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신가요?”
난 머리를 끄덕였다.
여자 혼자 호텔을 찾는 손님이 그리 있을라고.....
프론트 데스크 넘어로 나를 주시하는 눈길이 야릇하게 느껴진다 나만의 생각인지 모르지만......
“3403호 비었으면 주세요”
데스크의 남자가 컴을 검색하더니 키를 내민다
키를 받아들은 난 제바람에 무안해진채 엘리베타 앞에 섰다
거울에 비춰진 초췌한 정체불명의 내 모습
<내가 왜 여길 왔지, 돌아가야 맞지 않아>
그러난 난 3403 호텔방을 걸식자처럼 찾아가고 있었다.
엘리베타가 3자를 알리고 내가 도어 밖으로 한발짝을 내려서서 우회전 하려는 순간
내 귀를 강하게 때리는 굉음과 함께 시야의 심한 요동을 느끼고 말았다.
“아아니!!!!”
분명 그였다.
좀전에 만났던 내 초딩친구 현영애의 남편
그리고 옆에 선 여자는 어디서 많이 본듯한데 시골집 아낙같은 몰골을 하고 있지않은가.....
<누님이 오셨나?>
그럴 리가 없지. 집이 도마동인데 왜 호텔에.....?
무슨 행사가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난 얼굴을 감췄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가 방을 탐색하는 그들의 행동을 주시했다
<딸깍!>
문이 열리고 여자가 앞서 들어가고 영애 남편이 흘끔 이 쪽을 바라보더니 얼른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뭐야!!!!내가 잘못본거겠지. 세상엔 닮은 사람도 많잖아.....>
영애 남편은 시청 고위 공무원이다. 평생 한눈팔지 않고 자기말에 그렇게 고분고분 할 수가 없다며 자랑인지 뭔지 호들갑을 떨며 남편의 정력은 알아줘야 한다고 자랑하던 영애
<그래, 잘못본거야 분명.....>
나는 혼미한 머리를 가지고 3403호로 들어 갔다. 무슨 약속이나 있는것처럼 난 불을 켜고 침대쪽으로 갔다.
창의 커텐을 열자 바람이 싱그럽게 들어온다. 멀리 어둠 속으로 차량들 움직임이 보이고 번쩍거리는 용전동 고속버스 터미널의 불빛과 목마른 사람들을 부르는 유흥업소의 네온등이 서로 쿵짝을 맞춰 불꽃놀이를 하고....
폰을 열었다. 전화를 할 때라고는 내 사랑하는 딸 여진이뿐이다
신호는 가는데 받지 않는다.
아무도 내 전화를 받을 사람이 없는걸까......
갑자기 눈시울이 뜨겁다. 난 침대에 걸터 앉았다. 하얀 배게 두개가 나란한데 왜 홀로인가.....
몸을 아무렇게나 침대에 던졌다. 그리고 눈을 감아본다
<왜 왔어 여보!>
<당신 생각나서요>
<그래, 미안해......>
<정말, 당신 보고 싶어요>
마음속에서 그렇게 망자와 대화하고 있나보다. 가슴이 답답하다
<추억이라도 내 인생 아닌가>
머릿속으로 남편과의 추억이 리바이벌 되어 온다.
남편은 늘 이 방에서 나를 기다리곤 했다.
아마 봄이 오는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다
신탄진 봄꽃이 좀 있으면 피고 벚꽃 향기로 세상이 떠들썩하려는 어느날
이웃 아낙들과 어울려 히히덕을 떨고 있는데 남편의 전화가 온 것이다
<화야! 나야 기다릴께.....빨리와!>
사정을 알릴 기회도 없이 끊어버린 남편의 전화
“왜, 누구야?”
“응, 나 지금 가야되겠네”
“왜? 무슨 일났어?”
“아아니......약속하걸 잊었네. 나 갈게....”
마실 갔던 집에서 빠져나와 난 택시를 잡아 탓다.
“용전동 코닥칼라 앞에 가주세요”
내가 가는 곳은 샤또 호텔이지만 아무래도 대낮에 호텔까지 가달라고 택시기사에게 말하긴 싫었다.
총알 택시는 금새 목적지에 닿고 난 내리자마자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횡단보도를 건너 샤또호텔로 접어 든다
“3403호...”
“네.......”
엘리베타가 기다리듯 나를 태우고 난 남편이 기다리는 룸의 문을 열었다. 그런데.........
“아아니 여보!!!!!”
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