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깨질듯이 아픈것이 벌써 며칠째인지 모르겠다.
이러다가 정말 정신이상이라도 생길것 같다.
눈을 감으면 령과 훈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36년간 지내온 나의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진다.
뭐라도 해야 했다.
뭐든 해야 했다.
냉장고를 몇번이나 다시 정리하고,
옷장을 또 정리하고,
책장을 정리하고, 반년이나 지났는데 새 달력을 사다 기념일들을 다시 표시했다.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변호사를 만나야 겠다.
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먼저 상담을 해주는 변호사를 찾아보았다.
썩 마음에 드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지만 집에서 가까운 사람을 선택했다.
우선 시간을 예약하고 차가운 그 변호사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그 사무실이 있는 곳에는 변호사들의 사무실이 빽빽히 들어서 있었다. 이렇게 많은사람들이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 얼마나 소송이 많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색깔도 맘에 들지 않는 갈색 가죽 소파에서 바라보면 열심히 닦았을 장식품들이 냉랭히 눈에 들어왔다.
변호사 사무실 앞에서, 먼저 변호사 사무실 직원인 듯한 남자가 와서 상담을 했다.
"어떻게 오셨나요?"
"상담을 좀..."
"이혼이신가요?"
"예? 아니요? 아니 이혼이요..."
이혼이라는 말을 입에 담고 싶지는 않았는데...
내 입에서 이혼이라는 말이 나왔다.
나는 나의 상황을 주절주절 이야기 했다.
그런...
그런...
그 긴 이야기를 주절거리는 동안 직원은 종이에 끄적거리기도 했고,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