말을 씨부리고 있는 거야? 도대체 가보고 싶다는 곳이 어디야? 가자는 곳은 어디고.”

소훈이 화면을 보며 혼자 중얼거린다. 마우스를 눌러 화면은 정지시킨다. 한참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애니에게 간다.

그게, 니 말대로 이상해. 놈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동틀 무렵에 갑자가 짠하고 나타났어.”

애니가 소훈을 올려다본다. 뭔 헛소리야 하는 눈빛이다.

돌려봐! 곧 놈들이 사라질 테니까.”

애니가 버튼을 클릭한다. 멈춰있던 애니민들이 다시 움직인다.

언제 하고 물으려는 순가 애니민들이 싹 사라져버린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놈들이 도대체 어디 간 거야? 왜 안 잡혀?”

화면엔 텅 빈 방안만 보인다. 움직임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상하다. 순간이동이라도 해서 갔다 해도 애니민들의 모습이 잡혀야 한다. 한데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가자라고 하던 들의 말이 자꾸 신경을 건드린다.

가자? 어디로? 웹캠과 CCTV를 벗어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뜻? 있다면 어디에?”

혼잣말을 하며 생각을 이어간다. 하지만 영 잡히지 않는다.

그런 곳이 어디 있어? 구석구석 다 박아놨어. 넓지도 않아. 숲이 넓은 거 같아도 손바닥 크기에 불과해. 같은 장소에 있으면서도 다른 장소에 와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착시현상을 썼잖아.”

소훈이 어림없다는 투로 애니의 생각이 불가능하다는 걸 설명한다.

그래. 그건 니 말이 맞아. 두어 페이지 분량의 숲이 다야. 그 두어 페이지로 연출해서 가도 가도 끝이 없게 느끼도록 만들어냈어. 구역 안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해.’

투명인간 같은 거 아닐까?”

애니가 말이 없자 소훈이 혼자 답답해서 말한다. 이번에도 애니는 대꾸가 없다. 곰곰 생각에 잠겨있을 뿐이다.

머리가 좋은 놈들이잖아. 만들어내지 말라는 법도 없어.”

애니가 다시 화면에 집중한다. 집안만 비추는 화면이 지겹게 이어지고 있다.

혹시 투명 막? 그런 걸 만들어 그 속으로 숨은 걸까? 그렇담 언제? 뭘 가지고? 어림없어. 흙과 나무, 그런 것들뿐이야. 가공되지 않은 자연에 둘러싸여 있어. 거기서 투명 막은 불가능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소훈은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화면을 보고 있는 것보다 애니를 보고 있는 게 더 답답증이 난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는데? 말을 해야 나도 생각을 해볼 거 아냐?”
닦달을 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화면 속으로 뭔가가 툭 떨어진다. 애니가 시선을 든다. 사라질 때와 마찬가지로 애니민들이 한꺼번에 불쑥 나타난다. 그러더니 누리가 제집으로 간다. 이든이 뒤따라간다. 버들과 아미도 가버린다. 뭔가 달라졌다. 그동안 보아왔던 그들이 아니다. 이상하다 생각한다.

뫼와 들이 작은 소리로 속삭인다.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지가 않는다. 둘의 표정도 시무룩하다. 막다른 골목에 몰릴 때도 보지 못했던 표정이다. 또 심드렁한 하루가 이어진다.

게시판이 난리야. 뭐가 이러냐고? 소재가 다 떨어진 거냐고. 돈이 아깝다고 돌려달라는 놈들도 제법 돼. 아직도 해결 방법이 없는 거냐?”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다 잡아놓은 고기라고 마음을 놓으려다 만난 복병이 쓰리다. 천천히 눈동자만 굴린다.

사무실로 돌아온 후 얼마나 돼가지?”

애니가 이균을 떠올린다. 죽었을 거라고 생각을 몰고 간다. 한데 이상하다. 자꾸 이균이 머릿속에 들러붙어 치근거린다.

“20일이 넘었어.”

‘20일이 넘었다고? 그럼 죽었을 가능성이 높아. 그래도 그 이상을 버티는 경우도 있어. 재해로 건물더미에 갇혀서 그 이상을 버티는 놈들 이야기가 화제가 되기도 하잖아. 밑져야 본전이야.’

방공호에 좀 갔다 오자!”

거긴 왜?”

놈이 죽은 걸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어.”

빠져나오지도 못해. 무슨 수로 살아? 산소부족으로라도 죽었을 거야.”

그 놈 머리밖에 없어. 꾀를 쓰는 데는 한 수 낮더라도 머리는 못 당해. 지독한 편집광인 날 뛰어넘는 놈이야.”

소훈이 눈살을 찌푸린다. 그러면서도 애니의 뒤를 따라 나선다.

애니는 방공호 통로에 들어서자마자 인상부터 쓴다. 그래도 발걸음을 되돌리지는 않는다.

문이 잠겨있다. 안간힘을 써도 열리지 않는다. 생각나는 대로 숫자를 눌러보지만 소용이 없다. 애니가 손과 발로 툭툭 쳐본다.

소용없어. 가정용처럼 허술한 것도 아니야. 툭툭 친다고 열릴 문이 아니라고. 방공호까지 파고 들어간 놈이 그렇게 허술하게 잠금장치를 했겠어?”

죽은 건 확실하겠지?”

먹을 것도 마실 물도 없어. 거기다 산소도 부족한데 무슨 수로 버텨? 환기라도 돼야 버티지? 숨이 목까지 찰 텐데, 죽어도 진작 죽었어.”

소훈이 목에 핏대를 세운다. 애니도 소훈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말이 된다.

돌아가자!”

돌아서며 애니가 뒤를 돌아본다. 놈이 살금살금 다가와 뒷덜미를 낚아챌 것만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놈밖에 없는데? 한데 죽은 놈이 무슨 수로? ? 그 놈 두뇌잖아.’

발걸음을 서두른다.

빨리 가자!”

빨리 가고 있어. 얼마나 더 빨리 걸으라고?”

소훈이 투덜거린다.

걷지 말고 뛰자고.”

도착하자마자 애니민의 일상이 저장되고 있는 컴퓨터로 달려간다.

, 니 작품이냐?’

뭐야? 쿨쿨 자고 있잖아? 이 놈들이 속 뒤집어놓기로 작정을 했나? 먹지도 않고 잠만 자대고 있어.”

쌍심지 켜고 맞서야 할 뫼까지도 자고 있다.

밤낮을 거꾸로 살겠다고? 그런 거야?”

화면을 보며 윽박지른다. 소용이 없다. 속이 터진다.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이를 갈아댄다. 이 새끼라는 말이 이빨사이에서 부스러진다. 머리를 반쪽 내주자고 벼른다. 자판과 마우스를 넘나들며 작업에 몰입한다. 장애물 하나를 제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