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었다.
그리고 내 마음이 흔들린건 순전히 계절 탓이었다.
겨울이 오면 가스비 때문에 여름이 오면 전기요금 때문에 계절을 느끼던 사람이
언젠가 부터 가슴속에 촉촉히 감성이 젖어들길 소원하긴 했었다.
처음엔 누구에게나 반말을 하는 사람이 그리고 그 반말을 스스럼없이 받아주는 동료들이 이상했다.
이곳 관계자인가?
아님 이곳 관계자와 아는 사람인가?
궁금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나에게도 반말.
고객이었기 때문에 대답을 안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좀 뜨아한 표정으로 대했었다가
왜 반말하느냐며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내가 일하고 있는 옆에와서 계속 말을 시키며 떠나려 하지를 않았다.
급기야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흘깃 흘깃 쳐다보고 나이가 드신 아주머니들이 왜 그 남자와 하루종일 얘기하느냐고 자기들과 놀자고 대 놓고 얘기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다음날 출근을 했는데 또 다시 얘기를 시작하려 했다.
이제 더이상 회사내에서 얘기하는 것은 무리였다.
일단 설명이 필요했으므로 전화번호를 달라고 했다.
문자를 넣었다.
'아줌마들이 왜 그 남자랑 하루종일얘기 하느냐'고 더 이상 얘기 하면 안되겠다 했더니
뭘 눈치를 보느냐며 자기가 따지러 간단다.
하~ 내참!
'그러지 말라고'
'뭘 어쩌냐고'
계속 문자로 말을 주고받다보니 친밀감이 느껴지며 은밀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