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거미줄에 걸려 퍼득거린다 살고 싶어....
먹이를 기다린 거미는 낄낄거리며 나비의 허우적임을 즐기고 바람까지 불어오면
절망을 넘어 포기에 이른 나비는 하늘을 향해 마지막 영혼의 보금자리를 알고 싶어 눈을 껌벅인다
돌아온 세월 뒤돌아보니 꽃들과 나누던 향연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데
‘마지막 힘을 내라’‘마지막 승부다!!’라고 격려하는 세미한 목소리가 있어 감았던 눈을 뜨니 어떤 손이 나비를 거미줄에서 떼어 내었다. 살려주고 싶었나보다. 그리고
하늘로 날린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하게 하리라.
새 생명을 얻은 나비는 창공을 날며 제 날개를 본다.
고운 날개여...............
아아 자유여!!!
나를 살리신 분은 누구신가요
꿈이었구나......
꿈이지만 나비를 해방이 기쁘다.
이상한 꿈이네.......
거실에 불이 그대로인데
<몇시일까?>
새벽 4시가 좀 넘었다.
까치발을 하고 여진이의 방문을 열어본다
언제왔는지 곤히 자고 있는 여진이의 숨소리
기다리지 못하고 잠든 엄마를 원망했겠구나.....
현관을 본다
<안왔네....>
시동생은 오지 않았다. 어디에서 자는지 모르지만 제 형의 집도 맘대로 올 수 없는 옹색한 마음들이라니....
쇼파에 걸터앉아 눈을 감아본다.
창공을 날아가던 나비가 영상으로 머릿속으로 날아 온다.
<무슨 멧시지야?....>
어제의 사람들을 더듬어 본다.
동욱이..... 영애.... 진숙이.... 세선이.......
혜란이......재범이.......그리고
영애 남편과 어떤 아줌마.....
동욱이의 호의는 내게 무얼 의미하나....
재범이가 준 선물....
하얀 색 브라와 남사스런 팬티......
아무것도 확실한 것은 없는데....
혼자사는 여자를 포위하는 남자들 마음의 색채는 무슨 깔인가....
나는 그 속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또아리 튼 뱀의 모습도 아니고
도망치는 화사의 꼴도 아니고
사랑의 사인을 보내는 것도 아니고
정말 애매하고 어정쩡한 나의 포즈는 무슨 의미였던가
나비........
거미줄에서 창공으로 날아간 꿈속의 나비
그래.......날아 가야겠지....퍼득거리지만 말고
날아가자 날아가자
이 자리에서 멀리 날아가자
다 털어버리고 떠나자
아직 몇송이 꽃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산을 그리워 말고 강을 따라 바다로 떠나자
새로운 하늘로 날아가야 한다.....날자 날자 날자 아주 다르게 날개짓을 해보자.....
생명이 잉태되기 위하여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야 한다. 남자의 정자가 여자의 아기궁을 통과하여 나팔관까지 달려 기다리고 기다리던 난자를 만나 수정이라는 단계를 거치면 임신이 된다.
매일 2억마리 정도의 새로운 정자를 만들어 내는 남자는
죽을힘이 있기기까지 정자를 만들어 낸다지 않은가.
사랑의 집착일까 번식의 섭리일까...
생명의 씨인 어린 정자 3억마리의 군대는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일제히 출발하게 되고 전쟁의 과정을 거쳐
여자의 은밀한 성으로 들어와 단 하나의 정자가 난자 세포막을 뚫고
사랑에 골인하는 것이라고 배웠던 잊혀지지 않는 아우성의 강의가
왜 지금 머리를 드는거지.....
난자가 기다리듯 여자도 늘 기다려야 하는것인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내 가슴에 자라고 있었나보다
여자도 선택할 수 있고 여자에게도 새로운 남자를 고를 수 있는 현실인데.....
나는 왜 고뇌하고 있을까....
점점 복잡해지는 새벽의 여심 마흔두살
여명을 밟고 오는 해인사의 풍경소리
인생의 영리를 깨닫고자 심오해졌던 여행길의 그 소리가 되돌아 오나
팔만장경의 오묘함이 예불연기속에 피어오르고
산봉우리를 밟고 북으로 징검징검 걸어가던 빛의 영상들...
세상은 다 지나가는 것이여!!!!!
말씀하시던 주지스님의 얼굴에 스며 있던 평안.....
마음을 고쳐 먹으라며 등을 다독이던 개심사의 까까머리 비구니.......
그래...........
아주 다르게
다른 세상에 남자를 만나는 거야
난 벌떡 일어 났다. 그리고 날씬해 보이는 조깅복을 꺼냈다.
나가자 밖으로.....
새 삶을 살자.....새 남자......를 만나는게 좋겠어......
난 아직까지 마음을 정하지 않았던 재범의 선물을 본래대로 싸기 시작했다.
<부질없는 짓거리야....돌려 줘야지 >
지금 나가도 한 시간은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여진이 밥을 챙기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문을 열고 빛과 어둠이 50%쯤 혼합된 공원길로 올라간다.
<저기쯤 나비가 날아간 자리였는데......>
<거미줄도 없고 나비도 없네. 벌써 다 날아갔잖아>
난 공원을 지나 중원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누구를 만날것처럼 걸어가고 있었다.
어디선가 애완견 짖는 소리가 들리고 신문배달 오토바이가 휙 지나치는데.....
머릿속으로 이상한 문자가 전송되어 온다.
< 난자 여행!!!!>
그래 정자만 여행을 하냐. 난자도 여행할 수 있잖아......
난 어이가 없어 사방을 둘러 봣다.
아무도 없다.
사람은 가끔씩 의외의 울림을 만나는가 보다.
아니면.....꿈속의 나비가 내게 주는 의미...?
“난자여행.....난자여행!!! 난자여행!!!!”
난 이상한 단어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바람이나 불어라
새 빛이 반짝 나뭇가지에 총을 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