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내려온 언니와 다시 합류를 하여 일본의 밤 꽃이 되었다.
모두들 무슨 사연들을 안고 여기 이곳 일본 까지 흘러들어와서 칠보단장 예쁘게 화장을 하고서
일본에서도 하류계층들의 노리개감이 되어들 있을까?
돈벌기 쉬운일이 없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빚도 빚이지만 언제 잡혀서 돌아갈지 모르는 일이니 잡히는 그날까지 벌어야한다.
어느새 나도 그 문화에 젖어들어 영락없는 술집여자가 되어있다.
짙은 화장을 하고 교태를 부리는 내모습을 보면서 쓴 웃음을 지어본다
불법체류자라 월급도 비자 있는 사람보다 적게 받는다.
매상올리라는 마마의 채근에 술을 마시고 토해내기를 반복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지탱하고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내게 관심있는 일본인이 있어 그나마 도움을 받고있다.
남자들의 속셈이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목적은 한가지일테다.
이렇듯 거의다들 일본으로 오는 목적이 월급은 받아봐야 생활비로 거의 탕진되고 돈많고
관심있어 하는 스폰서를 얻기위해서라해도 무방할테다.
돈 몇푼에 남자에게 내 몸을 허락할순 없었다.그것도 일본인에게...
그런 내 마음가짐이 일본인을 더 달아오르게했고 그는 돈으로 나를 싸보려고 조금조금씩
액수를 높여가며 내게 던져댔다.
나는 던지는 돈을 두손으로 낼름낼름 받았다.안받을 이유가 없었다.
언제 내가 잡혀서 한국으로 돌아갈줄알고....돈 벌려고 새끼까지 두고서 여기까지와서
자존심을 살린다는게 더 웃기는 이야기다.
그렇게 벌은 돈을 지민이 아빠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500만원을 입금시켜주었다.
위자료인셈이다.내 입장에선...
친정에 전화를 해보았다. 엄마는 지민아빠의 소홀함에 입에 거품을 물었다.
처음 한달은 매주 오더니 이제는 한달에 한번 올까말까라고한다.
아이에게 소홀하지 말라고 친정에도 얘기않고 돈도 보내주었건만...
그럭저럭 생활에도 적응을 하고 이제는 돈도 좀 모은다 싶더니 가게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서울언니랑은 한국에서의 만남을 기약하며....
나와 다른 아가씨 한명은 그길로 일본의 구치소라 할수 있는곳에 감금이 되었다.
조사를 하고 아무런 범죄혐의가 없음을 확인하는 절차가 한달여 가까이나 되었다.
수갑을 채운 상태로 부산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해공항에 도착하자 경찰청 외사과 직원들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불안하고 챙피함을 말로 어찌 다 표현할수 있으리...
외사과에서 보호자를 부르라고 했다. 보호자 인도하에 다시는 불법 출국을 않겠다는 증인이 필요하단다.
나는 나도모르게 송정의 그분 전화번호를 줄줄 불러주고 있는것이아닌가?
후회를 하고 발을 동동거리고 있는데 그분이 저만치서 내게 다가온다.
나는 그를 바라볼수가 없었다.
"이정호 입니다.주영희씨 보호자입니다.전화받고 왔습니다."
"아.예 이리로 좀 앉으시지요.주영희씨랑 관계는 어찌되는지..."
"....결혼할 사람입니다."
"...예?"
"네.결혼할 사람입니다."
"아니 이것봐요.이정호씨 결혼할 여자분을 이렇게 불법체류나시키고 말이지...안되겠네.."
"죄송합니다. 다 제가 못난 탓입니다.죄송합니다."
"실상 깊이 따지고보면 주영희씨도 외화벌이의 한 주역이긴하지만 이건 안됩니다.나라 망신입니다."
"죄송합니다."
"자~ 이것 읽어보시고 여기에다 싸인하시고 모시고 나가세요.두번다시는 이런일 시키지 마세요!"
"....네"
나는 아니라는 부정도 못하고.. 지금 내게 이 분에게 무슨짓을 한것일까?
짐가방을 챙겨서 경찰청을 나서는데 나는 그에게 아무런 말도 할수가 없다.
떠나올때도 연락한번 안하고서 몇달이 지난후에 불쑥 이렇게 불러내게되다니...
"저...영희씨 긴장했을텐데 뭐 요기라도 하셔야죠?"
"....미안해요."
