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더라.”
버들은 이선의 따뜻했던 품을 되새김질한다.
“난 그거 먹고 싶더라. 그 냄새, 죽여주더라. 여기에도 냄새가 떠돌고 있는 거 같아.”
아미가 코를 벌름거린다. 군침이 도는지 입맛을 다신다.
“좋겠다? 나도 2013년으로 가서 살고 싶다?”
누리도 시무룩하다. 뫼가 이든과 들을 차례로 돌아본다. 이든도 다르지 않다. 들은 애써 감추려 하고 있다. 뫼는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다. 그의 마음도 묘하다.
아침을 먹는 것도 잊고 다들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가고 싶어. 가서 거기서 살고 싶어.”
아미가 가고 싶다는 말을 속삭이듯 중얼거린다.
“그만 읊어대. 그 말에 다들 전염이 되잖아. 마음이야 그렇다 쳐. 어떻게 거기 가 살아? 겉모습부터 다른 데 어떻게 견뎌.”
아미의 멈추지 않고 읊어대는 소리에 들이 한 소리 한다. 뫼는 가만히 듣고만 있다. 마음이 아프다. 톡톡 건드리고 있을 뿐인데 가슴이 멍이 든다.
“일어나자! 이러고 있다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잖아. 숲에 가서 열매나 따먹고 오자!”
뫼가 몸을 일으킨다. 들도 눈치를 보며 따라 나선다.
입안에 신물만 고인다. 어제까지만 해도 달짝지근했다. 몇 번 씹고는 꿀꺽 삼킨다. 억지로라도 먹어야 한다. 이선을 다시 만나려면 먹고 숨을 쉬어야 한다. 하지만 의욕이 일지 않는다. 힘을 죄 빼앗긴 좀비처럼 축 늘어져 마지못해 움직인다.
“저것들이 왜 저래?”
애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화면을 바라본다. 뭔가 이상하다.
“지난밤 자료 좀 올려봐!”
“삭제했는데? 왜?”
애니가 소훈을 올려다본다. 소훈은 애니의 눈길이 부담스럽다.
“잠자는 시간까지 저장하면 너무 용량을 많이 잡아먹는다고 니가 삭제하라 했잖아?”
소훈이 애니의 눈치를 보며 말한다. 애니가 눈길을 거둬간다.
“뭐 이상한 거 없었어?”
“이상한 거? 별로. 한데 왜? 왜 그러냐고?”
“와서, 이것 좀 봐! 너도 보라고.”
소훈이 다가가 화면을 본다. 그의 눈에도 애니민들이 이상하다. 힘없이 축 늘어진 채 숲으로 가서 열매를 따먹고 오더니 각자 침대로 가서 드러눕는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애니가 되돌리기를 한다. 바닥에 앉아 있는 애니민들이 보인다.
‘따뜻하더라.’
화면에서 버들이 말하고 있다. 애니가 마우스를 눌러 화면을 멈추게 한다.
“뭐가 따뜻하더라는 거지?”
“글쎄? 너가 모르는데 나라고 알겠냐? 한데 갑자기 어디선가 쑥 나타나서 따뜻하더라는 뭐야?”
소훈이 고개를 갸우뚱한 채 생각을 되짚어간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텅 빈 공간만이 떠오른다.
“니가 앞부분은 삭제했잖아. 그러니 당연히 쑥 나타날 수밖에. 한데 왜 앞부분을 잘라낸 건데? 모여드는 부분이 있었을 거 아니야. 그 부분을 왜 잘라냈냐고?”
“앞부분?”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앞부분이 없다. 떠오르질 않는다.
“그냥 시간대로 싹둑 잘라낸 것은 아닐 거 아냐? 한데 왜 헤매? 것도 30여분 전의 일을? 벌써 치매인 거야?”
화면 속 애니민들도 이상하지만 소훈도 이상하다.
“됐어. 내일 아침엔 삭제하지 말고 놔둬! 한 번 봐야겠어.”
애니가 선심 쓰듯 소훈을 풀어준다. 그런 다음 화면에 시선을 붙박는다. 몇 번을 보고 또 본다. 소훈이 새로운 동영상을 올리는 족족 열어본다.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애니민들이 병든 닭처럼 시들시들하다. 하루 종일 침대에서 비비적거리고 있다. 늦은 밤까지 눈을 치켜뜨고 쳐다본다. 애니민들이 침대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주변은 온통 깜깜하다. 화면을 닫고 기지개를 켠다. 하품을 하며 침대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