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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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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 여인


BY 조 양희 2014-12-08

사람들은 저마다 생긴것도 다르지만 사는 모습조차도 다들 제 각각 인듯하다.

 

그녀의 나이는 지금껏도 알수가 없다.

 

그녀의 예명은 지혜씨...

 

어림잡아 아마도 50은 넘어보이긴 했지만 얼핏보면 40대인것 같기도하다.

 

그녀는 나이에 대해선 무척이나 예민했다.

 

마지막 자존심이라나?

 

그녀는 어릴적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살아왔다.

 

조그마한 식육점을 운영하면서 어머니 간병을 하셨고 2년이 넘게 암 투병중이시던

 

엄마때문에 병원비며 항암치료비등을 감당하시느라 식육점도 정리하시고 집도

 

파시고 단칸방으로 옮겨가면서 그녀와 엄마의 간병에만 몰두했음에도 그녀의

 

엄마는 회생하지 못하시고 돌아가셨다.

 

하긴 6개월 판정을 받으시고도 2년이나 살수 있으셨던것은 아마도 아버지의 극진한

 

보살핌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는 이북에서 피난 오셔서 일가 친척도 없으시고 외가쪽도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나니 왕래가 뜸한지도 오래다.

 

아버진 주위의 적극적인 재혼 권유도 뿌리치고 이일저일 거의 게으름없이 열심히

 

하시면서 오직 그녀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분이시다.

 

그래서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알기에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그녀 역시도 열심히 노력해도 안되는건 있었다.

 

그녀는 죽어라고 공부를 해도 학교에서 중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아버지는 당신이 뼈가 으스러지는 한이 있어도 그녀의 뒷바라지를 해주마고 하셨지만

 

그녀는 아버지가 바라시는 여고졸업후 대학진학의 소원은 못이뤄드렸다.

 

겨우 여상을 들어갔고 졸업후 취업도 중소기업의 경리밖에 할수가 없었다.

 

그때 당시의 경리는 회사 경리일보다도 회사의 잡다한 일을 도맡아야만 했다.

 

담배심부름은 기본이고 손님이라도 오면은 커피심부름에다 청소는 기본이였다.

 

그나마도 최선을 다해서 성심 성의껏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공장 직원들과의

 

회식 자리가 있었고 평상시에도 그녀를 흘깃거리던 공장장의 성희롱을 당했다.

 

요즘같으면 그를 공개적으로 고소라도 할수있고 사과라도 받을텐데...

 

암튼 그런일이 있은후 그녀는 출근하기가 두려웠고 오며가며 공장장은 노골적으로

 

힙을 만진다든가 팔꿈치로 그녀의 가슴에 부딪히는등의 성희롱이 계속되었다.

 

때론 허벅지를 쓰다듬기도 하고 뒤에서 껴안기도 하고...

 

그녀는 고민에 빠졌고 급기야는 사직서를 제출해버렸다.

 

영문을 모르는 아버지는 애타하시면서도 끈기가 없다며 은근히 질타도 하셨다.

 

그녀는 이곳저곳에다가 이력서를 넣었고 유통업체쪽으로 취업을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도 비슷한 일들로 그녀를 버티지 못하게 하였고 그 이후로도 여러군데를..

 

옮겨다니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던중 그녀는 신발공장의 사무실에서 경리 일을 하게 되었다.

 

사장님은 친절 하셨고 그녀를 하찮게 대하지도 않으시고 항상 젊잖으셨다.

 

지금껏 여러군데를 돌아보면서 다른곳보다 월급은 좀 작았지만 만족했다.

 

여러날이 지나서 직원들 사이로 듣게 된 사장님의 처지가 딱했다.

 

그는 아들둘이 있었고 그의 아내는 백혈병으로 앓아 누워 계시다는...

 

어쩜 그녀의 아버지를 보는듯하여 그를 더 존경하고 측은한 마음으로 대했고

 

그의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기도....집청소도 해주며 가끔은 밑반찬도 해줘가며...

 

어느날부턴 자연스럽게 그의 저녁도 차려주게 되고...

 

그렇게 그녀는 그에게 해서는 안될 연민의 사랑을 불태우고 있었다.

 

여러해가 흐르고 그녀는 그와 거의 생활을 하다시피 공공연한 비밀의 연인 사이가 되었고

 

이런 사실들이 소문으로 나돌고 급기야는 그녀를 수상하게 여기던 그녀의 아버지도

 

알게되었고 그 충격으로 그의 아버지는 쓰러지셔서 중풍을 앓게 되었다.

