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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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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바다가 보고싶어(7)


BY 허허연 2012-09-11

                                                  < 7 >

 

딸아이는 편지를 핑크색 편지봉투에 담아 선생님께 드렸다고 했다. 선생님이 뭐냐고 하셔서 '편지예요'했다고 했다. 총각선생님이라 오해를 하셨을 가능성이 높았다. 일부러 딸아이가 오해를 유도한 것 같았다. 며칠이 지나도록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딸아이보다 내가 더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나서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폭풍전야 같은 침묵의 시간이 며칠 흘렀다. 딸아이도 아무 말이 없었다. 내가 답답해 먼저 물었다.

 

"선생님이 아무런 말씀도 안하시니?"

"네. 그런데 이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들어오시지는 않아요. 애들도 안 때리고. 그렇다고 나를 부르지도 않으시고 그래요."

 

딸아이가 그리 걱정하는 기색은 없다. 선생님이 달라지신 모습에 약간은 의기양양한 마음도 있어 보였다. 그러나 말로 드러내고 싶지는 않은가보다.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며칠 후 딸아이는 학교에서 뜻밖의 일을 겪었다. 학생주임 선생님이 딸아이를 불렀다는 것이다. 학생부에 불려가면서 긴장을 했다는 얘기부터 시작했다. 부장 선생님이 딸아이가 담임선생님에게 보낸 편지를 가지고 계시더란다. 부장 선생님은 그동안 교실에서 있었던 일들, 친구들 이야기, 특히 현이에 대한 이야기도 자세히 물으셨다고 했다. 그리고 현이와 딸아이가 둘이 짝이 되고 몇 몇 다른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하는 등산대회도 약속하셨다고 했다. 나는 딸아이가 일을 해냈다는 생각에 나름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딸아이는 다른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나보다.

 

"그런데 말야. 엄마. 선생님이 학생 앞에서 다른 선생님을 그래도 돼?"

"뭘?"

"학생주임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을 한심하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는데 말야. 그건 학생 앞에서 그러면 안 돼잖아? 난 정말 선생님을 존경할 수가 없는 게 제일 힘들어. 내가 학교에 가서 뭘 배워야 해?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그런 걸 배우러 가야 하나?"

 

승리감에 잠깐 빠져들 뻔했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애들도 어른들의 위선적인 태도는 다 알아챈다. 그렇다고 솔직한 마음을 아무데서나 드러내는 것도 예의는 아니다. 모범은 아니더라도 예의라도 갖추어주었더라면 좋았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