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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여자


BY 비단모래 2011-05-18

1

부지런히 옷을 주워 입었다.

아니 주섬주섬 입었다고 할까 허둥지둥 입었다고 할까

아니, 오늘따라 왜 이렇게 브래지어 끈은 잠기지 않는 걸까

브래지어 호크를 잠그는 손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

겨우 브래지어를 잠그고 팬티를 입는데 침대에 모딜리아니 시계처럼 늘어져 나를 바라보던 그가 말했다.

 

"씻고 가, 다른 남자의 정액냄새 가지고 가야 좋을 게 없어"

 

갑자기 그의 말이 역겨워졌다.'저런 바람둥이, 어떻게 그런 걸 알아'

내 몸에 쏟아놓은 자신의 정액이 유달리 냄새를 풍기는 줄은 알고 있는 건가.

그 유치한 사랑행위의 대가를 꼬박꼬박 받아내는 파렴치한 그의 얼굴을 바라보기 싫어 대꾸도 하지않고 바지를 입으려는데 그가 일어났다.

 

"그러지마, 내가 씻겨줄게"

 

그는 나를 욕실로 잡아끌었다.

샤워기를 틀어 자신의 손으로 물 온도를 맞춘 그는 천천히 나의 몸을 닦아 내리기 시작했다.

머리에 물을 묻히고 세수를 시키고 샤워기물은 목줄기를 지나 아직 사랑의 꽃으로 피어있는 봉긋한 유두를 지났다.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입을 대어 지그시 유두를 깨물었다.

 

"아직도 식지않았네.대단해 당신 몸은"

 

샤워기물은 유두를 지나 사막같은 배를 건너 배꼽으로 흘렀고 급기야는 무성한 수풀을 지나게 되었다.

물줄기는 꼿꼿하던 수풀을 가르며 흘렀다. 그의 손이 밑으로 들어왔다.

 

"이것봐, 아직 끈적이게 남아있잖아" 그는 두어 번 아래를 문지르더니 내몸을 뒤로 돌려 등을 닦아내리고 엉덩이를 닦아내렸다.

 

"있지. 이런 모텔에 있는 비누로 닦으면 비누냄새가 틀리거든.

그래서 비누를 쓰지않는거야 맹물로 헹구기만 하면 되니까"

 

자상하기도 했다.

그러며 모텔마크가 선명한 마른타올로 온몸을 꾹꾹 눌러 물기를 훔쳤다.

화장대 앞에 앉혀놓고는 드라이어를 틀어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브래지어를 입히고 팬티를 입히고 바지를 입혔다.

나는 지갑을 열어 그의 손에 수표 한장을 쥐어주며

 

"더 있다 갈거야? 난 가봐야 해"

 

모텔을 빠져나왔다.그리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무언가 묵직한 짐 같은 건물 모텔 굿모닝~네온싸인이 불을 켜고 졸고 있었다.

 

굿모닝이라고?

정말 나는 4년전의 그 아침을 잊고 싶다.

그때만 아니었으면 나는 이렇게 이런 몰골로 모텔을 나서지 않았으리라.

나는 행복의 정원에서 온갖 꽃을 가꾸며 살았으리라.

 

나는 정말 괜찮은 여자였다. 되돌리기에는 너무 먼 길을 오기 전 그때만 하더라도.

 

나는 딸을 둘 두었고 아들 하나를 둔 서른일곱의 여자다.

내 남편은 누구라고 말을 하면 이바닥에서는 다 아는 사람이었다.

결혼 당시야 조금 어려웠지만 그의 튼튼한 직장과 성실함으로 결혼 10년이 지나면서 경제적인 안정도 이루었다.

기특하게도 나의 아이들은 공부를 잘했다. 실은 나는 머리좋은 남자를 택하느라 남편을 택했다.

나는 지방대학을 졸업한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실력이 없어 지방대학을 아니었다. 기필코.

 

나는 우수한 학생이었지만 홀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고등학교까지 다닌것도 다행이었다.

아버지는 집배원이었다.5년 전 엄마가 근육경변으로 시달리다 나무토막처럼 말라 비틀어져 숨을 거둔 후

아버지는 자신의 삶을 커다란 가방에 짊어진양 힘들어 했다.

아버지의 오토바이는 언제나 바람이 빠져있었고  공부 잘 하는 딸을 대학에 보내겟다는 궁리는 하지않았다.

공부를 잘 하는지 못 하는지 통지표에도 괌심이 없었고, 딸이 먹는지 굶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하긴 나도 아버지랑 집에서 같이 밥먹은 게 도통 기억이 없는 걸 보니 아버지가 굶는지 먹는지 나도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다행인 건 나에게 형제도 없고 무남독녀 외딸인 거였다.나만 거두면 되고 나만 생각하면 되니까.

 

그해 겨울, 수능을 치렀는데 점수가 상위권 이었다. 학교에서는 학교의 명예를 위해 서울에 있는 대학에 원서를 쓰기를 은근히 바랬다. 하지만 나는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지방대를 선택 할 수밖에 없었다.

4년 장학생,그러면 됐다. 아쉬워 하는 담임 선생님의 허한 웃음을 뒤로 하고 졸업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내인생을 새끼줄 처럼 꼬이게 만들었다. 나는 공부보다도 학생회 일로 바쁘게 지냈고 사학년 때는 급기애 그대학의 최초 여자 학생회장이 되어 막걸리를 마셨고 등록금 인상안을 가지고 총장과 싸웠고 그리고 졸업을 했다.

 

대학 사년 간 그 흔한 미팅 한 번 해보지 않았고 과 커플이니 CC니 하는 그 유치한 대열에 끼지 않았다. 

동기들이 커플반지를 나누며 언약식을 치르는 것을 보면서 니네가 졸업까지 가나보자고 반문했고, 깨지는 커플들을 보면서 내 그럴줄 알았다고 비웃었다.

나는 그대학에 들어 온 남자애들의 실력을 믿지 않았다.

