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을 한번 본다.
푸석한 머리, 그간 신경을 안썼다고 기미가 피부밑에서 슬금슬금 올라온다.
'그래, 여자는 관리를 해야지!'
샤워를 하고 머리를 빗고, 오랜만에 맛사지도 해본다.
나는 유쾌한 사람이었어!
모처럼 친구들에게 전화도 해서 만나자고 해본다.
깔깔거리며 친구들 흉도보고, 시어머니들 흉도 본다. 애들 키우는 이야기로 이야기는 끝이 없다.
들으면서 웃고는 있지만 나는 마음 속으로 말한다.
'그래! 너희들은 행복한 사람이야.'
내가 기댈사람을 찾아본다. 문득 시어머니가 떠오른다. 그녀에게 전화를 해본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는 팔다리가 아프다고 나한테 푸념이다. 당신이 어렵고 힘든 이야기만 한다.
한참이나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가 나는 말한다.
'어머니, 훈이 애를 낳아 왔어요...!'
그녀가 말을 멈춘다.
우리 둘사이에는 한참의 정막이 핸드폰 속으로 흐른다.
그녀가 어떤 얼굴이었을까?
어떤 행동을 했을까?
모르겠다. 나도 모르겠다.
우리가 어떻게 통화를 끝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녀는 그녀의 아들에게 전화를 했겠지...
나는 기다린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외침도 없이 소리없이 기다린다.
조금씩 더 외롭다고 느껴진다.
아이방으로 쓰려던 우리의 방에 그의 짐이 치워지고 빈 방이 되고...
그와 아이를 위해 만들었던 십자수들은 모두 쓰레기 봉투속에 자리 잡았다.
우리가 늘 이야기 했는데...
딸을 낳으면 훈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내가 그렇게 말했었는데...
그럼 훈을 닮아 키도 클테니 미스코리아 시키자고..., 아니 수퍼모델을 시키자고...
그런 꿈 같은 시간들이 나에게도 있었는데...
또, 찬장에 초록색 소주병이 보인다.
나는 그걸 들이킨다.
텔레비젼에 연속극이 이야기를 하고, 나는 안주도 없이 소주를 들이킨다.
눈꺼풀이 무겁다. 어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