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의 뻐꾸기시계가 뻐꾹뻐꾹 여섯 번을 울어 재치며 아침 6시를 알려준다.
다행히 엄마는 식은땀만 흘렸을 뿐 한번도 깨지 않고 푹 주무셨다.
아침까지 엄마 곁을 지키느라 한 숨도 자지 못한 소영은
엄마가 깰 까봐 살금살금 고양이 걸음으로 방을 나간다.
거실에는 이른 아침의 엷은 햇살이 커튼 사이로 인사를 한다.
엄마와 병원에 갈 채비로 마음이 급한 소영은 아침이 분주하다.
소영은 세수를 하고 단장을 마친 후 엄마를 위해 죽을 준비하고 방문을 연다.
언제 깨셨는지 엄마는 침대에 누운 채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영을
퀭하고 건조한 눈으로 빤히 쳐다본다.
"엄마 왜 벌써 일어났어? 아직 이른 아침인데. 몸은 괜찮아?"
"잉. 푹 자고낭께 몸이 개봅고만. 근디 시방 몇시나 되았다냐?
오늘 짐치 당구는 날이라 나가 싸게싸게 움직여야 허는디…….
웜매, 쌧바닥은 워째 이라고 까실하당가?"
엄마는 금방이라도 당신의 일터로 나갈 기세로 이불을 걷어내며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는다.
소영은 기가 막혀 금방이라도 퍼부을 기세로 엄마를 째려보고 있다.
급기야 소영의 두 눈에서 달기 똥 같은 방울이 뚝 떨어지더니
이내 봇물 터진 것처럼 눈물이 쏟아져 내린다.
소영은 흐르는 눈물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엄마를 정면으로 대하고 있다.
"엄마, 도대체 왜 그래. 어제 나하고 약속 했잖아. 오늘 아침에 병원에 가기로. 다 잊었어?
그리고 김치도 그래. 이모들도 있는데 이모들이 담그면 되지. 왜 그래 진짜."
"그람못쓰제. 손님들이 어매 짐치에 인이 박햐 넘의 손탄건 금시 알아차린당께."
"엄마! 그래도 내 말 못 알아들어? 엄마도 엄마 몸이 이상하다는 거 알고 있잖아.
그런데 왜 쓸데없는 고집이야. 하나 밖에 없는 엄마 딸내미 그렇게 남한테 손가락질 받게 하고 싶어?
아비없이 자라 본데없는 짓거리 한다는 말 안 듣게 하려고 엄하게 키워놓고
이제 와서 호래자식으로 만들고 싶냐고. 그렇지 않아도 미안하고 속상해 죽겠는데 왜 그래 정말.
엉엉엉 엉엉엉."
소영은 큰 소리로 한바탕 쏘아붙이고 아예 떼쓰는 아이마냥 목놓아 울어 젖힌다.
"그렇게 엄마 고집대로 하려면 맘대로 해. 그대신 나 다시는 엄마 안 봐. 알았어? 알았냐고?"
소영은 엄마의 고집을 꺾을 마지막 협박을 하고 방문을 쾅 닫고 거실로 나가 버린다.
소영이 속사포 같이 퍼붓던 울음 가득한 절규를 벌 받는 아이마냥 침대 모서리에 석고처럼 꼼짝 않고
앉아서 받아내던 엄마가 거실에서 들려오는 딸의 울음소리를 따라간다.
"그랴. 니 야그대로 헐팅께 그만 하랑께. 어매가 모질이라 우리 딸 생각을 못혔구만.
그만 울랑께. 어매 애간장 다 타붕께. 불쌍한 우리 애기……. 불쌍한 우리 애기……."
엄마는 자신보다 한참 커버린 딸을 끌어안고 등을 토닥토닥 해주신다.
엄마의 퀭한 눈에서도 마른 눈물이 하염없는 흐르고 있다.
그렇게 두 모녀는 한동안 울음으로 대화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