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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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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둘이다.


BY 영영 2011-10-02

" 일어났니?  밥 먹어야지~ 응?"

 

엄마는 혹시 딸의 늦잠을 방해할까봐 작은 목소리로 물어본다.

 

" 으응~~ 일어나야지~ "

 

나는 한쪽눈을 여전히 감은채 몸을 일으켜 세운다.

 

아홉시 25분을 막 넘어가는 시계.

 

나는 마루로 나와 엄마를 찾는다.

 

엄마는 어느새, 마당에 나가 아버지와 마주 서서  새를 가리키며 연신 벙글거린다.

 

하얀 문조. 

 

엄마의 지극정성으로 문조가 알을 벌써 6개나 낳은것이다.

 

" 얘네들이 아는가봐요, 얼마나 잘 먹는지,,, "

 

엄마는 달걀노른자와 조를 비벼, 햇볓에 잘 말린걸 사료로 준다.

 

얼마전부터는 전복껍데기를 구해다가 잘게 빻아서 또 다른 사료통에 넣어주었는데

 

하~ 요넘들이 이 맛을 얼마나 기가막히게 아는지...

 

엄마와 아버지는 새장앞에 그렇게 다정히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 일어났네, 밤에 늦게 자지마라, 밥 먹어야지?"

 

" 준영이가 열한시까지 온댔어.  그냥 대충 빵먹을래. 그거 남았지? "

 

어제  엄마와 낮에 먹던 모카빵이 생각이 났다.

 

" 식탁에 봐바,, 근데 빵이 식사가 되니?"

 

" 이제 부화할때가 되지않았어? 응? 쟤들 부리좀봐, 봐도봐도 귀엽단말야!"

 

난 아버지와 엄마사이에 끼어앉으며 너스레를 떤다.

 

 

준영이는 길에서 만난 친구다.

 

좀 우습긴 하지만 우스개소리처럼 "길에서 오다가다 만난 사이"라는게 내 이야기가

 

될줄이야...하하..

 

처음엔 별로 신경을 쓰지않았었다.

 

그건 6개월전쯤으로 거슬러올라가야하는데,  학교가기위해 버스정류장에 나가 서있으면

 

나와 같은 시간에 항상 버스정류장에 서있던 아이.

 

그리곤 같은 버스를 탄다.   왜 눈치를 못챘을까?

 

매번 버스정류장에서 마주치다보니, 눈인사를 하게 되고, 미소를 짓게 되고, 급기야는

 

" 오늘은 좀 늦게 나왔네요?" 말을 걸어오는 준영이었다.

 

우연하게 만나, 버스를 타던 우리는 언젠가부터 약속처럼 같은 시간에 만나 버스를 탄다.

 

" 너, 오늘 채플있는 날 아니었어? 이렇게 가면 늦을텐데?"

 

" 알아, 두번째 결석처리되겠군.  할 수없지뭐.."

 

이렇게 서로의 스케줄까지 챙겨주는 사이로 발전도 했다.

 

 

"열한시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아" 혼잣말을 하며 난 커피물을 올린다.

 

 

오늘은 토요일, 준영이는 기차를 타자고 했다. 

 

계절도 좋고, 날씨도 좋고, 그리고 무엇보다 강을 보러 가는거였다.

 

성북역까지 전철을 타고가서, 그 곳에서 기차를 탔다.

 

"하늘이 너무 예뻐, 하늘좀 봐~"

 

난 고개를 창에 대고 하늘만 쳐다보느라 여념이 없다.

 

그런 내 모습만 쳐다보는 준영이다.

 

기차는 설레임들을 실은채 달리고 있다.

 

................................................................................

 

 

내 방문이 획~ 열어젖히는 소리에 화들짝 잠이 깼다.

 

" 야!! 여직 안일어나고 뭐해! "

 

엄마는 저벅저벅 방 안으로 들어와, 창문을 열어젖힌다.

 

그나마 아늑했던 내 또 다른 일상에 찬물이 끼얹어지는 순간이다.

 

" 일어나! 일어나서 밥 먹고, 자려면 그리고나서 또 자던가!"

 

엄마는 참 매너도 없지. 라고 생각을 하는데 엄마는 또 소리친다.

 

" 넌 누굴 닮아 게으르니? 쯧쯧쯧"

 

엄마는 방문을 열어젖힌 상태로  부엌으로 간다.

 

",, 밥 먹기 싫은데, 일어나자 무슨 밥이람.." 혼잣말을 해보는 소심한 나.

 

아침 여덟시가 되려면 10분정도 남은 시각이다.

 

비틀비틀 화장실로 가서 거울을 본다.

 

다크써클에 광대뼈엔 기미가 주근깨처럼 퍼져있다.

 

" 아직 스물한살에 왠 기미가? "

 

이건 필시 엄마때문일거라는 자체판단을 해본다.

 

내 심장은 거의 말기심장암환자가 된듯하니말이다.

 

이 집에 살고 있는 나와 아버지는 이미 엄마의 노리개겸 샌드백이니 말이다.

 

화장실에서 나와, 부엌으로 간다.

 

콩나물국, 김치, 김, 두 종류의 짱아찌, 그리고 조기조림.

 

엄마는 식탁에서도 화를 낸다.

 

" 네가 새냐? 응? 쪼고 앉았게? 참~ 복도 없게 먹는다. 퍽퍽 먹지못하고!"

 

아버지는 늘 말이 없다.  내 기억속에 아버지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말이 없다.

 

엄마는 항상 신경질적이고, 항상 흥분해있거나, 아니면 늘 여기저기가 아프다며

 

들어눕거나, 아니면 춥다춥다를 입에 달고 있다.

 

엄마는 과거의 소소한 일들을 매번 꺼집어 내어 아버지를 달달 볶기도 한다.

 

밥먹는 내내, 엄마는 또 과거의 어느 싯점에 꽂혀있는게 확실하다.

 

아버지도 나도 엄마의 눈치를 살피기에 연연하고 있으니, 밥이 밥같겠는가?

 

" 너, 오늘 학교 안가지? 이따가 엄마랑 롯데나 가자!"

 

엄마는 쇼핑을 하며 화가나는걸 돌리려하는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