나는 실력이 없어 이학교에 온게 아니라고 사년 장학금이 아니면 대학을 다닐 수 없어 온 것뿐이라고 목줄기에 철사를 감았다. 감히 남자아이들이 나를 향해 휘파람을 불 지 못하도록 찬바람을 일으켰다.

더구나 나는 사학년 이학기에  대기업에 스카웃 된 여자였다.

우리학교 학생들이 감히 바라보지도 못할 (순전 내생각이지만 )회사에 선택되어 총장의 입가에 야릇한 웃음을 지으며 내 어깨를 흔들던 졸업식을 했다.

 

그해 삼월은 참 추웠다. 딸의 졸업식이 지났는지도 입사 첫 출근인지도 모르는아버지는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며 한마디 던졌다.

 

"어딜 가려고 그렇게 낮도깨비 같이 차렸냐"

 

낮도깨비, 그렇다. 나는 어쩌면 도깨비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내가 혹시 도깨비 방망이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게 가난하고 무관심한 아버지 밑에서 대학을 무사히 졸업하고 또 명문대 생들도 들어가지 없다는 회사에서 스카웃제의가 왔다는 건 어쩌면 도깨비 짓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회사는 역전 근처의 가장 높은 빌딩에 자리한 전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통신회사였다.

내게는 기획실에 들어가 회사의 전반적인 일들을 기획하는 파트에서 회사의 제품을 홍보하는데 필요한 기확을 하는 일이 주어졌다. 우리팀은 소수정예 팀이었다.

머리가 적당히 벗겨지고 배가 나온 얼굴 허연 40대 팀장밑에 금테안경을 쓴 기획차장과 날카롭지만 이지적인 얼굴에 키가 180은 돼보이는 건장한 삼년차 선배, 그리고 우울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런 대로 남자다운 2년차 선배 그리고 나 이렇게 다섯명 이었다.

나를 그 팀 사무실로 데리고 가서 인사를 시킨 건 회사 이사였다.

 

"오늘부터 기획팀에 근무할 민송아씨 입니다. 민송아씨는 비록 지방대학이지만 학생회장을 하면서 뛰어난 기획력이 돋보여 기획팀 우래없이 스카웃을 해 온 총망한 신입사원 입니다.부디 팀원들이 잘 가꾸어서 인재를 만드시기 바랍니다."

 

"인사 드립니다. 민송아입니다. 선배님들의 기획력을 잘 배우겠습니다."

 

인사를 마치자 기획팀장이 비수를 던졌다.

 

"아무리 대학시절 기획력이 뛰어났다 해도 우리팀에 지방대 출신은 없어.아무래도 차이가 나서 받지않는다고 우겼는데 이사가 극구 집어넣는 바람에 할 수없이 받았지.더구나 학생회장을 했다고? 무지하게 드세겠구만.

아 이번에 총무과에 들어온 송서정씨 봐. 서울 명문대 출신이고 또 얼마나 이뻐. 송서정씨 달라고 몇번 말했는데"

 

정말 나를 마뜩찮게 바라보면 입맛을 다셨다.밥맛 없다는 표정이었다.

상처난 곳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를 들이댄 것처럼 화끈거려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금테안경의 그가 조용히 말했다.

 

"축하해요. 우리 잘 해 봅시다."

 

그의 말이 아니었으면 ㄱ나는 그문을 뛰쳐나왔을지도 모른다.

지방대학 나온 게 내탓인가. 라고 구구하게 설명하고도 싶었지만 또 이런 오기도 들었다.

 

'그래,일로 보여주마 그 코를 납작하게 해줄 테니'

 

내 책상은 금테안경 맞은 편에 놓여있었다.

책상에 앉아 서랍을 열어보았다.

회사의 다이어리와 필기도구가 가지런히 들어있었고 책상 위에는 개인 노트북과 개인전화기가 놓여 있었다.

컴푸터를 켜고 부팅을 하자 회사 로고가 튀어나오고 초기화면에 사장인사 각 부서소개 그리고 직원소개 자유게시판 등이 돼 있었다.

 

시장 인사말 코너를 클릭했다. 50대 중반 쯤 보이는 사장은 미국에서 20년을 공부하고 돌아왔다는 회장의 큰아즐 이라고 했다. 우리회사는 구제화시대에 발맞춰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으며 통신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림하고 있고, 신바람 나는 회사,행복한 회사로 가꿔나가겟다는 내용이 있었다.

 

각 부서를 클릭해 보았다. 총무과를 눌러 서울 명문대 출신이라는 송서정 이라는 그녀를 보았다.

예쁘다. 요즘에 한 창뜨는 김태희처럼 예뻤다. 그리고 나와 함께 입사해서 각 부서에 배치된 12명의 동기들을 찾아보았다. 지방대 출신은 나 하나 뿐이었다. 모두 서울 유수의 대학을 나온 사람들 이었다. 갑자기 힘이 빠졌다. 컴푸터에 신분이 노출되어 있어 다른 동기들이 다 클릭해 볼 것이고 아니 사원 전체가 볼 수 잇을텐데, 처음으로 지방대를 간 것에 후회가 들었다.'서욼로 갔어야 했어'라고 생각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다시 기획실을 클릭했다. 팀장도 금테안경도 3년차 선배도 2년차 선배도 다 서울출신이었다. 한사람 한사람 얼굴에 클릭해 그들의 프로필을 읽었다. 금테안경은 서울S대 상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우학을 가 졍제학 석,박사를 마치고 7년만에 돌아온 사람이었다.

이름은 정민석. 서른하나. 미혼. 홀어머니. 위로 누나하나. 취미는 미니카 모으기. 특기는 우습게도 스파게티 만들기였다. 큭큭, 남자가 스파게티 만들기? 그때 나를 부른 건 팀장 이었다.

 

"우리팀에 들어왔으니 미우나 고우나 내 식구니까 오늘 환영파티합니다 내ㅑ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중간에 도망가는 사람입니다. 기획파트는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  있어야 합니다. 장소는 회사앞 태양횟집 입니다"

 

일방적 이었다.

 

2.

