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새벽을 흔들어 놓고...
나의 마음은 생선가게에 놓인 죽은 생선같다. 나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주말이 시작된다.
예전같으면 그와 함께 영화도 보러가고, 이불도 사러가고, 백화점에 다니면서 함께 쇼핑도 했을 텐데...
그땐 그것이 당연한 일이었는데 ...
우리에게 그 행복은 다시 오지 않겠지?
잠을 설쳐서 인지 어지럽다.
혼자서 집에 있는것도 두렵다.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가도 되냐고...
나도 참 그렇다. 시어머니 모시고 사는 언니집에 가겠다니...
사돈어른께서 분명히 훈을 물을 텐데...
용기를 내서 지하철을 탔다. 버스를 타면 편하겠지만 버스를 타다가 쓰러져 죽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령의 승용차를 보게 될까봐 버스차창에 비치는 승용차만 보아도 위장이 요동친다.
언니네 집에서 조카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형부가 마트에 가자고 한다.
내 사정 뻔히 아는 형부의 배려다.
언니 형부와 함께 조카들 이불을 고른다.
형부가 문득 베게를 사주신다고 한다.
끌어 안고 잘 남편이 없는 나에 대한 배려 일 것이다.
저녁까지 잘 먹고 집으로 왔다.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제 정리를 해야지...
언제까지나 그의 껍데기와 살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그의 짐을 여행가방에 정리했다.
그리고 우리집 냉장고 를 정리 했다.
텔레비젼은 00을 주고, 김치냉장고는 친정엄마 드리고, 소파는 00주고, 책상은 000을 주고...
아무것도 남김없이 정리하고 싶다.
그와의 결혼사진...
버려야 할까?
나는 또 망설인다.
치우지 못하고 또 그냥 둔다.
전화가 울린다.
그다.
이야기를 하자고 한다.
나는 집으로 들어와서 이야기를 하자고 한다.
그가 밖에서 술을 한잔 하고 싶다고 한다.
우리는 번화한 거리의 한 주점에서 간단히 소주를 마시며 정리에 대해 이야기 했다.
물론 그가 정리를, 이혼을 하자는 이야기 였다.
내 가슴을 가장 쓰라리게 한 말은...
그가 태어나서 단 한번 인생의 희열을 느낀것이 그의 아이가 태어난 것이라고...
그는 일단 그녀에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류정리가 끝날 때 까지 회사 동료의 집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또 바보가 되었다.
언젠가 그가 돌아 올거라고 믿고 있었던 것일까?
나는 소주를 안주없이 마셨다.
내 속에 쓴물이 가득하다...
이제 눈물도 멈추었나보다.
그에게 미안하지만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그의 가방을 챙겨 나갔다.
집이 휑하다.
정말 그가 집을 나갔다.
이제 나는 정말 혼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