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여울(신탄진)의 벚꽃은 해마다 피어도 늘 새롭다.
박정희 대통령이 이곳에 연초제조창을 세운후 시찰을 왔다가 벚꽃나무 단지를 만들어 보라고 지시를 했다던가
그런 연고로 연초제조창 울타리에는 해마다 일본의 상징 벚꽃이 화려하게 핀다
김종서의 아들이 아버지를 죽인 수양대군 딸과의 사랑을 이루려
속리산 바구니봉 기암 동굴로 피신하여 살았다는 내고향 전설처럼
일제의 꽃인 벚꽃이 철천지 원수의 딸이라면 그 자태는 가히 이쁘고 곱기만하다
어떤이들은 그 꽃을 사쿠라라하지만 벚꽃은 늘 우리네 가슴을 설레게 한다
“바람이 차네요”
“그러게요”
“뭐좀 사드릴까요?”
“아네요.....“
사실이지 이런 축제장 주변의 포장마차 음식은 불결하기 그지없다
수도 시설도 없고 그렇다고 물을 공급해 주는 전문차량이 있는것도 아니어서 곰곰이 생각하는 사람들은 음식을 잘 안사 먹지만 술꾼들은 아랑곳 않고 축제의 꽃인 풍물거리의 포장마차가 주는 재미를 음미한다
“이화씨가 너무 미인이시라 말붙이기가 겁나네요”
“예! 놀리시는거예요^^”
“아닙니다.....제가 여자 앞에서 이렇게 주눅들긴 첨입니다”
“농담도 잘하시넹 호호호 지금 작업하시는거죠^^^?”
유머는 사람을 가깝게 한다던가. 좀은 가식이 있는 것 같았지만 싫지는 않았다.
그래 좀더 솔직해지자 마음먹으니 좀 자연스러워졌다
“유 선생님이 하시는 일이 궁금하네요^^”
“아, 저요.....좀 생소하시겠지요”
“글쎄요....유명하신분 같은데.....”
“유명은요......물으시니까 말씀드리지만......”
그는 “자산관리 컨설턴트” 라고 했다. 말하자면 금융정보를 이용한 자본시장의 조언을 해주는 자문역 같은 그런 뭐 대놓고 말할 수는 없지만 ......
어렴풋이 들은 얘기로는 영애도 이 사람의 도움으로 주식에서 많은 수익을 냈다는데.....
“앞으로 이화씨의 자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아주 놀랍게 늘려 드릴께요^^^”
그가 내 동그란 나의 눈을 보며 애매한 멘트를 던져온다
난 시선을 비꼈다. 그 남자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기가 너무 거북스럽고 더구나 꽃거리에서 받는 그의 제의가 어쩌면 사랑의 고백같이 느껴져서인지도 몰랐다.
“선생님 돈 많으시겠네요 호호호”
“돈이요.....대장간에 식칼이 없다잖습니까....허허허”
그럼 돈이 없다는 말인가.....그래 재주 넘는 곰이 부자인걸 봤냐고
열두가지 재주 가진사람 끼니가 없다던가.....그럴리야 없겠지.....
“이화씨!”
“네.....?”
“돈 좋아하세요?”
“돈 싫어하는 사람 있나요^^”
“그렇죠.......저도 돈 좋아합니다”
“네에.....”
“우리 돈 얘기는 하지 말죠.....”
그의 의도와 나의 생각이 다른것일까?
난 돈많은 남자가 좋다. 기왕에 팔자를 고치려면 돈많은 남자에게 가서 호강을 해야지
순정이나 사랑으로 살 수 잇는 나이도 아니고
결국 무언가의 강력한 힘에 매료되지 않고는 새롭게 모험을 감행(?)할 수는 없지 않을까...
“저어기.....음료 한잔 드실래요?”
“아뇨.....”
“날씬하셔서 좀 드셔야 될것같은데^^”
“네에....짖궂으셔^^”
나이가 먹다보니 나도 뻔뻔스러워졌나보다. 첫만남에 오래된 사람처럼 그와의 대화가 자연스럽다니....
꽃도 아름답고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는 새여울의 KT&G마당의 꽃은 시간이 다르게 농염해가는데
영애가 내게 소개시켜준 유창수라는 남자와 난 의미를 찾으려 꽃길을 한동안 걸었다
초조하고도 조심스러운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고 바람이 잠잠해지는 시간
“돌아가시죠?”
“네에”
“이 쪽으로....”
육교를 올라 덕암동사무소 부근에 주차햇던 차 있는 곳으로 갔다.
역시 그 남자가 차문을 열어 준다.
이번에는 운전석의 옆자리로 나를 안내한다
아까는 뒷자리였는데......
시동을 걸고 금새 몰려드는 차량 대열 속으로 들어간다
“집으로 가실래요?”
“네에....”
차는 이내 읍내동을 지나 법동을 스쳐 우리집 구봉 공원까지 왔다.
차안에서 나름대로의 화제를 찾았지만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없었다
“다 왔습니다”
그가 차문을 열고 나를 내리라 한다.
사실은 좀 아쉬운게 내 진심이지만.....첫날인데.....뻔뻔해진 나를 본다.
뻔뻔해진것인지....그에게 맘이 쏠린것인지.....
“저어~ 이화씨!”
차에서 내린 그가 심각한걸 보니 내게 뭔가 중요한 말을 할 모양이었다.
“저하고 여행한번 가시지 않을래요?”
여행이라는 말에 난 그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무슨 여행?
“여행요?”
되묻는 나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 속에서 간절한 갈망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그의 진실과 감정의 용도가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가 나를 원하고, 사귐이 있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캐나다 여행 어때요?”
“네? 캐나다....”
성질이 급한것인지....아니면 세상말로 필이 온것인지.....아니면 뿅 간건가.....?
그가 해외 여행을 제의해 온 것이다.
난 멍하니 서 있었다. 이럴때는 무슨 대답을 해야하는걸까......
봄바람이 내 치마를 홱 들추고 지나가는구나.......!!!! 나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