출근 첫날은 그저 컴퓨터로 오고가는 회사의 업무지시와 해야 할 일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통신회사답게 모든건 컴퓨터로 이루어지고 있었다.선배라고 불러서 일을 차근히 가르치는게 아니고 선배들이 해놓은 일을 보면서 연구하고 모르는 것이 잇으면 패스워드를 이용해 선배에게 묻는 것이었다.그러면 선배도 패스워드로 일머리를 가르치면 그만이다.서로 말을 할 필요도 없고 어깨를 맞대고 논의할 일도 없었다,

 

'참내,뭐 이런 느낌없는 회사가 있나.컴퓨터만 바라보면서 일을 한다고?그래 잘났다고 떠드는 사람들 얼굴 안보니 뱃속은 편하겠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기획서들을 살펴보았다.새로운 아이템에 대한 보고서,외국과 협력제휴,수출하는 나라의 특성들이 작은팀에서 하는 일이 회사의 절반가량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왜 가장 수뇌부가 기획팀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저녁회식 자리는 술독에 빠진 날이었다.첫잔부터 맥주에 소주를 부어소맥잔이 몇순배 돌아가고정교하게 썰어놓은 생선살점의 맛은 제대로 느낄 새도 없었다.혀는 이미 술로 절었고 말들은 흐트러졌고 그리고 다같이 어깨동무를 하고 무슨노랜가를 합창하고서 끝이났다.그렇게 나의 일은 시작되었다.

 

나에게 맡겨진 일은 해외 12개나라에 수출되는 제품에 크레임이 걸리는 문제를 이해시키고 회사에 다시 건의해 그들의 요구를 해결하고 만족시키는 일이었다.그사이 베트남이나 태국 말레이시아등 출장도 다녀왔다.그날도 베트남 출장을 준비하고 있었다.새로운 모델이 나와 베트남 지사에 배치하고 그들의 호응도 조시를 하는 것이었다.여행사에 티켓을 확인하고 모델도면을 문서에 저장하고 퇴근을 하려는데 금테안경 정민석씨에게 쪽지가 날아왔다.

 

'내일 베트남으로 출장가죠?이번에 내가 동행하게 되었어요.내일 공항에서 봐요'

 

아니 이런,사전에 말 한마디 없이,기분이 떨떠름했다.

집에 돌아와 출장가방을 싸다가 숨이 턱하니 막혔다.몇개월 함께 일했어도 별다른 대화도 없었고 무신경하게 바라본 사이인데 함께 출잘을 가다니. 아니 그런데 가슴은 왜 이렇게 뛰는거야? 밤새 모래성을 쌓았다 허물었다.

 

인천공항에서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로 나가 의자에 앉아서 핸드폰 메세지를 보내고 있는데 곁에와서 커피를 내미는 손이 보였다.정민석씨 였다. 금방 받지 못하고 그 손을 바라보고 있는데 "마셔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손끝이 스쳤다.그의 곤끝은 마치 전기콘센트에 꽂힌 플러그 같았다.그에게서 나온 고압전류는 내 손끝을 지나 어깨로, 어께에서 목으로 그러고는 목을 통과해 심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파들거리는 심장을 들키지 않으려고 커피를 후후 불어 마시며 심호흡을 했다.

 

" 자 나가죠"

 

그는 내 배낭을 집어들더니 성큼 게이트를 빠져나가고 나는 신혼여행 가는 수줍은 신부마냥 그의 뒤를 조용히 따라 들어갔다.그는 비행기 중간쯤 창가쪽에 앉고 나는 그의 옆 볻도쪽에 앉았다.

 

"놀랬죠? 제가 이번에 새로운 모델을 기획했잖아요.초상휴가를 받았어요.마침 송아씨가 베트남 출장을 간다기에 제가 자청했죠.팀장님께는 송아씨의 업무수행을 위해 꼭 어드바이스할 것이 있다고 했어요"

 

평서 말수없는 그가 상기된 듯 오늘의 일을 설명하고 있었다.

기내식이 나오고 음료가 나오고 사탕이 나오고 그리고 잠이 들었다.잠자는 사이사이 기내모포를 끌어 덮어주는 손길을 느꼈지만 개의치 않았다.베트남을 다녀와 1년 후 그와 결혼을 했다.베트남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언급하지는 않겠다.베트남에서 무슨일이?라고 갸웃하겠지만 기필코 아무일도 없었다.기필코라고 강조하는것은 내 신혼여행 첫날 밤 이야기를 들으면 이해하리라.

 

그와 그럭저럭 연애를 하다 결혼하게 되었다.솔직히 그를 선택한건 좋은 대학을 나왔다는 것(내 기준에서)

그리고 안정된 직장에서 일한다는 것 때문이었다.그다지 특별한 이벤트도 없고 뜨거운  열정도 없었지만 성실하고 변함없는 성격이 결혼조건으로 무난했다.

 

결혼식을 치른 그날 저녁,빠쁜 일정으로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고 어찌어찌 하다 밤을 맞았다.

그날도 아버지는 취해있었고 딸아게 별다른 당부도 없었다.그래도 신혼여행지에 도착했으니 전화는 해야 할것 같아 남편이 시댁에 전화를 건 후 나를 바꿔주었다.시어머니는 웃음띤 목소리로 좋은 밤 보내라고 당부하셨다.좋은 밤,좋은 밤. 그리고 아버지께 전화를 해서 간단히 보고하고 끊으려는데 그가 바꿔달란다.

 

"아버님 오늘 수고하셨구요 사랑하고 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목욕을 해야 될 것 같았다. 나이가 어린것도 아닌니 담담히 받아드리기로 했다.그가 먼저 목욕을 하고 나왔다.남자의 벗은 몸을 솔직히 처음 보았다.머리를 수건으로 툭툭 털며 나오는 그의 눈을 피해 얼른 욕실로 들어갔다.가슴이 뛰었다. 담담하게 받아드리려 했던 마음과는 다르게 가슴이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무슨일이 일어나는 걸까?첫날밤에는?커다란 타월로 몸을 감싸고 나오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는 지루하게 나를 기다렸다는 듯 나오자마자 거친숨을 몰아쉬며 야수처럼 달라들었다.

