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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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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왔다갔다


BY 하마씨 2012-02-10

성민은 눈앞의 그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의 기억속의 현지가 눈앞에 나타난 것 이었다. 긴 생머리와 방긋 미소 지은 얼굴, 게다가 저번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조곤조곤한 말투까지. 그가 그토록 그리던 현지의 모습인 것 이다. 지난번과 다른 모습에 다시 처음 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 슬쩍 낯을 가리고 있는 성민을 보며 현지가 음식을 주문했다. 메뉴는 돌솥비빔밥. 역시나 한식이었다. 그녀도 자신처럼 한식을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현지는 평소 어른들과 외식하면 으레 하던 대로 성민의 앞에 티슈를 깔고 수저를 그 위에 살포시 올려놓아주었다. 현지의 그런 모습을 보며 성민은 또 한 번 감탄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이런저런 얕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비빔밥이 나왔다. 빠른 손놀림으로 능숙하게 모두 비빈 현지가 성민을 바라보니 그는 아직도 열심히 밥을 비비고 있었다. 문득 그가 귀엽다고 느낀 현지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의 밥까지 비벼 주었다. 그런 현지를 바라보는 성민은 어느새 마음이 푸근해짐을 느끼며 눈앞에 있는 이 여자를 꼭 잡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느새 식사가 모두 끝나고 성민과 현지는 근처 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 사람은 같은 의자에 앉아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현지는 옆에 앉은 성민이 오늘은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여전히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니 이 만남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아쉬워하고 있었다. 반면 성민은 그녀가 마음에 쏙 들어서 어떻게 하면 그녀와 더 진지한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이었다. 이렇게 같은자리 다른 생각을 하던 두 남녀는 어느덧 인사한 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온 현지는 그래도 즐거운 만남이었다고 생각하며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갔다. 같은 시각, 성민은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한참을 만지작 거리던 그가 드디어 용기를 내서 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나는 노래의 컬러링을 몇 번이나 들었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시무룩해진 그가 이제 그만 끊으려는 찰나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한참 동안이나 통화를 한 뒤에야 잠에 들 수 있었다. 물론 다음에 만날 약속까지 한 후였다.

드디어 세 번째 만남의 아침이 밝았다. 현지의 방은 또다시 분주했다. 지난번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신경 쓴 차림의 현지가 살짝 붉어진 얼굴을 붙잡고 거울을 보며 한껏 미소 짓고 있었다. 성민의 방도 분주했다. 성민도 지난번만큼은 아니었지만 꽤나 열심히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이제 약속시간은 한 시간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현지는 발걸음도 가볍게 집에서 나와 버스에 올랐다. 주말 오전인데도 버스에는 사람이 많았다. 탁한 공기와 밀쳐대는 사람들로 인해 기분 나쁠 법도 하건만 현지는 연신 싱글벙글 이었다. 같은 시각 성민은 휘파람을 불며 차를 정리하고 있었다. 오늘은 현지와 한강변으로 드라이브를 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탈 자리를 열심히 청소하고 있는 것 이었다. 대충 정리가 끝나자 성민도 날아갈 듯 한 표정으로 약속 장소를 향했다.

두 사람이 만났다. 아직 약속 시간까지는 20분도 더 남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금 두 사람은 웃고 있다. 첫 만남과 둘째 만남보다 훨씬 기분 좋은 세 번째 만남 속에서 아름다운 한 쌍의 커플이 서로를 마주보며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