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유류분 제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464

썩은 나무에 꽃이 피는지...


BY 슬픈 사람 2011-08-30

달력에 표시를 한다.

외박...

그가 어디에 있을지 나는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고민하면서 다시 표시를 한다.

 

친정엄마의 전화다...

 

'너 무슨일 있냐? 아이고 왠 애기가 와서 나한테 턱 안기는 꿈을 꿨다. 너 애 생기려나 보다.' 

엄마...

엄마꿈 맞아...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그냥 덮는다.

 

엄마도 훈과 나의 아기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훈이 먹다 남긴 소주병이 보인다.

 

한컵을 따라 본다.

 

소주병에서 흘러나오는 소주의 색은 투명하다...

한잔을 마셨다.

맛을 못느낄 것 같다...

다시 한잔을 마셨다.

머리속에서 거품이 인다.

 

얼굴이 뜨거워 진다. 소주병을 두고 나는 누웠다.

 

내 입속에서 무언가가 나온다.

내 눈이 그걸 확인한다. 시커먼 물이다.

나는 분명 투명한 소주를 먹었는데 내 배속에선 시커먼 물이 나온다.

 

내속은 이미 시커먼 채로 물들어 있나보다.

 

빨래를 돌리다 훈의 옷이 보인다.

 

속옷과 양말을 깨끗하게 정리해 준다. 나의 의무이니까...

아무도 누구도 하지 못하는 아내로서의 나의 의무...

령은 아내가 아니기에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대한민국에서 서류상 아내로 등록된사람은 바로 나 라고,  령 니가 아니라고 ...

 

딩동...

 

문자가 날아온다.

 

훈이 두고간 핸드폰이다...

 

 령이다. 

 

' 우리 욱이아빠... 두집살림하느라 힘들지..., 우리 얼른 욱이랑 행복하게 살자...! '

 

아마 나 보라고 일부러 보낸 것이겠지...

그럴것이다.

나쁜여자...

 

나를 이토록 비참하게 만들다니...

견디기가 힘이 든다.

 

견디다 견디다 국선변호사를 찾아갔다.

나의 사정을 이야기 했다.  변호사는 이런일 저런일 다 겪어본 사람이라서 일까?

내가 어떻게 하고 싶으냐고 묻는다.

나는 그냥 돌아 나왔다.

 

내가 할 수 있는것이라고는 그에게 이혼을 청구하는 것 뿐 이라는것...

그렇게 되면 나는 영영 그의 아내자리를  령에게 주는 것 이라는 것...

그리고 그들은 셋이서 행복하게 살거라는것...

 

나는 더욱 더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터벅터벅 한참을 걸어서 집까지 왔다. 너무 어지러워서 버스를 탈 수 없었다.

집에 돌아오니 훈이 누워있다.

 

갑자기 분노가 폭발하듯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훈에게 화를 내기시작했다.

"너 어쩔건데, 이렇게 해서 어떻게 할건데..."

"나더러 어쩌라는거야!"

"해결하자고, 이렇게 어떻게 살아!"

훈이 돌아 누워 버린다. 화가났다. 일어나라고 하면서 소리를 쳤다.

이 일에 안일하게 될대로 되라 는 식이었다.

갑자기 훈이 '에이 씨!' 하면서 문을 손으로 콱 쳤다. 합판문이 툭하고 부서졌다.

그가 나가 버린다.

 

나는 그와 이 일을 해결하고 싶다.

그런데 너무 화가나서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눈물이 왈칵 쏟아오르면서 나의 목소리가 집 밖으로 흘러 나갈 만큼 크게 통곡을 했다.

" 어쩌라고... 나더러 어쩌라고..."

내 목소리는 빌라를 벗어나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내가 잡을 수 없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