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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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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 또는 추파


BY 망팬 2013-02-14

한국관 주차장에 도착하자 동욱이가 거기 서 있었다.

차에서 나오는 날 보고 노련한(?) 미소로 다가오는 중년의 신사여!

"기다렸어?"
"아니, 조금...."
"애들은?"
"응, 지금 오고 있나봐.....자 올라가자구...더 예뻐졌네^^"

예약석까지 체크한 모양이다. 난 그의 발뒤꿈을 밟아서 2층 룸으로 따라 갔다

"이 쪽이예요^^"

도우미가 우리를 편하게 해준다. 이 집에 오면 늘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우리 친구들은 여길 자주 온다. 음식도 그런대로 괜찮고 식사를 하면서 바로보는 계족산의 풍광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따사롭다고 할까......

"앉아....."
".........."

괜히 쑥쓰럽다. 전에는 안그랬는데......남편이 있을때 못 느끼던 그런 부끄러운 감정이 언제부터인지 생겨났나 보다.

"어떻게 지내?"

동욱이가 아주 나직하게 물었다. 그 음성이 얼마나 울려나는지 시골 학교교실에서 듣던 풍금의 소리 같이 들렸다

"그으냥^^"

그의 눈빛속에 안쓰러움이 배어 있다. 난 의연해져야 한다.

"이제, 뭐든지 해야지. 씩씩하게 살아야지^^"

내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나보다. 무언가 초라하거나 가엾어 보이는 모양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일까....

"저....따로 얘기하려고 했는데.....애들 오기전에 한마디만 할께....."

무슨 말을 내게 하려는 것일까? 여러가지 상상들이 내 머리를 혼돈속으로 회오리치게 했지만 난 눈을 내려앉히고 다음말을 기대한다.

혹시 내가 불쌍해서 애인이라도 되주면 돈을 주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옛날부터 나를 사모한 것을 고백하거나.....아니면 뭘까?^^^

" 어때, 내가 사업권하나 줄테니까 해볼래?"
"........................"

난 그를 보았다. 그리고 진의가 무엇인가를 파악하고싶어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쩌면 '아직 너에게 구걸할만큼 일그러지지는 않았다'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사업 못하는거 알잖아 나"

난 사실 입으로는 거절하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 내게 자리한 무언가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과는 사뭇 다른 답변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 상할까봐 나도 조심스럽게 말하는거야. 우리 사이에 그런거 없잖아, 요즘 세상이 얼마나 험한데....괜히 잘못 대들면 큰일나. "

우리 사이란 말이 맘에 걸린다. 날 업스이 여기는건가. 남편 없다고 나를 깔보는건가. 난 아니야 아직 난 초등학교 동창에게 손을 벌리거나 의지하며 살 만큼 급박하지는 않아.

"고맙긴 하지만......없던걸로 해. 누가 봐도 그쪽 도움을 받는건 그러네^^"

난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그게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생각해서였다.

"알았어....그러나 오늘 결정하지는 마. 내가 다 주선해줄테니까....거긴 관리만 하면 돼. 절대 부담 안줄께.... 누군가 여기 대전에서 해야 되는데 친구에게 그걸 하게 해서 나도 믿고 같이 믿자는 것 뿐이야"

동욱이는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싶은가 보았다.
사실 난 동욱이가 진심으로 내게 베푸는 호의라는 걸 안다. 그러나 그러나......부담스럽다. 그리고 자존심을 동댕이치면서 처음 제의에 쾌히 승락할만큼 대바라지고 싶지않은게 내 진심이다.

"하여간 고마워. 그런데 나도 다른걸 이미 시작했거든.....잊지 않을께....."

나는 동욱이의 제의를 더 이상 논하고 싶지않아 다른 사업을 할것처럼 거짓말을 둘러 대고 잇었다.

"잘 생각해봐....."
"알았어"
"세상은 혼자살기 힘들어. 내가 도울수 있게 해줘. 바라는것은 아무것도 없어. 그냥 우정이야"

동욱이의 입에서 우정이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난 그를 쳐다 보았다. 그런데 왜 그 우정이라는 말이 듣기가 싫지......

동욱이가 어색한지 상의를 벗어 옷걸이에 걸면서

"옷 걸어줄까?"

라며 내 코트를 벗으라 권한다.

"아냐.....애들 오면 벗을께......"

난 벌떡 일어나 창밖을 보았다. 계족산에 어제까지 불던 동장군의 마직막 깃발이 꺽이고 따스한 햇살이 봄의 복병들을 향해 깃발을 흔드는것 같았다.

"봄이 오겠네!!!"

뒷통수에 동욱의 시선이 느껴졌다. 돌아서기가 부담스러워 난 계족산을 계속 바라보는데 산 계단을 오르는 희끗희끗한 등산객들이 보인다.

"애들온다!!"

동욱이가 주차장을 바라보다가 그렇게 내게 말한다.

그런데 왜 오늘따라 친구들이 오는게 그렇게 반갑지 않을까........
난 피식 웃었다.
정말 알 수 없는 내 마음.
봄이라 그런걸까.......

호수에 냅다 돌을 던지고 싶다. 물이 다 깨지도록.......

<이~~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