"아이고 괜찮습니다.연락이 안돼 내심 걱정하고 있었어요.짐작도 했었구요."
"........"
"얘기는 나중에 하고 우선 뭐 좀 먹읍시다.우리집사람 보면 한국에 나오면 제일 먼저 아귀찜을 선호하던데..
아귀찜 괜찮겠어요? 얼큰하게..."
"네..그러지요"
공항에서 좀 벗어나 와이프랑 자주 가던 곳인지 훤히 길을 알고 아귀찜 집을 향했다.
차 안에서도 내내 아무런 말도 묻지 않았다.
"아주머니 아주 매콤하게 중자하나주세요. 좀 매운것 괜찮겠어요?"
"네.저도 매운것 좋아합니다."
그는 내게 맥주 한잔을 권했다.
시원하게 한잔을 원샷 해버렸다. 속이 뻥 뚫리는듯했다.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아귀찜을 한입 맛보았다.
간만에 접하는 아귀찜이라 그런지 지금 내 상황과는 상관없이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아귀찜 한입,맥주한잔....그렇게 술을 마셔댔다.
"정호씨! 죄송해요. 남편에겐 알리고 싶지 않았어요.아니 이제는 남편이 아닙니다."
"혹시...저번에 의논하시던 친구분 일 이라는게 본인 일이였습니까?"
"....."
"흠...."
"아무말 마세요.고맙습니다.이렇게 절 믿고 절 불러주셔서..하하 오늘은 아무생각말고 푸욱 쉬십시요."
"그동안 잘 지내신거죠?"
"저도..뭐 조금 사업이 어려워지고 있긴 합니다만 영희씨만큼 힘들진 않습니다.허허"
"사정도 있을텐데 제가 오늘 시간을 너무 많이 뺏은것같아 죄송합니다."
"자아 이제 일어나시죠.어디? 집으로 가실건지...아님 울산엘 가실겁니까?"
"....저 며칠만 나 혼자 있다가 마음에 정리를 하고서 결정을 내릴래요.지금 송정에 가시는거면
가시다가 해운대 쪽에 저 좀 내려주세요.바다가 보고싶네요."
"그럽시다."
가는길에 긴장이 풀린 탓인지 술기운 탓인지 차안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차가운 바람에 또 파도소리에 눈을 떴다.
그는 차 밖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 모습을 쳐다보면서 괜히 그의 아내가 부러웠다.
아직 단 한번도 내게 남자 냄새를 풍기지 않는 젊잖은 사람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를 믿고 의지하는건 아닌지...
"몇시쯤 됐어요.오늘 여러모로 제가 힘들게 하네요."
"10시네요.아주 곤하게 코까지 골며 주무시던데요.하하"
"...."
"여기는 한국입니다.불안해하시지 않아도 됩니다.허허"
"네 이제 그만 가 보세요.오늘 정말 고맙고 죄송합니다.제가 나중에 거나하게 한잔 쏠게요."
"저기...제가 생각좀 해 봤는데요,여자 혼자 모텔은 좀 그렇습니다.제가 마음이 안놓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말인데요.괜찮으시다면 저희 오피스텔 분양안된 빈방들 많이 있는데 여기서 며칠 묵으시면 어떨까요?"
둘러보니 해운대가 아니고 송정 앞바다였다.
"그렇게까지 신세를 지고 싶진 않습니다.말씀은 고맙지만..."
"정 미안하면 매일 저한테 밥 사 주세요.계시는 동안 매일요..허허 저도 괜찮은 장사같은데요."
그렇게 못이기는척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전망이 좋은 윗층으로 방을 내 주었고 모든게 풀옵션이 되어있는 깔끔한 방이였다.
그렇게 대충 여장을 풀고 그냥 깊은 잠을 자 버렸다.아무생각없이 거의 하루 반나절을 잔듯했다.
눈을 뜨고보니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라 감사했고,낼이라도 지민이를 볼수있어 설레였고,
그분의 그늘아래 내가 있다는게 싫지 않았다.
이제 한국에 돌아왔으니 내 현실을 다시 헤쳐나가야한다.
비워둔 가게도 해결을 봐야하고,경매들어온 전셋방도 정리를 하고 남편과의 모든 끈도 잘라야한다.
그리고 지민이와 나와 살아갈 방법을 다시금 고민해야한다.
일본에서의 나의 행적들은 꿈이라고 생각할테다..아주 나쁜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