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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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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생긴 일


BY 슬픈 사람 2011-08-28

12월 이었다.

결혼 7년차 소방관인 남편과 간호사인 나는 서로 주야근무로 늘 바빴다.

작년에 은행에 융자를 내서 작은 집도 한칸 마련했다.

그간의 노고를 서로 치하하면서 우리는 이제 아이가 하나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주간일때 남편은 야간에 일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잠자리를 멀리하게 되었다.

그냥... 그것이었다.

밤새 소방관으로 일하고 온 남편을 위해서,

밤새 간호사로 일하고 온 나를 위해서...

그냥 서로의 배려였다.

그렇다고 생각하고 여태껏 살아왔다.

 

훈...

그의 이름이다.

좀 평범하지만 그래도 나를 잘 알아주는 착한 남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착한 남자였다. 내가 아는 한...

 

그는 어린시절이 불행했다고 했다.

그는 주민등록등본에는 아버지가 있었다.

하지만 그가 아버지와 살아온 날들은 어린시절 잠시 뿐이었다.

바람난 남자들은 꼭 조강지처를 괴롭히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 떠난다.

그의 아버지도 그러했다.

그의 엄마가 그렇게 이상하게 변한것도 아버지의 역할이 컸다.

내가 그와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나의 친정아버지는 매우 반대를 했다.

그의 어머니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난 평판과 그의 아버지의 행실 때문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무기를 휘둘러 자신의 씨앗을 여기저기에 뿌리려고 한다.

그 밭이 어떤밭인지 상관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순간에 있는 밭이면 되는 것일까?

그의 아버지는 4번째 여자를 거처 또 다른 여인의 밭에 머물고 있다.

무책임한 그의 아버지는 또 다른 여인의 밭을 통해 또 다른 아이를 낳고 그의 배다른 형제들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호적상의 맏아들의 결혼식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훈이가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낸것이 늘 안쓰러웠다.

아버지처럼은 안살고 싶어, 나는 내 아이에게 만큼은 꼭 가정다운 가정을 꾸리게 하고 싶어.

술이라도 한잔 걸치면 훈은 말했다.

 

결혼초 우리가 아이를 가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훈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될까 고민을 해서였다.

그는 늘 두려워 했다.

내가 아버지 처럼 되면 어쩌지...?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면 어쩌지...?

그는 늘 고민했고 아이를 거부했었다.

그렇게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

그의 친구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고 있던 나에게 갑자기 이상한 일이 생겼다.

11시 정도 였다. 우리들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와인을 한잔 씩 마시고 있었다.

3층 빌라였던 우리집으로 누가 찾아왔다.

나는 문을 열어주었고,

내가 모르던 한 여자가 들어왔다.

 

"나 저기 앉아있는 훈이라는 남자 애를 임신했어요."

그녀의 얼굴이 내 머리속부터 나를 혼란하게 만들었다.

나는 거실에 앉아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고개를 떨구었다.

그녀는 내가 들어오라는 말도 하지않았건만 당당히 우리집으로 들어왔다.

나는 말한마디 못하고 죄인처럼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 6개월이라서 지우지도 못해요. 훈씨가 오늘 연락이 안되서 찾아왔어요."

당당한 그녀는 큰소리로 말했다.

 

숨이 막혔다. 말이 안나왔다.

텔레비전에서 보면 이럴때 그여자에게 따귀라도 한대 갈겨야 하는데...

나는 유리병에 갖힌 식물보다도 못하게 온몸이 굳어 버렸다.

 

함께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던 그의 친구 가족들도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