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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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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 목숨을 건 맞섬10


BY 한이안 2015-11-08

움직이기 시작했군.’

애니가 인터넷을 뒤적이다 멈추고 희심의 미소를 짓는다. 생각지 않은 덤을 받은 기분이다. 애니민을 놓치고 나서 괜히 기억장치에 주민번호와 아이핀을 입력했나 하고 후회하고 있던 차다. 이선의 컴퓨터와 닿게 해놓은 것도, 생체인식식별장치를 저장해둔 것도 쓰려오던 차다. 소훈의 잔소리에 짜증이 폭발하기 직전이기도 하다.

입력된 정보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애니민들의 두뇌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알아보고 싶었다. 기대는 엇나가지 않았다. 뫼는 찾아냈다. 의외이긴 했다. 여자와 연결이 닿았다. 컴퓨터가 아니라 가상세계에서였다. 어떻게 가상세계에서 여자와 연결이 닿을 수 있었는지 하는 수수께끼는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웹캠 프로그램을 깔아놓았기에 그게 작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됐을 거라 생각할 뿐이다. 하지만 그걸 따질 때는 아니다. 뫼가 여기저기 흔적을 남기고 있다. 꼭꼭 차단하고 있는 망을 뚫고 들어가 다시 웹캠 프로그램을 깔고 CCTV시스템과도 연결해야 한다. 그래야만 모든 걸 제자리로 되돌릴 수 있다. 시간과 돈을 쏟아 부은 만큼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놈들만 찾아내면 슬슬 다음 제작으로 들어갈 생각까지 다부지게 마친 상태다. 소훈한테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확고하게 계획이 세워져 있다.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껄껄 웃는다.

돈줄도 끊겼는데 뭐가 그렇게 신이 나서 혼자 껄껄 웃고 있고 있냐?”

소훈이 웃음소리에 다가와 비아냥거린다. 마음 같아선 한 대 갈겨주고 싶다.

돈줄 끊겼다고 세상이 끝나던?”

애니가 자신감을 드러내며 비아냥거림을 되돌려 준다.

미친놈, 우리 돈줄 끊긴 게 세상과 뭔 상관이 있다고?”

소훈은 애니의 엉뚱한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애니민들을 놓친 채 허송세월하고 있는 게 두어 달이다. 장치들이 제 몫을 해주고 있다면 두툼한 돈뭉치가 쌓여도 켜켜이 쌓였을 시간이다. 한데 들어온 건 한 푼도 없다. 그동안 쌓아놓은 것을 곶감 빼먹듯 빼먹고 있는 중이다. 다 애니 탓이다. 애니가 애니민들을 건드리지만 않았어도 뫼가 그렇게 쉽게 여자를 찾아내지 못했을 테니까 말이다.

상관이 없긴? 세상이 멈추지 않는 한 우리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가 있다는 거지.”

애니는 자신만만하다. 뭘 믿고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소훈도 애니의 자신감은 밀어내지 못한다. 기회라는 말에 축 쳐져 있던 소훈의 두 귀가 쫑긋 선다. 애니가 몸은 공중에 붕 떠 있어도 그의 머릿속은 엉뚱한 보물들로 가득한 놈이다. 애니가 껄껄 웃을 정도면 이번에도 대박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회? 좋지. 이번에도 대박감?”

몸에서 투덜거림이 쫙 빠져나간다. 호기심이 뾰족뾰족 솟아난다. 길을 잃은 애니민쯤이야 한다. 애니의 머릿속 보물이 바닥나지 않는 한 돈줄은 끊길 일이 없다. 겨우 한 번으로 끝낼 애니가 아니다. 그렇게 주저앉을 애니였다면 처음부터 가까이 하지도 않았다.

이균 그 자식, 왜 이렇게 잠잠하지?”

애니가 말을 돌린다. 아직 소훈한테 털어놓고 싶지 않다. 못 믿어서가 아니다. 일을 그르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도 아니다. 더 끙끙 앓게 내버려두고 싶다.

글쎄? 놈도 찾아 헤매고 있을 걸?”

소훈은 시치미를 뚝 뗀다. 이균과 주고받은 걸 미주알고주알 털어놓고 싶지 않다. 애니가 알아서 좋을 것도 없다.

시치미 뗀다고 내가 모를 거 같냐?’

애니는 소훈이 괘씸하다. 하지만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간다. 지금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게다가 이균도 아직은 써 먹을 데가 있다. 아주 떼어낼 시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바싹 다가갈 시기도 아니다. 지금은 애니민을 되찾는 일에 전념할 때다.

때맞춰 뫼가 흔적을 남기고 있다. 정보를 빼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가볍게 뫼의 컴퓨터 정보를 찾아낸다. 하지만 컴퓨터에 다가가는 건 쉽지 않다. 들어갈 틈새를 찾을 수가 없다. 뫼가 출구를 막고는 길을 내주지 않는다. 뫼가 스스로 터득한 것은 아닐 것이다. 여자가 뒤에 있다. 너무 얕봤던 게 뼈아프게 후회가 된다. 뫼에게 다가가는 것은 잠시 접는다.

여자를 노려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