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우연인 것 같지만 필연적으로 사람을 통제하는 손이 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아저씨, 러브샷 알아요^^?”
“러브샷...근데?”
“한번 해요 ㅎㅎㅎ”
난 피식 웃었다. 철이 없는것인지 영악한건지 구분이 안되지만 싫지는 않으니.....
“자아~ 한번 해요....뭐가 그렇게 겁나세요....아저씨 남자 아네요...”
“뭐야....남자...? ”
“네에~ 남자면 남자답게 용기가 있어야죠... ”
쪼그만 계집애가 나를 훈계하는 것인가. 아니면 조롱하는 것인가....
“자~ 어짜피 아저씨가 저 여기까지 데리고 왔잖아요 ㅍㅎㅎ”
그랬다. 그녀의 말대로 내가 걔를 데리고 왔다. 이미 난 검은 손을 뻗치고 있음이 분명하건만....
정체성도 없으면서 스스로를 가능하다고 부인하고 있는 꼴이 그녀에게 우수워 보였으리라
“아저씨!! 팔아파!! 속터져!!”
갑자기 언성을 높이는 소녀(?)
황당하다 못해 일말 겁도 난다
“아아...알았어....”
난 계집종에게 조롱을 당했던 성서의
<저 아저씨도 한패거리예요>
그때의 광경처럼 주춤거리며 술이 담긴 유리잔을 들고 팔을 어긋맡기려 내밀고 있었다.
그런데.....그 때.....
연속극이나 소설에서 나오는 장면처럼 어쩌면 딱 그 시각에
전화벨이 아주 크게 울려 온 것이다
구세주!!!????
어쩌면 나를 구하려 온 전화인지도 몰랐다
우연인것처럼 보이지만 필연의 전화????
난 얼른 팔을 풀고 전화기로 쏜살(?)같이 내 달렸다
“네, 가희(상호) 신일용입니다”
숨이 차왔다 갑자기.....
누굴까?
“저예요....집에 계시네요...”
“아아~ 뭔일 있어요?”
“아뇨!!! ”
“그러엄?”
아줌마다.
나보다 세살위의 여자
내 가게의 저고리를 짓는 여자분 이름하여 저고리 기술자
내 가게와 집을 댓가없이 살펴 주시는 고마운 분
오래 되었지......
시집을 갔었는지 안 갔었는지 잘 알 수 없지만.....
아이도 없고 남자도 없이 사는 순종형의 여자분
외출시 그녀에게 전화가 올 때는
저고리에 문제가 있다거나 아니면 작품이 의문 나는 점이 있을 때인데....
다 그렇겠지만 한복은 손끝으로 빗어내는 한땀 한 땀의 정성이 담긴 예술이다. 자칫 잘못하면 전체를 버리고 그러다보면 혼사나 행사 날자를 못맞추거나 동일한 옷감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다음 말이 무엇?
잠시 침묵이 흘렀다
뭔가 작품에 큰 사고가????
...................
전화속 침묵이 깨지고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선생님, 지금 집으로 갈께요...”
“네?”
“지금 선생님 댁으로 간다고요”
“아줌마, 무슨일이예요? 우선 전화로 말씀해 보세요,,,”
“선생님 뵙고 말씀드릴께요. 지금 갈께요”
냉랭한 목소리. 일찌기 들어보지 못한 차가움
딸그락!
전화는 이미 끊어졌다.
무슨 큰일이....?
창밖을 본다.
아줌마 목소리가 너무 싸늘하다.
그리고 집으로 온단다
내가 집에 있을때는 오는 일이 없었는데.....
머리를 갸웃하며 담배를 찾고 있는데
갑자기 러브샷하자고 술잔 들고선 맹랑한 꼬마 소녀가 아직 나를 바라보잖는가!!
“아이고!!!!일 났네!!!아아아!!!”
머리가 팽 돈다.
이런 이런 이런!!!!!
안돼!!!!들어 닥치면 무슨 망신이야!!!
난 담배를 홱 집어 팽계쳤다 그리고
“야아!!! 너 빨리가!!! 나 잡으러 온대 얼릉가!!!”
“네에!!!아저씨를 잡으러 와요?”
“그래, 얼릉 가!!”
“아저씨, 왜그래요?”
“묻지말고 빨리 나가 응 빨리!!!”
난 소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지갑을 꺼냈다
“야아....돈 이거뿐이 없으니까 빨리 가지고 어디로 가든지 가라 응 알았지....빨리!!!!”
소녀가 쥐어준 돈을 받아들고 혼이 빠진 것 같은 나를 어이없게 쳐다본다
“아저씨, 저 돈달라고 한거 아네요”
“알아 알아 하여간 얼릉 가라 다음에 연락하고 알았지....”
난 소녀를 밀쳐 냈다. 금방 저고리 아줌마(박점례)가 들어 닥칠 것 같다.
랄라리 소녀를 데리고 있는 나를 본다면.......어휴 생땀난다
“얼릉 가아!!!”
“아저씨....”
“사정이 급하니까.....봐주라 응”
“아저씨, 돈 땜에 온거 아닌데.....”
“알아 알아.....하여간 다음에 봐....얼릉가라 응....”
워낙 다구치는 나를 바라보던 소녀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신발을 신고 나선다.
“아저씨, 키스라도 해줘...”
“뭐야? 이게 정말!!! 빨리 가!! 얼릉~~”
“알았어요....그럼....전화번호라도....아아 그럼 되겠네 다음에 와서 초인종 누를께요... 아저씨 고마워요. 그리고 꼭 갚을께요....“
소녀가 문을 열고 나간다. 그리고 승강기 버튼을 누르자 숫자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녀의 엉덩이를 바라본다. 이쁘다. 엉덩이가 참 사랑스럽다^^
소녀를 태운 승강기 문이 닫히고
갔다--- 그 얘가.....
“휴우~~”
난 식탁에 놓여 있던 컵들을 밀쳐 놓고 쇼파에 앉았다 풀석~
담배를 물고 불을 찾아 붙인다
<후우~>
아줌마가 왜 이 밤중에 집으로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