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참으로 넓고도 좁은듯하다.
광고를 보고 통화를 하고 만날때까지도 몰랐다.
세월은 참 많이도 흘렀고 사람을 참 많이도 변하게 만들었다.
이곳에선 서로간에 본명은 숨기고 예명을 사용하는게 다반사이다.
나이도 예사롭게 서너살은 아래라고 우기고 본다.
그녀는 지민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삼,사일이 지났을때쯤 그녀가 내 중학교 동창임을 알게 되었다.
이런저런 얘기끝에 동향임을 알게 됐고 나이도 동갑내기인줄 알게됐고
우연히 학교얘기를 하다가 본명을 알게되었다.
그녀는 나를 하루가 지난뒤에 혹시나? 했었단다.
내가 좀 유명세를 탈만큼 쬐끔 껌을 씹었다고나할까? 푸훗~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였다.
내 기억에 그녀는 참 조용하고 내성적인 친구였다.
공부도 중위권엔 들었으며 가정도 원만한걸로 기억된다.
그러했다.
그녀는 여고를 졸업했고 울산에 00대학교 유아교육학과를 나왔고,
동아리 선배랑 연애를 하고 양가 부모님의 축복속에 성대히 결혼식도 올렸다.
그러나 그녀의 신혼의 단꿈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문제는 홀시어머니의 시집살이와 시누이들의 등살에 하루도 편할날이 없었다.
더우기 남편은 타고난 효자? 아니 마마보이였다.
연애할땐 몰랐다.
단지 가족간의 우애가 돈독하며 어머니의 사랑이 지극하신걸로 착각했다.
홀시어머니에 위로 누나들이 셋인 외동 아들이였다.
다 출가 했고 시어머니도 같이 살기보다는 분가를 원하셨기에 오히려 편할줄 알았다.
시누이들은 다들 친정 가까이에 살며 거의 매일을 한두명씩 번갈아 가면서 친정을 들렸고
그럴때마다 그녀는 불려가서 시누이들과 그의 남편들 조카들의 뒷치닥거리를 했었다.
처음엔 다들 화기애애하게 보였으며 홀로 계신 친정어머니를 들여다 보는것이
대견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일들로 인해서 자주 친정엘 가지 못하는 자기를 책망하면서...
며느리가 딸랑 그녀 하나다보니 첨엔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날이 갈수록 그 수위는 도를 넘었다.
다들 친정이라고 하나에서 열까지 그녀의 시중들기를 원했고, 그녀의 남편마저도
어느날부터는 당연한듯이 오히려 부려먹었다.
뭐라고 남편에게 하소연 할때마다 남편은 모시지도 않는데 무슨 엄살이냐며 오히려
핀잔을 주었다.
거의 일주일이면 6일을 그러했다.
그녀의 생활이라고는 없었다.
그녀는 유치원 교사가 꿈이였을 만큼 아이를 좋아했다.
일을 가져볼려하니 남편이 돈 잘벌어다 주는데 빨리 아이나 낳을 생각해야지 일은
무슨 일이냐며 일언지하에 묵살을 당했다.
하지만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남편은 퇴근하면 집으로 곧장 오는것이 아니며 시어머니집으로 들른다.
그에 맞춰 그녀도 거의 매일을 시댁으로 가야했다.
그녀의 집에서도 30분거리에 있으니 멀다고 안갈수도 없는 노릇....
남편은 어머님에 대해서 누님들에 대해서 맹목적인 사랑이였다.
시댁식구들의 말이라면 무조건이였다.
그에 반해 그녀는 본인 사생활도 없고 한집에 살지만 않고 잠만 따로 자는것이였다.
친정 부모님들도 시부모한테 잘해줘야 된다며 부모한테 잘하는 사람이 자기사람한테도
잘하는법이라 하시며 그녀를 설득하며 격려를 했다.
차라리 한때는 아예 합가를 할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러면 하루의 행복마저 없어질것같아 맘으로만 생각했다.
그 하루는 그녀는 왠종일 잠만 잤다.
몸이 그만큼 고단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하루 일과는 남편 출근시키고 나면 시댁으로 쪼르르 불려가서 시어머님 점심 수발에
시누이들의 저녁 식사에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거의 열한시를 넘겼다.
그러니 집에오면 녹초가 되어 남편의 손길을 그녀가 거부하는 날이 더 많았다.
드디어 그녀는 임신을 했었다.
편히 쉬게 될줄 알았던 그녀는 시어머니의 중풍으로 본의아니게 시댁으로 합가를 했고,
시어머니의 병수발이 힘이 들었는지 유산을 하고 말았다.
그 후로도 세번의 자연유산을 하게 되었고 더 이상 임신이 불가능 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 와중에 남편은 주식을 하게 되었고,주식이 하락세를 맞자 점점 포악해지고 폐인이 되어갔다.
시어머님도 돌아가시고 이제는 좀 편해지나 싶으니 남편은 이것저것들을 돈 되는것이면 다
처분을 해서 주식에 투자를 해 버렸다.
울산00자동차의 직장도 그만두고 퇴직금으로 아예 컴퓨터를 집에다 서너대를 사놓고
주식에만 몰입했다. 한방을 위하여~
남편은 하루 왠종일 컴퓨터 앞에서 담배만 피워대고 있었고 주식이 끝나는 3시 이후에는
퍼질러 잠만 잤다.외출도 거의 하지 않았으며 주식방송만을 보면서....
시어머님이 남겨주신 집마저도 처분하고 전세집에서 달셋방으로 완전히 미쳐있었다.
그녀는 생활비 충당을 위해서 유치원 보모 교사로 일을 했지만 늘어만 나는 빚으로 감당이
어려웠고 남편과도 이혼을 했다.
그러는 중에 친정에서 가져다 쓴 8천만원을 갚기위해 이길로 나섰단다.
친정에서도 친정집을 담보로 대출한 돈이라 연로하신 부모님들께 더이상 민폐를
끼칠수가 없어서..
그녀의 이혼 사실조차도 모르는 부모님들께 더이상의 불효는 할수가 없어서...
잘하는 짓이라 장려할수도 없지만 말릴수도 없는 내 처지...
다시한번 생각해봄이 어떠냐는 물음밖에는 해줄수없는 내 처지....
그녀는 지금도 고시텔에서 생활하며 그녀의 목표를 위해 오늘도 거리의 여자가 될것이다.
참으로 한스러운 일이다.
수많은 남자들의 옳지 못한 정신력으로,나약함으로 수많은 여인네들을 거리의 여자로
내모는 현실이 한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