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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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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BY 슬픈 사람 2011-10-03

병원에서 엄마 아빠를 만났다.

할말이 없었다. 그저 미안하고 죄송할 뿐...

자식이 웬수라는 말이 지금 써야 하는 말이 아닐까... 이렇게 미안하고 죄송스러워 엄마아빠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다.

그저, 얼른 퇴원해서 시골로 오라고 말씀하신다.

그래...

시골에 가야지...

이 차갑고 어지러운 땅에서 내가 어찌 살까...

얼른 정리를 시작해야지...

 

다니던 직장에서 전화가 왔다. 사직서를 낼 터이냐고...

그렇지... 사직서...

생각지도 못했는데...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군...

그녀 덕에 나는 회사도 그만 두어야 하게 되었군...

 

 

그녀는 참 나의것을 잘 빼앗아 가는군...

남편을 빼앗았고, 나의 행복을 뺏어 갔고, 나의 건강을 가져갔고, 또 나의 직장도 가져가 버렸다.

나는 미련퉁이인가보다. 뺏기기만 하는군...

생각해본다. 난 뭘 해야 하나?

그녀에게서...?

아니다.

나는 나를 지키기로 했다.

 

이미 빼앗겨 버린 것들에 미련을 두지 않겠다.

하지만 그런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빼앗아가면 안된다는 것을 그녀에게 가르쳐 주고 싶다.

그래서 변호사를 선임했다.

 

내 생각을 정리한다.

그녀와 나...

너무나 비정상적인 관계...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관계는 아니리라...

 

언니는 나에게 말한다.

"머리끄댕이라도 잡고 흔들어야지! 나쁜년, 이라고 욕이라도 해야지! 에이 드러운 년! 하고 침이라도 뱉어줘야지!"

그래...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다.

 

이제 나의 그녀에 대한 마지막 예의를 지키며, 법적인 심판대에 올리기 위해서 나의 남은 시간을 보낼것이다.

 

어는덧 목덜미에 서늘한 바람이 분다.

냄새가 이미 가을의 한복판이다.

 

홀로 밤을 지샐 나에게 처량스런 귀뚜라미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한다.

이 긴 싸움에도 시간은 잘도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