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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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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목숨을 건 맞섬34


BY 한이안 2016-01-28

제법인데? 똑똑해. 맞아. 넌 한 번도 내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었어. 이번에도 그렇군.”

이균이 느글느글한 말투로 불쑥 끼어든다.

맙소사. 저 놈이야?”
누리가 거칠게 말한다. 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속은 이균을 두들겨대고 있다. 이든도 버들도, 아미도 놀라자빠지려 한다. 뫼만 꼿꼿하다.

지금까지는 그랬지. 하지만 지금부턴 다를 걸?”

뫼가 부르르 몸을 떨며 말한다.
그 자신감? 좋아. 내 팔에서 축 늘어져 있으면 재미가 없지. 팔딱팔딱 뛰어야 살 떨리는 재미가 따라오지. 그래도 잊지는 마! 니들이 내 손아귀에 있다는 것을 말이야.”
우린 당신 손아귀에서 이미 빠져나왔어. 살 떨리는 재미? 희망사항이겠지.”
아직도 큰소리군. 유전자정보를 복사해 숨겨둔 걸 믿고 그러는 모양인데? 어림도 없어.”

뫼가 놀라 움찔한다.

꼭꼭 숨긴다고 모를 줄 알았나? 내 손바닥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아직도 모르나 보군. ㅎㅎㅎ.”

다들 치가 떨리는지 이를 앙 다문다. 누리는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에 이리저리 반응한다. 이든이 그런 누리를 꼭 붙든다.

누리구나. 누리, 넌 혈기가 가장 왕성한 녀석이었어. 법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녀석이었지. 10번을 속성복제 했어도 그 기질은 여전하군. 좋아. 그렇게만 하면 돼. 내가 너한테 바라는 게 그거니까? 이든, 아미, 버들, 니들은 알고 싶지 않아?”

누리가 열이 치받는지 씩씩거린다. 이든과 버들이 누리를 붙들고 토닥인다.

그런 식으로 우릴 뿔뿔이 흩어놓겠다는 생각이라면 버리는 게 좋을 거야. 우린 똘똘 뭉쳐서 흩어지지 않을 테니까.”

그럼 어디 한 번 해 보든가. 니가 아직도 애니에게처럼 내게 맞설 수 있다 생각하는 모양인데? 어림없어. 니 정보가 내 손에 있는 한 넌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어. 내 시험은 이제 끝났어. 알고 싶은 걸 모두 알아냈다고. 그러니 지금의 넌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

내 몸에 담긴 정보에 손을 대겠다는 뜻이야?”

못 할 것도 없지. 손대는 게 처음도 아닌데 어려울 게 뭐가 있겠어?”

다들 몸을 부르르 떤다.

그러고도 양심이 멀쩡한 모양이지?”
양심? 나한테 그런 건 없어. 거추장스럽게 왜 그런 걸 달고 다녀? 니들은 내 피조물이야. 내 피조물에 창조주가 손을 대는 건 당연하지. 내가 그걸 가지고 왜 마음을 쓰겠나?”

다들 얼어붙은 듯 움쩍달싹 못한다. 분노가 이글거리지만 그 걸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 겁나나? 내가 니들 유전자에 손을 댈까 겁나는 거야?”

겁은? 해볼 테면 해봐!”

누리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이든과 버들이 다시 누리를 붙든다.

그런 거라면 걱정 마! 완전히 망가뜨리지는 않을 테니. 니들이 내게 안겨 줄 돈이 얼마인데 내가 손을 대서 망가뜨리겠어?”

,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돈으로 천당에 땅이라도 살 셈인가? 소훈과 애니도 돈방석 운운하더군. 다들 돈에 미쳤어.”

맞아. 이곳은 다들 돈에 미쳤어. 정치가도, 기업가도, 과학자도, 예술가도, 교사도, 직장인도 모두 돈에 미쳤어. 돈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되는 세상이니 안 그럴 수 있나? 천당에 땅을 살 거냐고? 못 살 것도 없지. 난 능력이 되는 실력자인데. 신도 내 능력이 부러울 게야.”
당신 정말 미쳤군. 애니라고 했나? 그 놈은 애교수준이었어.”

녀석들, 지들이 무슨 신이라도 되는 줄 뻐기고 있을 텐데 볼 수 없다는 게 섭섭하군. 작업실에 몰래 카메라 하나 박아두는 건데 그 생각을 못했어. 미련한 놈들. 나를 믿다니. ㅎㅎㅎㅎ 놈들도 돈에 미쳐서 나를 제대로 보지 못한 거야. 돈에 미치면 돈밖에 안 보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ㅎㅎㅎㅎㅎㅎ······.”

웃음소리가 낭자하게 울려댄다. 다들 귀를 틀어막는다. 누리도 귀를 틀어막은 채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한 대 갈기고 싶은 것을 참는다.

이제 어떡해야 하지?”

의외로 다들 차분하다. 몇 번 겪어내면서 내성이 생긴 모양이다. 울상도, 죽을상도 더는 짓지 않는다.

어떡하긴? 놈을 짓이겨놔야지.”

누리가 날을 세워 말한다. 그 말이 서늘하다.

그거야 당연하지. 내 말은 놈을 어떻게 짓이겨놓느냐고?”

이든이 누리의 말에 좀 더 자세한 걸 요구한다.

그렇지. 어떻게가 남았지.”

놈의 꿍꿍이를 알 수가 있어야지. 우리를 이용해 돈을 벌 생각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그게 다야.”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어. 지금까진 애교수준이었어. 놈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야. 느글느글한 목소리와 온몸을 소름 돋게 하던 그 웃음소리, 생각만 해도 끔찍해.”

이든은 몸서리를 친다. 이균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그는 더 말을 잇지 못한다. 달라붙는 웃음소리를 떼어내려 안간힘을 쓴다.

왜 갈수록 태산이야? 이만큼 괴롭혔으면 되는 거 아냐? 이젠 놔줄 때가 된 거 아니야? 한데 왜? 왜 만들어 내놓고는 괴롭히느냐고? 우리가 뭘 잘못했기에.”

결국 아미가 더는 참지 못하고 악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