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바라보았다.
훈은 그녀와 나를 바라보다가 벌떡 일어났다.
내앞에 당당한 그녀의 뒤에서 12월의 찬바람이 파자마 바람의 내살 속으로 파고들었다.
훈은 점퍼를 들고 그녀의 손을 잡고 나갔다.
나에게 단한마디의 핑계도 대지 않았다.
나는 바보였다.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나, 저남자 아이 임신했어요.
너무나 당당한 그녀였다.
나...
결혼 7년 동안 아이하나 가지지 못한 죄인 이었나?
내가 왜 어째서 한마디도 하지 못한것일까?
그날 밤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다음날도 돌아오지 않았다.
5일째 되는 날 그가 왔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일 없었던 듯이 조용히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밥을 차려먹었다.
내입은 실로 꿰메 졌는지 도데체 한마디도 떨이지지가 않았다.
그냥 그대로 또 하루가 갔다.
다음날 그가 또 퇴근을 하고 집으로 왔다.
내가 물었다.
" 정말이야? 그여자? 니 애가진거 맞아?"
그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어이가 없다. 하늘이 무너진다. 억장이 무너진다.
눈물이 나왔다.
이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배신감, 서운함, 무력함...이 모여 눈물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할거야? 지워!"
나는 냉정하게 이야기 했다.
아이를 지우는 것이 큰 죄인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태어날 아이와 나와 그리고 그아이의 엄마와 그리고 훈 그리고 우리들 사이에 얼키고 설킬 가족들의 불행이 보였다.
그래서 단호히 말했다.
"지워....꼭..."
다음날 나는 그에게 현금 300만원을 통장에서 찾아주었다.
"오늘 지워..."
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내 잘못이었다.
따라가야 했었다.
내눈으로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가 눕히고 수술을 마치고 나올때 까지 거기 있어야 했다.
내 잘못이었다.
나의 잘못...
그녀가 보기 싫어서, 비참한 나의 현실을 피했던 나의 잘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