그의 몸에는 해삼같기도 하고 언젠가 서천바다에서 캔 개불같기도 한 성기가 무섭게 끄덕이고 있었다.'아 정말 이 개불이란 게 참 능글거리게 생겼다.

 

학창시절 MT를 갔던 서천바닷가에서 구멍이 송송 난 곳을 파내리니 벌건피를 머금은 길다랗고 엷은 분홍빛이 도는 꿈틀거리는 걸 캐낸적이 있다. 개불이라고 했다.이름도 이상했지만 생김새도 오뉴월에 축늘어진 남자 페니스 같았다. 더 기가 막힌것은 오그라들면서 가운데 구멍으로 물줄기를 쏘는 것이었다.남자학우들은 그 모양을 보고 낄낄 거렸고 여학생들은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더 우스운건 그걸 무지 맛있게 먹는 모양이었다.실은 나도 먹어봤지만 생긴거와는 달리 쩔깃하고 달콤했다.

 

그렇게 생긴 그의 페니스가 핏줄을 튕기며 달려오고 있었다.나는 잠깐! 하고 그의 돌진을 막았다.

엉거주춤 하던 그에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그게 일루 들어간다고요? 세상에!! 나는 그렇게 큰 것이 나의 향기샘 속으로 들러간다는 것을그제서야 알아차렸다.그는 피식 웃으며 그나이까지 그런것도 모르고 있었냐는 표정이었지만 세상남자들이 대부분 그렇드싱 내가 아무도 들여놓지 않은 처녀지라는데 그는 열에 들떴다.

 

첫날 밤은 그렇게 일방적인 그의 돌진으로 끝났다. 소설책에서 읽던 보랏빛 첫날느낌은 느껴보지도 못하고 무슨 폭풍우에 휘말린 듯 통증만 남겨놓고 행위는 끝나고 말았다.

 

그렇게 결혼13년이 지나가고 있었다. 남편은 지위도 오르고 가끔 TV에도 얼굴을 비치는 통신업계의 명사가 되어갔다. 대한민국 통신업계 선두주자 000박사로 남편이 내놓는 아이템마다 대박을 치고 있었다.

남편은 늘 바빴다. 한달이면 열흘 이상 술에 절어왔고 부부생활은 3개월에 한번쯤 그냥 일방적인 남편의 사정으로 끝이나는 정도로 유지하고 있었다. 아니 남편은 점점 술과 담배에 찌들려 조루증세를 보였다. 키스 정도만 나누고 나의 유두 한번 만지고는 그냥 삽입하고 삽입과 동시에 사정으로 끝이나고 "미안해"하고 등돌려 잠들면 그만이었다. 나는 그때까지 정말 모든 부부드링 다 그렇게 사는 걸로만 알았다.

 

남편과 부부동반 모임에 나가면 가끔 진한 야담이 오고가고는 했다.

누구네 남편 정력이 엄청나서 하루도 거르면 안되고 누구네는 남편이 온갖 성행위 자세를 다 써서 오르가슴을 서너번씩 느낀다고 했고 누구 남편은 벌써부타 다른여자가 생긴것 같다고 이야기들을 했지만 나는 그말에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부슨 부부가 동물 들처럼 그렇게 요란하게 사느냐고 무시했다.

 

한남자가 건배를 외쳤다.

구구팔팔 복상사...남자들이 킬킬 웃었다.

구구팔팔 이삼사: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이틀 아프고 삼일 만에 죽자'는 뜻으로 건강하게 그리고 활기차게 살자는 건배사인데 장안에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는데 국팔팔 복상사라고?

최근에는 이틀 아픈 것도 고통스럽고 자식들에게 부담 줄까봐 '구구팔팔 복상사'로 업그레이드 된 최신버전이 나왔다고 한다. 말 그대로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복상사“하자인데 여기에 흥미로운 것은 복상사에도 등급이 있어 그 시리즈가 유행하기도 했다. 잠시 살펴보면

매춘을 즐기다가 복상사 하는 것을 "횡사"라고 하고...(5등급)
처음 만난 사람과 즐기다가 복상사 하는 것을 "객사"라 하며...(4등급)
과부와 즐기다가 복상사 하는 것은 "과로사"라고 하고...(3등급)
애인과 즐기다가 복상사 하는 것을 "안락사"라고 하며...(2등급)
조강지처와 화락하다 복상사 하는 것을 “순직”이라고 한다..(1등급)

 

그러면서 그래도 순직해야 연금이라도 나온다고 자기네 들끼리 킥킥댄다.

 

그때 옆에서 한남자가 일어나 건배사를 외친다.

진달래...?



 ‘진달래’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 란 뜻으로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강조할 때 쓰지만,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진짜 달라면 줄래?” 라는 뜻으로도 사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진달래에 대한 화답으로 ‘택시‘와‘물안개’ ‘소주’가 세대별 반응으로 유행한 적이 있다.

 

20대는 택시(택도 없다 시발로마).
30대는 물안개(물론 안 되지 개시키야)
40대는 소주(소문 안내면 주지).
50대는 물안개(물 안 나와도 개 안나?).
60대는 소주(소문내도 좋으니까 주지)다.
70대는 물안개(물어보지도 안냐 개시키야)

 

그 꼴이 정말 보기 싫었다. 웃긴다고 히히덕 거리는 여자난 남자들이 꼭 술취한 개처럼 보였다.

무슨 오르가슴, 그런게 어딨냐고 그들이 너무 호들갑 스럽게 이야기 한다고 천박하다고 무시했다. 나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우등생들이며 남편은 다른여자는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에 나는 그저 만족하고 살았다.

정말 내남편은 술과 담배에 절어서 그렇지 여자관곈 깨끗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이런이야기를 하면 진짜 바람둥이는 가정에 충실하고 와이프 사랑이 극진하다고 벌침같이 찔렀다.

한선배는

"얘 내말 들어봐..예전에 말야 오직 한평생 아내만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대.

그 남편이 어느날 세상을 떠나서 슬퍼하던 부인이 하늘로 남편을 찾아 떠났다는 거야.

누군가 그러더래. 평생 한사람만 사랑한 사람은 하늘나라에서 장미꽃 한송이를 들고 서있다고..

