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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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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 목숨을 건 맞섬36


BY 한이안 2016-02-04

듣고 있었구나? 우린 또 어디 외출한 줄 알았지. 허긴, 만날 사람이나 있나? 없을 거 같은데?”
이든이 슬슬 약을 올린다. 그 말이 자극이 되었는지 이균의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주제도 모르고. 거기서 니들끼리 암만 지껄여봐! 그래봐야 들어줄 사람이 있기나 한지. 애니민들의 낑낑대는 소리일 뿐이야. 그나마 내가 들어주고 있으니 고마워할 일. 함부로 나불대긴? 개념 없는 녀석들.”

고마우셔라.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더 나불대야 할 거 같은데? 그러는 댁도 우리 소리밖에 들리지 않잖아. 그러니 귀라도 심심하지 않게 열심히 나불대야지. 안 그래?”

이든이 나서기 전에 아미가 잽싸게 나선다. 더 거친 씩씩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 죽이고 싶어? 돈은 어쩌고? 돈방석에 앉아야지? 누가 또 댁과 손을 잡는데? 아무도 안 잡을 걸? 애니와 소훈도 이미 댁의 맘보를 알고 있어. 이젠 외톨이라고. 그러니 생각 잘 해야 할 걸? 괜히 돈 날리고 통곡하지 말고.”

아미가 줄줄 말을 쏟아낸다. 다들 멍하니 아미를 바라본다.

놈을 골리는 것도 재미있네. 이러다 이골이 붙겠어.”

모두의 눈길에 아미가 웃으며 대꾸한다.

아냐. 이미 이골이 붙었어. 막힘없이 아주 술술인데?”

버들이 부드럽게 말을 굴린다.

이봐! 왜 말이 없어? 혼자 우거지상 하고 있는 거 아냐?”

이번엔 이든이 나선다.

우쭐한 모양이지? 내가 맘만 먹으면 한방에 날아갈 수 있는데 말이야.”

어디로 날릴 건데?”

어딘 어디야. 저승이지.”

거저 얻은 목숨인데 가져간다고 억울할 거 있겠어? 해볼 테면 해봐! 이 불량인간아.”

누리가 분을 드러낸다.

겁이 날 텐데? 속으론 잔뜩 겁이 나면서 대범한 척하며 말은 야들야들하게 잘도 하는구만.”

겁이야 나지. 안 난다는 말은 안 해. 하지만 죽음이 몇 십 년 앞당겨졌다고 생각하면 것도 견딜 만은 해. 너처럼 우거지상은 하지 않아.”

누리가 말하려는 걸 손으로 저지하며 뫼가 말한다.

애니민 주제에 입은 뚫렸다고 말은 잘도 하는구만. 그래봐야 애니민 아닌가?”
애니민이 어떻기에? 머리도 있고, 가슴도 있고, 숨도 쉬고, 밥도 먹고, 할 건 다 하는데 뭐가 어떻다고? 구별할 수 있어? 없을 걸? 애니민이라고 깐보지 마! 그래봐야 지 얼굴에 침 뱉는 거 아닌가? 우리가 사람보다 못하다면 그건 니 실수 아냐? 그러니 니 허물이지. 그러니 애니민 어쩌고저쩌고 해봐야 지 허물을 떠들어대는 것일 밖에, 그게 다 어디로 가겠어? 지 얼굴에 떨어지지.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나? 그랬을 거 같은데?”

뫼가 제법 야무지게 따지고 들어간다. 이균의 씩씩거리는 소리가 화면을 들썩인다. 그래도 물러나긴 싫은 모양이다.

제법이군. 논리적으로 따질 줄도 알고. 그래도 나한테 니들은 애니민일 뿐이야.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한방에 저승으로 날려 보낼 수 있는.”

우리가 가만히 당하고 있을 거 같은가? 어림없는 소리. 우리의 머리는 어지간한 인간보다 훨 나을 걸? 그건 고마워할 일이지만. 어쨌든 우린 그렇게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야.”

만만하게 보긴? 그래서 더 흥미가 생기는데. 너무 쉬우면 재미없잖아. 내 두뇌가 어느 정도인지 시험한다 생각하고 기다려주지. 니들은 내 머릿속에서 나왔거든. 그 허우대만 빼고 죄 말이야. 애니, 그 어리석은 놈. 니들 허우대는 그놈 손에서 나왔어. 그놈이 손재주는 그래도 쓸만하더라고.”

말을 하고 이균이 낄낄거린다. 웃음소리에 갑자기 얼음물을 몸에 끼얹었을 때처럼 소름이 돋는다. 다들 몸을 움츠리고 손으로 팔을 문지른다. 그리곤 부르르 떤다. 겁이 나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뫼가 가까스로 용기를 낸다.

다행이군. 당신 손으로 만들었다면 허우대가 말이 아니었을 테니 말이야. 당신 손을 떠난 이상 우린 우리일 뿐이니까. 당신 닮아서 허우대가 오종종하면 기분이 꽝일 거 아냐.”

뫼가 물러서지 않고 이균의 속을 긁어댄다. 이미 시작은 그가 했다.

날 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을 하는군. 뭘 가지고 내가 오종종할 거라 생각하나?”

이균의 목소리에 언짢은 마음이 얹혀있다.

그 오종종한 심보가 멀쩡한 허우대에서 나올까? 당신 심보가 오종종한 걸 보면 허우대도 오종종할 게 빤하잖아.”

뫼는 이왕 시작한 거 맘껏 밀어붙인다.

내 허우대도 봐 줄 만은 해. 오종종? 그건 나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지. 외모도 자연산이고. 깎아 빚은 니들하고는 딴판이지. 난 내 어머니 뱃속에서 나온 사람이거든. 니들같은 애니민이 아니라고.”
사람이면 뭐하나? 간이 덜 됐는데. 양심에 간 좀 치고 오지? 간이 안 돼서 그런지 잔뜩 썩은 내가 나니까.”

말을 끝맺고 얼른 모두를 이끌고 자리를 뜬다. 배가 고프다. 이균의 혼자 지껄이는 소리가 뒤를 따르다 끊긴다.

다들 말이 없다. 애니민, 그게 다시 그들의 마음을 소용돌이치게 한다. 생각할수록 씁쓸하다. 자축은 물 건너가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