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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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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일생 - 새 남자


BY 망팬 2013-02-26

대덕구는 요즈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들었다.
1989년 대전직할시가 되면서 대전을 둘러싸고 있던 대덕군을 잇는다는 명목으로 신탄진과 동구의 일부동을 묶어서 대덕구를 만들었는데 지금와서 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인구가 23만명이었는데 2년 사이에 1만명이상이 줄었다든가.
이유를 물어 보았더니 살아가기 힘든 환경때문이란다. 공단에다가 폐차장에다가 공구상가는 물론 자동차 업을 하는 대부분이 여기 있다보니 오래살기에 혈안이 된 사람들이 떠나날 수 밖에....

그러고보니 우리집도 문제가 많다. 도시가스도 아직 안들어오고 그렇다고 새롭게 삶을 살찌워줄 시설이 들어서기를 하나......

주택가까지 뻗친 유흥업소들
중X동은 그래서 애들 키우기가 어렵다고 한다.
여관에다 유흥업소가 난립하고 더러는 퇴폐이발소까지 영업에 열을 올린다니.....

남자들은 왜 그럴까.
남의 여자라면 사족을 못써
딸같은 애나 엄마같은 애나
그저 치마만 두르면 아래위 구분도 못하고 안달이니
죄를 얼마나 받아야 정신을 차리려는지.....

얼마전 균형발전 무슨 토론회가 있다고 통장 여자가 같이 가자고 해서 갔는데 좀 다행스러운 것은 작년도에 선거해서 뽑은 구청장이 젊고 패기가 있어 보이더라는 것이다.

여하간 나 같은 주부들이이야 의식주 질을 높여주고 그말따나 돈과 사람이 모이면 그만 아니겠는가

“어디서 만나는게 좋겠니?”

영애의 호들갑에 난 못이기는척 허락했다

기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자가 재혼을 위한 첫 번째 시동을 거는 맞선이라면 맞선인 자리라 난 연하게 화장도하고 나름대로 순수한 옷차림으로 나갔다.

“하나비”라는 일식집은 고급냄새가 풍기는 음식점이었다.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영화배우처럼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호감이 가는 남자였다.
난 미소로 답했다

“유창수라고 합니다.”
“네에....^^ ”

내 이름 대는것이 워낙 익숙하지 않은터라 난 그냥 웃고 있었나보다

“앉어^^”

영애가 분위기를 조정하고 난 얌전을 빼며 앉았다. 그리고 될 수 있는한 호감을 보여줄 심산이었다.

영애는 나와 그 남자의 눈치를 번갈아 살피며 호들갑을 떨어댄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편하게 앉으세요^^”
“..................”

뭐하는 사람일까?

“유명하신분이야”

영애가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난 목례했다.

“XX경제 신문에 많이 나오시잖니......”
“아~ 네”

난 알수 없었지만 신문에 나온다는 말에 다음 말이 기대되었다.

“강의 다니시랴.....방송하시랴....투자 지도 하시랴 바쁘셔.....”

마음속으로는 조심스러웠지만 난 여유롭게 식사를 했다.
영애가 분위기를 맞추려 애썼고 그가 나를 어찌 생각하는지 가늠하는 눈치다.

내 의중은 안중에도 없고 그저 그 남자의 의중만이 제일이라니...

<이러면 안돼지. 내가 비굴하게 굴어서는 안돼지.....>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남자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초라하거나 초조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스스로의 가치를 저하시키는 것이 아닐까...

“얘, 오늘 시간 어때?”

영애가 내 의사를 묻는 것이다.
아마도 남자쪽에서는 오케이라는 사인을 보낸 것 같았다.

“왜?”

식사를 마치고 시간을 좀더 가지고 데이트라도 해 보라는 영애의 권유이리라

“다른 약속 없지?”

난 고개를 끄덕였다.
영애가 반색을 하며

“신탄진 제조창에 벚꽃 축제가 있다잖아......두분이 바람좀 쐬면 어떨까....?^^”

그러고보니 이맘때쯤에면 벚꽃 축제를 했던 기억이 난다

엿장수 가위질에 맞춘 익살스러운 춤
풍물 놀이패가 공연을 하고 길가에 늘어선 각종 포장마차
가판대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특히, 남녀가 쌍을 지어 술도먹고 꽃구경도 하던 상춘의 기억들......

또 남편 타령이 울려나온다. 살아온 발자욱마다 남편에게만 전적으로 의지했던 나의 변변치 못함때문이리라

남편 친구중에 구청에 다니는 친구가 있었는데 축제가 열리는 기간중 토요일에는 꼭 우리를 초청해서 밥도 먹이고 대청댐 잔디광장으로 드라이브도 시켜주면서 자기가 무슨 과장이라면 과시하던 기억이 살아온다.

“유 선생님, 좋으시겠어요 호호호”
“네, 감사합니다”
“감사하긴요....좋은 시간 보내세요. 얘가 워낙 말이 없고......”

말이 없고 뭐?
난 속으로 그렇게 얘기하면서 남자의 얼굴을 내 특유의 곁눈질로 뜯어보고 있었다.

<이 남자......?>

후식이 나오고 곧이어 영애는 은근슬쩍 인사를 하고 사라녀 버렸다.

둘만 남았다.

낮선 남자와 둘이 왜 남아야 하는걸까?
새로운 남자와 나는 어떤 운명의 틀 속에 얽혀질것인가?

“타시죠....”

유창수. 그 남자가 차 문을 열고 나를 딴은 얼르고 있었다.
너무도 오랜만에 남자의 차를 탄다.

“고우십니다!!!”

그가 진실처럼 내 귀에다 대고 묵직한 저음으로 고백(?)인듯한 말을 던지고
내 가슴이 너무 오랜만에 분홍물이 드는 것일까.
아직까지 한번도 타보지 못한 그 남자의 차가 서서히 움직이는데.......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핸드폰이 진동한다

<재범 L.....>

망설이는 나를 향해 유 창수 그가 말을 던진다

“받으세요....괜찮습니다”

받아야할까 말아야할까.......
차는 대화 공단을 지나 우안도로로 접어드는데

재범이의 전화는 계속 나를 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