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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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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문드러지는 가슴.


BY 조 양 희 2011-07-08

그런일이 있은후로는 남편과 헤어질 궁리에만 몰두하게되었다.

 

그렇게 꼬투리만 잡을려고 신경을 온통 곤두세우고 있는데 남편이 여지없이 걸려들었다.

 

어느날.

 

그날은 가게에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혼자서 주방보랴 ,홀서빙하랴 ,아이와 눈 맞추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영업이 부진한 관계로 일하는 사람을 한사람을 줄였더니 더 힘들었다.

 

늦게 아이를 데리러 가게로 들어선 남편은 이미 술이 만취상태다.

 

아이도 남편을 기다리다 가게 쇼파 한곳에서 잠이들어있었다.

 

아이를 안고 가겠다며 아이를 깨우려는 남편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자 화가 치밀었다.

 

"그냥 두고 혼자 가세요.지민인 내가 데리고 갈테니까..."

 

"애보라며? 그래서 데리고 갈래는데 왜 시빈데.. ?"

 

"지금 혼자몸도 못가누면서 뭘 어쩔려고...정리하고 저 테이블만 일어나면 끝나니까

 

내가 델꼬 갈께요. 먼저 들어가요."

 

"진작에 좀 그러지..에이! 한참 재밌게 놀다가 부랴부랴 왔구만..니 멋데로해라"

 

나는 답을 하지 않았다. 싸움이 될것 같아서...

 

조금더 못놀다 온게 속상하다며 투덜거리며 가게를 휑하니 나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면서

 

더이상은 남편과의 미래는 없겠다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게를 빠르게 정리를 하고 잠들어 있는 아이를 깨우기가 안쓰러워 업고 나섰다.

 

어느덧 지민이가 자라서 등이 묵직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보니 당연히 집에 있을줄 알았던 남편은 없었다.

 

아이를 눕히고 씻고 잘려고 자리에 누웠다가 혹시나해서 인터넷을 켰다.

 

얼마전에 적어둔 남편의 카드행적을 추적했다.

 

시간상 좀전에 우리가게를 나가서 근처의 단란주점에서 두어시간후에 80만원이라는 결재를 했고,

 

그뒤엔 노래방에서 10만원을 결재했고.한시간후에 편의점에서 20만원을 현금서비스를 받은

 

내역이 고스란히 노출되어졌다.

 

기가 막혔다. 나는 오늘 아이까지 가게에 몰아넣어 놓고 올린 매상이 겨우 55만원이다.

 

이것저것 제하고나면 순수익이 얼마겠는가?

 

근데 남편은 지금 잠깐 몇시간동안 도대체 얼마를 쓰고 있는가?

 

인간이 아니다...

 

오늘은 끝장을 보리라 마음먹고 남편을 기다렸다.

 

남편은 처음으로 외박을 했다.그동안은 늦은 시간에라도 외박은 하지않았다.

 

전화기도 계속 꺼져있다. 밤을 꼬박 뜬눈으로 새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후에도 계속 전화기는

 

꺼져있었다. 사무실로 직접 전화를 걸었다.

 

"최과장님 좀 부탁합니다."

 

"아직 출근전이신데요..."

 

"네..알겠습니다."

 

이건 또 무슨 조화람...서서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술을 아무리 마셔도 지금껏 외박은 물론이요.회사에 결근은 절대로 하지않았다.

 

그래도 그나마 용서할수 있었던것은 꼬박꼬박 시간되면 깨우지 않아도 일어나서 출근은 정확하게

 

하던 사람이였는데....

 

밤을 샌 탓인지 눈은 충혈되고 머리는 지끈거려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오후에 집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난데...전화했었어?"

 

"어떻게 된건데 전화는 꺼져있고..."

 

"사우나에서 잠이 깜박 들어버렸네..나중에 집에가서 얘기해"

 

너무나 태연하게 전화하는 남편..

 

나는 머리를 마구 굴렸다.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석연치 않은 남편의 행동.

 

집도 그리 멀지 않은곳에 있는데 집을두고 사우나를 간것도 그렇고...사우나엘 가면서 20만원이

 

왜 필요했을까? 그리고 혼자서 두시간 동안 얼마를 마셨길래 80만원이라는 금액도 이해가 불가했고

 

또 그후에 노래방엔 왜 또 간것인지....

 

나는 혼자서 영화 한 컷을 찍었다. 상상이 어떤 극에 도달하자 갑자기 배신감이 몰려오면서 가슴이

 

답답함을 느꼈다. 다시 그 증세가 시작되었다.

 

혼자서 이리저리 뒹굴며 속옷들을 마구 벗었다. 그래도 숨을 쉴수 없었다.

 

언젠가 잠깐 들은바가 있어서 급하게 바늘을 찾았다. 정확히 어디를 찔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종아리 위 뼈있는 주위를 찔렀나보다...뭘 잘못했는지 피가 갑자기 뿜어져 나왔다.

 

나는 순간 당황을 했고 수건으로 다리를 감쌌다.