그래서 꽃 한송이만 든 사람을 찾았대.

그런데 저멀리에 남편이 서있더래...기가 막혀서 ..안개꽃을 한아름 들고 서 있더란다"

내가 남편을 믿고 있다는 것이 숭맥 짓이란것을 비꼬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여자들이 얼마나 할일이 없으면 남편과 자는 이야기 아니면 할말이 없냐고 비웃었다. 더구나 서울 무슨 대학을 나왔다는 여자들이,아들이 공부는 안하고 반항만 한다고 한숨쉬는 여자들이.

 

나는 아이들의 학ㄱ원시간에 맞춰 픽업하고 아이들 간식 챙기는 일과 남편의 의복을 단정히 입혀 내보내고 간간히 내 취미생활인 영어 회화와 요가를 배우는 고상함으로 자존심을 지켜간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이렇게 모텔 굿모닝에서 다른 남자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씹을 하다니! 그걸 고상하게 표현하고 싶지않다, 그냥 동물적인 씹이었다. 사랑이라는 배반적인 이름을 걸고 서로의 몸을 죽을듯이 빨아먹고 빨아들이 헉헉이고 늘어져 있다가 다시 달려들어 몸 한군데도 빼놓지않고 핥고 괴성을 지르고 땀으로 범벅을 한 후에야 이성이 돌아왔다.

 

"당신 몸 참 섹시하다. 참 섹시하다를 북한에서는 어떤 말로 표현하는지 알아?"

땀에 절어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실은 말같지도 않았다

 

북한에서는 "박음직스럽다!!!"고 말한대.

 

"그리고  옷을 다 벗은 남자를 네자로 표현하면?"

".................."

 

"전라남도"

 

웃기지? 웃기지 않아? 그남자는 저혼자 지껄이고 있었다.

유치하기는...

 

4년전 유월 어느 일요일 새벽, 나는 강변도로 벤취 아래 쓰러져 있었다.전날 저녁 남편과 부부동반 모임이었다. 남편의 생일이라고 회사에서 마련한 술자리였다. 휘황한 단란주점에서 폭탄주를 마셨다. 나는 결혼하고는 술도 잘 못하는 여자였는데 그날은 폭탄주를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단란주점엔 술이 거나하게 취하니 미끈한 아가씨들이 들어와 남편들의 입에 안주를 뜯어넣고 있었다.밭에서 갓 뽑혀나온 무처럼 허연 허벅지가 남자들의 술기운을 더 높이고 어깨동무를 하고 이상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인사불성이 되어갔다.

폭탄주 서너잔을 마셨을까 내 위장은 술을 거부하기 시작했고 화장실로 달려간 나는 말 할수 없는 고통에 휩싸였다. 남편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취해 늘어졌고 내 남편조차 내가 이렇게 괴로워 하는걸 알 지 못했다.그러고는 필름이 끊겼다.내가 어떻게 술집에서 한시간 이상이나 떨어진 이 강변 벤취 아래까지 왔는지 기억 할 수 없었다.

 

"여보세요..여보세요...살아있어요?" 나를 흔들어 깨우는 목소리에 나는 실눈을 떴다.

"지금 여기서 이렇게 있으면 위험해요. 우선 제차를 타세요" 나느 아무런 의지도 ㅇ없이 그에게 이끌려 그의 차를 탔고 그는 티슈를 꺼내 나의 입술과 얼굴을 닦았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달렸다. "어디가서 뜨거운 커피라도 마셔야 할 것 같아요"라더니 그는 내손에 자판기 커피한잔을 손에 쥐어 주었다. "마셔요"나느 그커피를 받아들고는 알 수없는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그 눈물은 나중에는 흐느낌으로 그러고 통곡으로 바뀌었다."무슨일이 잇었는지 모르지만요.저 나쁜 사람 아니거든요.아침운동하러 나오는 길에 발견했구요.몸 추슬러 지면 집에 모셔다 드릴게요. 댁이 어디세요"

 

내 남편은 지금 어디서 뭐를 하고 있을까?왜 내가 나ㅁ편아닌 다른사람에게 발견된 걸까? 이사람은 누굴까?하지만 나는 아직 속이 울렁였고 그가 내민 커피조차도 마실 수 없이 고통 스러웠다.그는 나를 한적한 도로로 데리고 다니며 술깨기만을 기다렸다.

그는 CD를 교환하더니 볼륨을 조절했다. 임재범의 노래 '너를 위해'가 내귀로 흘러들기 시작했다.

 

어쩜 우린 복잡한 인연에 서로 엉켜있는 사람인가봐
나는 매일네게 갚지도 못할만큼 많은 빚을지고있어
연인처럼 때론 남남처럼 계속 살아가도 괜찮은걸까
그렇게도 많은 잘못과 잦은 이별에도 항상 거기있는 너

날 세상에서 제대로 살게해줄 유일한 사람이 너란걸 알아
나 후회없이 살아가기 위해 너를 붙잡아야 할테지만

내 거친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전쟁같은 사랑
난위험하니까 사랑하니까 너에게서 떠나줄꺼야

 

폐를 훑어내리는 듯한 그의 절규같은 노래가 심장을 지-익 그어대며 내 가슴에 꽂혔다. 그 야성의 노래

그  감전될것 같은 눈빛, 그건 노래가 아니라 절규였다. 쇳소리 처럼 탁하고 북소리처럼 무겁게 울리는 그 노래는 아침 안개속에 내몸을 잠기게 했고 서서히 그의 얼굴을 훑어보게 했다. 그는 가는 은색 안경을 쓴 쌍거플이 진 커다란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눈이 깊은게 임재범을 닮았다. 좀 반항적인것 같으면서도 쓸쓸해 보이고 지적인 인상이었다. 아침이라 그냥 흩어진 머리가 자연스럽고 키가 훌쩍 큰 , 남자치고는 피부가 하얀 미남형 얼굴이었다. 집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어떻게 되었을까? 갑자기 사라진 나를 얼마나 찾고 있을까. 걱정이 몰려왔다. "저 집으로 데려다 주세요.00아파트 아시나요 그앞에 내려주세요"

 

간신히 말을 하고 이어지는 임재범의 '사랑보다 깊은 상처"를 듣고 있었다. 사랑보다 깊은 상처는 뭘까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가 말했다."어떤 일이 그렇게 아프게 했나요?여자의 눈물이 그렇게 아름다운 줄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 제가슴이 아리도록 흐느끼던 모습, 정말이지 제가 다 울고 싶더리니까요" 낮게 말했다.