 

그의 처가집 식구들도 알게 되어 그녀도 호되게 챙피를 당했다.

 

아버지도 쓰러지시고 그도 억지로인지...마음을 다잡은건지 제자리로 돌아갔다.

 

하루하루 삶이 지옥 같았다.

 

그녀는 그와 헤어짐을 생각못하는 바보였다.

 

그의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미안함은 있었다.

 

그래서 더욱더 아이들에게 신경을 써주었고 그의 아내에게도 미안해했다.

 

아마도 그녀는 내뱉진 않았지만 만일 그의 아내가 잘못되기라도 했다면...

 

그 이후의 수순은 당연히 그와의 결혼이 아니였겠나싶다.

 

그녀는 병든 아내를 둔 유부남을 홀린 천하에 몹쓸 여인이 된채로...

 

그녀는 후회하지 않았다. 그게 연민의 정이였든 사랑이든 그녀가 진심이였으니까...

 

중풍으로 쓰러지신 아버지의 병간호에 전념할수밖에는...

 

입도 돌아가버렸고 수족을 못쓰시는 아버지는 날로 신경질만 늘어났다.

 

병원비도 감당이 어려워 어쩔수 없이 인당수에 몸을 던진 효녀 심청이의 마음으로

 

그녀는 공양미 삼백석 대신 룸싸롱에 선불을 3백만원 댕겨서 병원비를 충당하게 되었다.

 

그런 용기는 어디서 났는지...병원에서 신문 광고지를 보다가 결정한일이다.

 

하는수 없이 선택한 길이지만 그녀는 죄책감에 그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음에도 만날수 없었다.

 

예상대로 그의 아내가 숨을 거뒀고 그역시도 그녀에 대한 진심이였나 보았다.

 

그녀를 다시 찾은 그 마음만으로라도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다시 볼수 없는 몸이 되었다.

 

그렇다고 현실을 털어놓고 얘기해볼 엄두도 못내었다.

 

가슴을 쥐어 뜯으며 이별을 감행했고 그날 이후로 아무도 사랑할수없는 마음이 되었다.

 

어쩌면 아직도 아련히 그에 대한 못다한 첫사랑이 가슴 가득일수도...

 

세월이 흘러 빚은 탕감했지만 나이를 먹게 되자 그곳에서 더 이상 팔리지(?) 않았다.

 

그 가게의 터줏대감이 되어 오히려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버렸다.

 

빚은 없지만 모아둔돈도 없다.아버지의 병원비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지 않았다.

 

화류계의 생활은 젊음을 잃은 동시에 가치도 같이 잃어버리는 섭리이기에...

 

여전히 호전됨없이 병원에 누워 계시는 아버지때문에라도 어쩔수없이 밤의거리로 다시

 

내몰리게 되어 선택한 도우미란 직업.

 

이 직업은 그나마 나이를 먹고서도 나이에 맞춰서 상대를 선택할수 있으니....

 

남자들의 노리개감은 당연한일이며 한업소에 소속만 되어있지는 않지만 술집여자라 할수있다.

 

하지만 그녀 자신은 버릴순 있어도 병든 아버지를 버릴순 없지 않나?

 

어머니를 먼저 보내고 재혼조차 하지 않으시고 그녀만을 위해 살아온 아버지의 사랑을

 

어찌 배신할수 있으랴~

 

물론 착실하게 회사 다니면서 중매든 연애든 평범한 사람을 만나서 결혼해서

 

예쁜 손자,손녀 안겨 드리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게 효도였겠지만...

 

그녀도 그런 사랑을 하게 될줄은 미처 몰랐다.

 

이렇게 그 원인으로 그녀의 아버지를 긴 세월동안 병원 침대에 누워있게 만들지도...

 

그녀는 담담했다.오히려 노련미까지 풍겼다.

 

이렇게 한치 앞도 못 내다보고 사는게 인생인것이다.

 

그녀는 법적으로 처녀이며 소녀 가장이다.

 

삶에 옳고 그름에 정답도 정석도 없는것 같다!

 

하루빨리 그녀의 아버지가 쾌차하셔서 그녀의 어깨에 실린 중압감을 좀 내려놓을 수 있도록

 

그래서 더 늦기 전에 그녀의 인생을,희망을 안고 꿈꿔볼수 있도록...

 

간절히 희망하고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