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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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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의 발정


BY 휴네워 2013-02-11

 

암족제비는 발정한 동안 수컷을 못만나면 죽는다고 한다.

 

갑자기 몸이 뜨거워지면 챙피하잖아

 

"얼릉가자!!"

"왜?"

"그냥...."

"빨리 가야돼?"

"응, 동서들도 왔을텐데..."

"그래, 그럼 내려가지 뭐"

 

우진이와 나는 손을 되잡고 하산 했다

 

차를 타고 속리산 삼거리를 접어드니 그림같은 모텔 호텔하나가 언제 생겨 났는지 보인다

이름이 참 특이하다

 

<낙타의 발정>

 

희안한 이름도 다 있네

 

우진이도 힐끗 간판을 쳐다보다가 나를 흘겨보는게 보인다

 

"누나, 이쁘다!!"

"뭐야...^^"

"역시 이뻐~"

"누가 그래 이쁘다고 아무도 안쳐다봐 이젠"

"아냐...그대로야..좀은 더 고와졌다고 할까 ㅎㅎ"

"고와져? 곱긴 늙은거지"

 

우진이의 운전하는 오른손을 툭 치면서 이쁘다는 걸 싫어하지 않는 여자의 맘을 알것같다

 

하긴 노인정에서도 로맨스가 유행한다잖아

멋진 노신사 하나를 두고 몇 여자들이 선물공세를 하고

맛난것 사준다고 불러 내기도 한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었지?

 

"다왔네~"

"그래, 얼릉가봐 엄마가 기다리시겠네...."

"그래, 누나 내일 연락해"

 

차가 멈췄다

모퉁이만 돌면 시댁이다

 

차에서 내리니 우진이도 내렸다

그가 그윽한 눈으로 나를 내려본다

시선을 비키지 않을 수가 없어 산을 본다

눈이 하얗게 남아 있고 소나무 참나무 어우러진 버듭산은 여전하다

 

"누나, 고마워요"

 

그가 내게로 다가 와서는 와락 나를 안는다

숨이 막히는 것같다

남자의 냄새가 포말처럼 나를 소용돌이치게 한다

뜨거웁기를 기다리지만 이래서는 안되는 마음같은것이 나를 굼뜨게 하고

 

"얼릉가!!"

 

나는 우진이의 손을 풀었다.

 

"그래...내일 봐요"

 

나는 손을 흔들었다.

우진이의 발길이 무언가 아쉬워 보인다

 

<난 엄마야!! 난 유부녀잖아...그리고 우진이는  동생이잖아...>

 

갑자기 내 머릿속과 가슴속에서 이런 변호의 말이 솟아나는 것 같다

 

차가 멀리 사라질때까지 난 시댁으로 들고갈 선물을 손에 쥔채 서 있었다

까마귀는 다 잡아 먹었다더니 까치 두마리가 깍깍거리는 길을 난 걸어간다

 

남편은 설근무를 하고 난 왜 허구한 세월에 혼자 시댁에 가야하지?

돌팔이 남편!!!

나는 뭐야?

 

그리고 낙타같은 내 발길마다 낙타의 발정 간판이 자꾸 기억날까?

그리고 우진이의 숨결이 아직 내 가슴 동산에 잔기운을 다 태우지 못하고 울렁거리는걸 부인하지 못할까

 

봄이 곧 올텐데

봄은 여자가 흔들리는 계절이라잖아

 

그래 나 정말 흔들릴지도 몰라

니만 아는 불혹의 노래를 작곡할 지도 몰라

 

저만큼 시댁의 파란대문이 보인다

남편과 흡사한 시아버지가 오늘은 또 무슨 말씀을 내릴실지

 

이집 식구들은 매사에 충고스타일이야

 

충고한다고 되냐?

낙타의 발정 낙타의 발정

이상한 호텔의 이름

 

나 왜이러지?

암족제비야 발정난 낙타야

흔들리고 싶은 여자

하늘아 무너져라 잔별아 부서져라

새로운 연정의 밀실아 어서와라

나도 나를 모르는 고향의 설날을 뭐하러 온거야

 

도수장간 같은 시집으로 난 흐느적거리는 발길을 옭기고 있었다

 

<돌팔이 돌팔이 내남편 오늘도 잘난척하며 설치겠지...> 

 

고향은 설인데도 호젖하고 어디선가 개짓는 소리가 들려온다

 

사막에서 암낙타가 발정이 나면 어찌해야 하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