그는 나를 아파트 앞에 내려놓았다.그러고는 아파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는데 경비실 아저씨가 인사를 했다."이른 아침 어딜 다녀오세요" 그냥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7층을 눌렀다.어디서 편집된 것일까.내 머릿속이 하얗게 지워진 부분은?아파트 번호키를 툭툭 누르며 혹여 아내의 부재에 사색이 되어있을 남편을 생각했다.하지만 남편은 침대에 아무렇게나 구겨져 자고 있었다. 양복도 벗지않고 양말도 신은채,아내가 곁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 채 술에 절은 혼미함으로 아직도 술냄새를 푹푹 풍기고 있었다.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일요일 아침 이라선지 아이들도 잠들어 있었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새벽까지 공부를 했을것이다. 거울에 비친 내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부부동반 간다고 드라이를 해서 입은 스카이블루 레이스 원피스가 벤취에 쓰러지면서 여기저기 흙이 묻었고 내 얼굴은 울어서 마스카라가 번져 마귀할멈처럼 보였다.피식 웃음이 났다. 그 정체불명의 남자는 이 얼굴이 아름답다고? 요실로 들어가 내몸을 닦기 시작했다.머리를 감고 내가 좋아하는 레몬향이 나는 바디클렌저를 듬뿍 묻혀 내몸을 닦아 내렸다.내 몸은 탄력있었다.요가로 다져진 몸매로 삼십대 후반의 나이지만 탱탱goT다.나의 유방은 크지는 않지만 뽀얗고 둥글었다. 거기에 검붉은 오디같은 유두가 따먹을 때가 된것처럼 농익어 있었다.아랫배를 지나 나으ㅟ 향기샘은 아침이슬을 바른것처럼 촉촉했다.뜨거운 물로 온몸을 헹구고 달콤한 바디로션을 발랐다.'나는 아무일도 없었다.오늘 새벽 술취한 남편을 부축해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나에게는 아무일도 없었다.'계속 주문을 주고 있었다.남편은 오후가 되어서야 일어났다.아이들은 아점을 먹고 학원으로 간 뒤였다. 눈동자가 벌겋게 충혈된 남편은 얼음물을 달라고 했다.찬물을 벌컥 마신 남편은 자신의 몰골을 보며 겸연쩍게 말했다."날 어떻게 데리고 왔어. 완전히 필름이 끊겼어,에이 자식들 무슨 술을 그렇게 먹이냐"그러더니 옷을 후렁벗고 욕실로 들어갔다.남편의 옷에서는 술냄새와 뒤섞인 담배냄새 그리고 야릇한 향수냄새까지 섞여 악취가 되어 풍겼다.

 

양복은 드라이 주려고 분류하고 다른건 세탁기 안으로 쑤셔넣었다.남편의 해장국으로 익은 김치에 찢은 북어를 한주먹 넣고 끓였다. 욕실에서 나온 남편은 주방에 있는 나를 나꿔채듯 침대로 데리고 들어갔다.아직도 술냄새가 나는 혀가 내 입속으로 들어왔다. 그의 손이 내유방을 스치고 지나갔고 발기된 페니스가 아직 준비도 않된 내 샘속으로 들어왔다.몇번의 펌프질을 하더니 남편은 헉.하는 단발을 내뿜으며 배 유방사이로 고개를 묻었다. 쪼그라든 남편의 페니스는 샘에서 빠졌고 샘아래는 미끈하고 뜨듯한 액체가 흘러내렸다.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랫도리에 묻은 그의 정액에서 쇳내가 풍겼다.그를 침대로 밀어내리고 욕실로 들어갔다. 양치질을 해댔고 내몸에 벌레가 기어간듯한 느낌을 씻어내렸다. 유난히 오늘은 쓸쓸했고 상처였다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이게 아닌데..아무튼 오늘은 기분이 나빴다. 


아무일도 없었다.가끔은 나를 일으켜 세운 그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고맙다는 말을 못한 처지라 이름이나 연락처를 알아뒀다면 밥이라도 한끼 대접해야 할텐데 하는 마음이 빚이 된것 사실이다.하지만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그날 하얗게 지워진 기억처럼 그도 그렇게 잊혀지면 그만이니까.

나는 또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와 영어회화학원을 나가고 요가를 배우고 ,아니 요즘은 간간 골프교실에 나가 스크린골프로 라운딩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날도 집안청소를 마치고 골프교실을 가려고 아파트 마당으로 나왔다.그런데 내차 윈도우 블러쉬에 노란장미꽃 한송이가 꽂혀있었다. 검은 머리에 앉은 노랑나비처럼 꽃잎이 팔라잉고 있었다.

'아니 누가 이런걸'장미를 빼서 뒷좌석에 던져놓고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내차를 따라 스포츠카 한대가 빠져나왔다.하지만 아무일도 없었다.

 

이튼날도 내차에는 노란장미가 꽂혀있었다. 두 송이였다.세송이 네송이 장미는 날마다 늘어났다.그러던 어느날 장미 사이에 작은 메모지가 보였다.'늘 보고있습니다.울지않고 활기차 보여서 좋습니다.자판기 커피 사드릴게요.00공원으로 오세요'누굴까?내게 이렇게 멋진 프로포즈를 하는 사람은?

