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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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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불안한 시간~~


BY 날개내린 백조 2014-11-01

"엄마, 왜 그래?"


소영은 너무 놀라 금새 눈동자가 쏟아져 나올 정도로 눈을 크게 뜨며 엄마를 부축한다.


"앙것도 아니여. 금메 헐떡증이 나서 그랑께 꺽정 붙들어 매고. 쪼까만 이라고 있으믄 되야?"


 안심시키며 엄마는 미소까지 띄운 얼굴로 소영을 본다.

하지만 엄마의 안색은 점점 더 하얗게 질려 가고 미간에 힘을 주며 찡그리다

급기야는 양손을 왼쪽가슴으로 가져 가더니 힘껏 부여잡고 데굴데굴 굴러 버린다.


"오매, 오매. 또 지랄이네 지랄이여.

시방꺼정 암시랑 안트만, 금메 뜽급읎이 왜 또 지랄질이랑가. 아고매, 나 죽네. 음…… 음……."


소영은 처음 보는 엄마 모습에 너무나 당황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얀 채

정리를 할 수가 없다. 그저 엄마를 붙들고 놀란 아이처럼 엉엉 울고 있을 뿐.


"엄마, 왜 그래. 어디가 아픈 거야? 나 때문이지?

내가 나쁜 년이라 엄마를 아프게 한 거지? 엄마 미안해.

그러니까 제발 정신 좀 차려봐. 엉엉엉. 아니지, 119.

그래 119를 부를게 조금만 기다려. 엉엉엉."

 

소영이 눈물 범벅이 되어 엄마머리에서 손을 빼려는 순간 엄마가 소영의 손을 잡는다.


"아야, 앙것도 아니랑께. 긍께 수선피지 말고 쪼까만 이라고 눈 좀 붙이면 되아야. 휴……."


엄마는 어느 정도 진정이 됐는지 긴 숨을 몰아 쉬고 소영을 힘겹게 올려다 보다 눈을 감는다.


"엄마 안되겠어. 그럼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 일찍 병원 가자. 알았지?"


"그랴. 그랴……. 맬갑시 요로코롬 한번씩 지랄질을 한당께.

소영이 니가 어매 땀세 솔찬히 놀랬을틴디, 인자 괜찮응께 니도 한시름 놓고 쉬어야, 언능."


"알았어,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엄마는 진짜 괜찮은 거지?"


엄마는 마른 침을 삼키며 눈을 감은 채 기운 없는 몸짓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엄마, 그럼 방으로 가자. 내가 부축해 줄 테니까 침대에 편하게 누워서 한 숨자."


엄마는 물에 젖은 솜처럼 축 쳐진 몸을 소영에게 기대어 방으로 향한다.

통증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침대 위의 엄마는 까무러지듯 금새 잠 속으로 빠져든다.

소영은 젖은 수건을 가져와 잠든 엄마의 얼굴과 손과 발을 깨끗이 닦다가

슬픔이 복받쳐 쏟아지는 울음을 참을 수 없다.

엄마가 울음소리에 깰 까봐 두 손으로 입을 막아도 꺼이 꺼이 쏟아지는 울음은 막을 수 없다.


생각해보니 언제부턴가 힘들어 하던 엄마의 모습을 자주 봤던 것 같다.

오늘 아침만해도 양손에 반찬 통을 들고 오는 엄마의 얼굴에서

버거워하던 표정이 소영의 짜증을 더 부추겼는지 모르겠다.
체구는 작아도 시장 안에서 알아주는 전라도 깡다구 아지매로 통하는 엄마가 아니었던가?


'엄마, 미안해. 평생 나만 바라고 나를 위해서만 살아 왔는데,

그런 엄마가 귀찮다고 내 멋대로 살고 싶다고 혼자 나와서.

이렇게 힘들어하는 엄마를 알아차리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흑흑.'


소영은 그녀의 두 손안에 쏙 들어앉은 앙상해진 엄마의 손을 잡고

속 울음을 토해내며 자신의 가슴을 후벼 파고 있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를 한다. 엄마가 잘 견뎌 주기를.

이 밤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그리고 빨리 아침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