 

효과가 있었는지 숨은 쉴수가 있었다.아마도 동맥부근을 건드린것인지....

 

이렇듯 혼자서 살아볼려고 발버둥을 치고는 기진맥진이였다.

 

부질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이와 간단히 저녁을 먹는둥마는둥 하고는 가게로 아이를 데리고

 

갈려고 나서는데 남편이 들어왔다.

 

따지고 싶지 않았다. 그냥 혼자서 차를 몰았다.

 

비가 억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가게로 가고 싶지 않았다.

 

일하는 애한테 잠시 바람좀 쐐고 들어가겠다며 전하고는 그 길로 마구 달렸다.

 

운전이 아직 초보인지라 왠만하면 가게로 차를 갖고 나가지 않는데 오늘은 그냥 막 달려보고 싶었다.

 

갈곳이라고는 운전주행연습을 할때 늘 다녔던 송정해수욕장 이였다.

 

비가 너무 세차게 내려 앞이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

 

나는 음악을 최대한 크게 틀어놓고 소리를 마구마구 질러대며 울었다.

 

고래고래 욕을 해대며 엉엉 소리를 지르면서 울부짖었다.

 

송정바닷가에 차를 주차시키고선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를 두캔 샀다.

 

비가 많이 온탓인지 주위 인적이 드물었다.맥주를 한모금 마시면서 바라보는 비오는 가을밤의 바닷가는

 

스산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세차게 몰려왔다가 퍼져 나가는 파도를 바라보며 내 과거와 나의모든

 

근심걱정도 그 파도와 함께 산산조각 퍼트려 없애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맥주를 마셨다.

 

맥주 한캔을 더 사고 가게에 전화를 해주었다.지금 송정에 있으며 술을 좀 마셔서 술이 깨면 가겠다고...

 

잠을 못잔 탓인지 맥주 세캔에 졸음이 몰려왔다. 그대로 잠이들었다.

 

누군가 한참 차를 두드리는 바람에 눈을 떳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놀랍게도 차밖에서 창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그 였다.

 

"이렇게 잠이들면 어떡합니까? 큰일날려고..."

 

"그러게요.잠이 들었네요. 여긴 왠일이세요?"

 

"비도 오고해서 가게로 전화를 했더니 하영씨가 언니 기분이 별루인것 같다며 지금 송정에 있을거라해서

 

제가 지금 몇시간째 헤매고 돌아다녔다구요?"

 

"걔는 별소릴 다 했네요.그냥 잠을 좀 못자서..."

 

"송정까지 오셨는데 제가 대접을 해야겠네요.여긴 제 구역입니다."

 

"아닙니다. 가게로 가 봐야지요."

 

"가시더라도 뭐 좀 드시고 정신차리고 가셔야죠.."

 

"저..지금은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요.그럼.그냥 커피나 한잔 사 주세요."

 

그는 싫다는 나를 굳이 근처 샤브샤브집으로 델꼬 들어갔다.

 

이것저것 챙겨주는 그사람의 호의가 싫지 않았다.

 

'누군지 몰라도 당신을 남편으로 둔 사람은 무슨 복일까?'

 

혼자 속으로 생각하며 누군지도 모르는 그의 아내가 몹시도 부러웠다.

 

그는 캐묻지 않는게 좋았다.절대로 무슨일이 있었냐고 캐묻질 않아서 편했다.

 

그렇게 속을 풀고 가게로 돌아왔다. 어머나!!!!

 

가게안이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일하는 아이가 나를 보더니 오들오들 떨면서 말한다.

 

"언니! 형부가 가게로 전화가 와서 언니 찾길래 그냥 언니 바람좀 쐐고 들어오겠다했다고 했더니 좀전에

 

언니 언놈이랑 눈맞았냐며 손님들 다 쫓아보내고 다 부수고 바른말 안한다며 막 나를 때릴려더니 금방

 

나갔는데 언니 못봤어?"

 

억장이 무너진다는 표현이 딱 맞다. 어떤 말도 할수없었다.

 

"하영아! 미안하다.오늘 가게 문닫자.그만 들어가라"

 

"좀 치우고 갈께요."

 

"아니다.낼 치우고 언니 기운없다.술먹은것 같디?"

 

"잘 모르겠어요.마신것 같기도하고 아닌것 같기도하고..."

 

"알겠다.먼저 들어가라 나는 좀 앉았다 갈께"

 

"네.언니 내일 뵈요."

 

문을 닫고 불을 끄고 한참을 멍하니 그렇게 앉아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대책도 서질 않았다.화는 누가 내야하는데....

 

얼마나 지났을까?왜 이러는지 이유를 알고 싶었다.

 

집으로 차를 돌렸다.지옥길로 접어드는듯했다.

 

남편은 없었다.아이혼자 재워두고 그렇게 미쳐 날뛰고는 또 어디론가 술을 퍼 먹으러 갔나보다.

 

나는 불도 켜지 않았다. 그대로 아이옆에 누워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이대로 눈이 뜨지 말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