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으로 비껴드는 햇살이 따뜻하다.
닿기만해도 데일 듯 따가운 햇살을 피해 다디던 여름이 언제였나싶게 선선해진 날씨에
따뜻하게 다가서는 햇살이 반가운 요즘이다.
벌써 10분째 미영은 베란다 창을 내려다보고 서 있다.
'올 때가 됐는데....'
초조한 마음으로 창 밖을 바라보던 미영의 눈에 건너편 아파트 동 사이로 노란 유치원버스가 빠져나온다.
노란 버스가 눈 깜짝할 사이 아래에 멈춰서고 동그란 아이 하나가 폴짝 뛰어내리더니
선생님께 꾸벅 인사를 하고는 후다닥 계단을 올라선다.
아이가 현관입구로 사라질 때까지 선생님이 잠시 멈춰 서 바라보고 있다.
두근두근....
현관문을 열고 살짝 내다본다.
2, 3, 4, ...
현관문을 닫고 문고리에 손을 얹은채 잠시 기다린다.
띵~동, 띵~동
"엄마!!!!"
문 열 틈도 없이 벨 소리와 함께 문을 두드리는 작은 손.
"아유, 우리 준영이 왔네~"
문을 활짝 열자 상기된 표정의 준영이 반짝이는 눈으로 미영을 바라보고 있다.
"엄마, 나 혼자 왔어~ 잘 했지? 나, 잘했지?"
아이는 무슨 큰 일이라도 한 양 잔뜩 흥분해서 엄마의 칭찬을 기대한다.
미영은 아이를 품에 안고 등을 토닥여준다.
손 한번 놓지 않고 눈 한번 떼지 않고 바람불면 날아갈 듯 조심조심 키운 아이이다.
유치원 마치는 시간이면 아파트 현관입구에서 5분전부터 아이를 기다리고
어딜 가든 한시도 떼놓지 않아 엄마 껌딱지라는 별명까지 붙게 만들었었다.
그랬는데 그런 미영때문에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못하는 건 아닌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나니
덜컥 걱정이 되었다.
어젯밤 미영은 슬쩍 아이에게 물어보았었다.
"준영아...만약 차에서 내렸는데 엄마가 없으면 준영이 혼자 집에 올 수 있어?"
"왜? 왜 엄마가 없는데?"
"엄마가 집에 있는데 혹시 준영이 오는 시간에 못나가면 우리 준영이 어떡하나 하고.."
"그럼, 집에 오면 되지....계단 올라와서 엘리베이터 타고 우리집이 16층이니까 16 누르고...
그럼, 엄마 집에 있을꺼지? 내가 벨 누르면 엄마가 문 열어줄꺼지?"
"아유..우리 준영이 다 컸네~ 혼자 올 수 있겠어? 엄마 없어도?"
"그럼, 난 형안데..소나무 반인데..혼자 올 수 있어, 그럼 엄마 내일 나오지마. 내가 혼자 올께.알았지?"
오히려 아이의 말에 미영이 당황스러웠다.
혼자서도 집에 올 수 있으니 엄마 나오지마란 얘기에 살짝 서운하기까지 했다.
언제까지 엄마 없으면 안된다고 품에 파고 들줄 알았는데 아이가 먼저 스스로 혼자 할 수 있다고
떨어져 나가는 듯하여 내심 기특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지는 듯 묘한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