하지만 그날은 아이 학교 진학상담이 있는 날이어서 그냥 무심코 자나쳤다. 아마 차를 잘못 알았거나 사람을 잘못본 어느 연인이 착각하고 그랬을거라고 생각했다.아이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다.아이는 일반 고등학교를 진학하고 싶어하고 학교에서는 학교의 명예를 위해서 과학고등학교나 외국어 고등학교를 갔으면 했다.담임선생님은 성적표를 보이며 이렇게 전교1등을 놓치지 않았으니 특별고를 문제없이 들어가서 학교위신을 세울거라고 교장선생님도 기대하고 계신다며 연신 몸을 굽혔다,그리고 반아이가 이렇게 촣은곳에 가면 담임도 주가가 올라간다고 벌건 얼굴을 더 붉혀 굽혔다.아이가 공부를 잘하니 선생님이 학부형에게 통 사정을 했다."아이와 진지하게 상의해 볼게요"라며 약간 목소리를 낮추었다.

 

학교를 빠져나오며 혼자 웃었다.아이들이 제아빠를 닮긴 닮은 모양이라고 씨는 못속인다고 흡족함을 느끼며 기분도 좋은데 저녁에는 맛있는 거나 만들어 먹어야 겟다고 백화점 지하 식료품점을 들렸다.다른 건 다 좋은데 아이들이 입이 짧아 음식을 잘 안먹어서 늘 걱정이었다.고등학교에 가면 무엇보다 체력싸움 이라는데 보약이라도 먹여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쇼핑카에 이것저것 가듟하서 싣고 주차장으로 와 물건을 옮겨싣는데 "도와 드릴까요?"라며 누군가가 쇼핑봉투를 뒷좌석에 성큼 실어줬다.상큼하게 뒷머리를 깍아내리고 알머리는 반쯤 옆으로 흩어진 까만 목폴라 티셔츠를 입은 싱싱한 청년 하나가 웃음 짓고 있었다."기억나세요? 그 새벽?"아! 갑자기 현기증이 일었다.그는 숨을 멎을것 같이 은테안경 속 깊은 웃음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노란 장미꽃같은 웃음이다.

"아니 어떻게 여기서 만날 수 있죠?"

"네 그날 너무 슬프게 우셔서 무슨일이 있나 궁금했어요.그후로 어떻게 지내시나 아파트 앞을 몇번 갔었죠.갈때마다 행복해 보여서 마음이 놓였어요. 오늘도 괜히 궁금해 아파트 앞에 갔다가 마침 외출하시기에 아침부터 따라 다녔어요"

"내차에 노란 장이꽃을 꽂아놓은 분이 그럼?"

"네, 저였어요.노란 장미의 꽃말이 뭔지 아세요?그건요 질투예요,나는 당신이 너무 걱정돼서 찾아왔는데 당신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그날의 흐느낌은 뭐였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해서"

그날에 내 살갗은 파르르 떨리는 꽃잎이 스치는 것 같은 혼돈을 느꼈다.

 

그후로 우린 가끔 그가 나를 처음 데리고 가서 자판기 커피를 빼주던 공원에서 만났다.

우리는,우리는 이라고 표현해야 할 만큼의 거리..지금 부터는 우리는 이라고 표현해야 맞을 것 같다.

그 공원에는 비둘기가 많았다.커피를 한잔씩 빼들고 비둘기를 바라보기도 하고 함께 임재범의 ㄴ모래를 듣기도 하고 그리고 서로의 이야기를 간간히 하면서 그렇게 서로에게 편해지기 시작했다.

 

"이름은 서준석이고요.나이는 서른 아홉.그리고 하는 일은 스포츠센터 헬스강사고요.이혼 했구요.돈은 별로 없지만 자판기 커피는 무한정 사드릴 수 있고요.가끔 맛있는 것도 사드릴 수 있구요.새벽 드라이브 좋아하구요. 밤 하늘 좋아하구요.별 좋아 하구요"그러고 한참 좋아하구요가 이어졌다.

"나보다 두살 어리네요"

"그래요? 그렇게 안보여요. 너무 예뻐요"나는 픽 웃었다.이쁘다고 내나이가 몇인데?마흔 하나의 여자, 불혹의 선을 밟고 섰는 여자더러 이쁘다고? 내배를 봐라,세번 제왕절개한 흉터에 맹장수술 흉터까지,그러며 웃었다.

 

아니 가끔 남편에게 물어 본 적이 있다.

"자기 ,아직도 나 이뻐?"

라고 물으면 늘 한마디였다.

"응"

응이면 그만이었다.남편은 늘 문정희 시인의 시 응 이 생각나게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응을 최고의 긍정으로 알고 살았다.

 

응”

                            문정희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文字)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 래 떠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

 

  다행인지 불행인지 인간은 남자 아니면 여자이다.

 이 두 개의 性은 서로 당기기도 하고 밀치기도 하며 인간사를 아름답게 혹은 추하게 물들인다.

 그러한 性을 이야기하면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성교(性交; sexual intercourse)이다.
  성교는 인생사에서 한 손가락에 꼽을 만큼 중대한 가치와 비중을 지닌다.

그것은 출산의 수단이며 사랑의 표현이며 참기 힘든 배설이다.

 성욕을 무리하게 억압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허용하여

성교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는

 개인 및 사회는 크든 작든 탈이 나기 마련이다.

 그 자체로는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닌 것을 어떤 관념은 터부시하고 어떤 관념은 미화시킨다.

 특히 여자의 성은 실로 억울하리만치 왜곡당해 왔다.
  性을 대하는 태도의 측면으로 볼 때 문정희의 시 “응”은 참으로 건강하다.
  시 속의 ‘너’가 ‘나’에게 ‘(성교를) 하고 싶냐’고 묻는 시간대는 낮, 그것도 햇살이 가득한 대낮이고,

 더욱이 ‘이따가’도 아닌 ‘지금’이다. ‘아이고, 망측해라.

 한밤중에 은밀하게 주고받아도 낯부끄러울 이야기를 어째 이 양반은 대낮에 하고 있담.’

 그렇게 생각할 법도 한데, 시 속의 나는 햇살 아래 피어나는 꽃처럼 순순히 “응” 하고 대답한다.
  하고 싶은 마음이 지금 대낮에 일었다고 그 당장 행위로 옮길 수야 없는 노릇이겠지만

‘나’는 마음을 대신한 “응”이란 음성을 문자로 바꾸어 그려보며 생각에 잠긴다.
  지평선처럼 수평선처럼 그려진 모음 ‘ㅡ’를 사이에 두고 위에 떠 있는 동그라미는 태양 같은

 ‘너’이고 아래에 떠 있는 동그라미는 달 같은 ‘나’이다.

 마치 성교를 나누는 남녀의 체위 같은 그 모습이 참으로 눈부셔 보이는구나.

 ‘너와 나’의 심장이 나란히 서로 마주하여 응의 체위를 이루니 마치 신이 지으신 방처럼

완성미가 넘치는구나.

 세상에 널린 온갖 터부와 편견과 왜곡을 깔끔하게 한 획으로 붓질하는 대답 “응”은

얼마나 평화로우며

뜨거운 말인가!

  그나저나 문자에서 체위를 발견하다니. 문정희 선생의 밝은 눈에 시샘이 다 일 지경 

_

   ......................... 한글은 참 예쁘고 섹시하구나.

 

   어느 사이트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그런 무덤덤하고 표현력 없는 남자와 살다보니 예쁘다는 소리에 가슴이 철렁했다.우리는 가끔 영화를 보았다.조조영화였다.실은 남녀가 밖에서 만난다는 게 그렇게 편한 일은 아니었다.어디 밥 먹으러 들어가도 여기저기를 둘러보게 되고 아무리 티를 안내려도 식당에서 부부인것 처럼 해도 종업원들은 금방 알아차리는 눈치였다.그래서 영화를 보는게 편했다.컴컴한 극장안은 자연스레 손을 잡기도 편했고 갂므은 그가 브라우스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유두를 유혹하는 것도 짜랏했다.나는 그의 바지 가운데 기둥처럼 이러난 있는 페미스를 톡톡 치면 바지 밖으로 물방울이 솟아 나오는 것도 재밌었다.하지만 그때까지는 우리는 그런 유희에만 만족했다.서로 할딱 거리는 숨을 죽이며 하는 애무로 만족했다.남편에게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작은 놀이가 이 남자에게서는 커다란 물무늬로 소용돌이 쳤다.그러며 3년쯤 지났다.

 

그날은 그의 생일 이었다.카페 리버사이드 창가에 꽃다발과 촛불을 밝히고 앉았다.팡파르가 울리고 생일축하 노래가 들렸다.서빙맨이 다가와 컵을 층층이 쌓아놓고 와인을 따라주기 시작했다.붉은 와인이 노을처럼 번지는 창가에서 그는 속삭였다.

"나 생일선물로 당신을 갖고 싶어"

웃었다.나를 갖고 싶다고 붉은 색 와인은 내마음을 붉게 물들였다. 남편은 해외 출장중이다.작은 아이들도 학교에서 캠프를 떠났다.큰아이는 고3이라 입시준비에 12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온다. 그날 그가 나를 갖고 싶다고 했다.

 

리버사이드에서 나온 우리는 네온사인 반짝이는 모텔골목으로 들어섰다. 그곳은 홍둥가였다.어쩌면 이렇게 환성적인 풍경이 있을까?이국을 걷는 기분이었다.궁전처럼 생긴 건물들이 꼭 공주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12시가 넘으면 신발이 벗겨지고 황홀한 왕자가 그 신발을 들고 찾아올것만 같은 거리.

 

모텔 에델바이스는 그야말로 공주가 살것 같은 궁전같았다

지붕이 뾰족하고 둥근 돔형이었고 수천개의 꼬마등이 눈을 반짝이며 내가 들어가는 곳을

비춰주고 있었다.

조그만 문틈의 주인은 일상적인 인사로 전망이 좋다는 709호 열쇠를 내주었고

나는 그의 손을 꼭잡고 7층으로 오르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레베이터에 타자 그는 급하게 내 입술을 빨았다.

아...급해

그는 금방 불룩해진 아랫도리를 내 스커트위에 화살처럼 꽂았다.

이러지마..여긴..

아..우리둘뿐인데 뭐

아 좋다

 

좁고 기다란 통로를 소리없이 걸었다

그리고 709호 문앞에 섰다.

이문이 열리면 나는 아마 다른 세상을 경험할 것이다.

 

문을 따는 쇳소리가 아득해지고 나는 블랙홀로 빨려온 무중력의 몸이 되었다.

급하게 그는 나의 옷을 벗겼고 침대에 눕혔고 내몸 구석구석 그의 혀가 지나갔다.

아 씻고..모기만한 나의 목소리는 그의 거침 숨소리에 묻혀버렸고

내 몸은 욱포처럼 그의 입속에서 녹아들고 있었다.

 

이뻐..몸이 이뻐..가슴도 탱탱한게 손안에 쏙들어오고

좋아 좋아

그의 신음은 내 몸을 구름위에 얹어놓았다.

이게 무슨 느낌일까?

 

저절로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고 간질이는 이느낌

이십여년 남편과 살아왔어도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이느낌은 뭐란 말이지?

 

그는 내몸의 아주 중요한 G스팟을 찾아야 한다고 손끝으로 블랙홀을 뒤져나갔다.

여기..여기..여기..

바이올린의 줄을 조율하듯 팽팽해진 내 힘줄은 그야말로 튕기기만 해도 툭 끊어질 것만 같았다.

 

그는 금방 삽입하지 않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온도를 올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노곤하게 만들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틀리게 만들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를 원하게 만들었다.

 

아..그만..그만..못견디겠어

 

꽉 문 이 살이로 나도모르게 신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G-스팟에서는 그야말로 뜨거운 온천수가 쏟아졌고 그는 그제서야

그의 커다란 깃대를 꽂았다.

그 깃대는 싱싱했다.

그리고 갓 잡은 생선처럼 펄떡였다.

그의 허리는 그야말로 활처럼 휘어졌다 팽팽해지고

그의 다리는 묵직한 통나무 같아 나를 그야말로 깔아뭉갰다.

 

악....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같은 쾌감

표현 할수 없는 이상한 무엇의 느낌이 내 온몸을 스쳤다.

좋아요? 좋아요?

그렇게 묻는것 같았다.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