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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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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한년이 두번은 못할까?


BY 조 양 희 2011-06-26

여느날처럼 가게를 마치고 돌아와보니 온집안에는 소주병이 나 뒹굴고 있었고'

남편은 집안이 떠나가도록 코를 골며 자고 있었고 어린 지민이는 그 옆에 쪼그리고

자고 있었다. 오늘은 일찍 와서 애를 좀 봐달라고 했더니 이렇듯 기막힌 광경을 내게

보여주고 있었다. 나름 하나씩 치우면서 뭔가모를 서러움에 자꾸만 흘러내리는 눈물을

어쩔수가 없었다. 이런모습은 아니였다.

이럴려고 재혼한것은 아니였다.

나도 번듯한 직장인의 아내가 되어 다복하게 살면서 내 어둡고 불행했던 과거를 보상받고 싶었다.

아무렇게나 던져져있는 남편의 옷을 치우다가 혹시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남편의 지갑을 뒤져보았다.

지갑의 한쪽 귀퉁이에 하얀 종이에 싸서 또 비닐까지 뒤집어 씌워져 있는 뭔가를 보았다.

조심스럽게 풀어보니 카드였다. 그렇게 만류시키고 맹세를 하더니 이렇듯 카드를 숨기고 있었다.

뒤진 흔적을 없애고 원상태로 만들면서 또 쪽지 하나를 발견했다.

아마도 카드 번호와 비밀번호인듯하여 몰래 나도 배껴 적어두었다.

차곡 차곡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과 함께 하나둘씩 그와의 삶에 종지부를 찍어가는듯했다.

내년이면 지민이도 이제 초등학교를 입학한다.

7년이란 세월동안 한결같이도 변하지 않는 남편의 이기적인 성품에 이제는 나도 지쳤다.

나는 그동안 지민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

이가정 깨지 않고 유지해볼려고 안간힘을 썼다.

첫 결혼은 철없는 행동에 의한 무책임에서 비롯됨이였기에 이결혼만큼은 순전히 내 판단력에 의한

결론이였기에 더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 했다.인간의 한계를 느낀다.

마음을 다잡았다. 결론을 내야했다. 이른 아침이다.

"지민아 ! 얼른 일어나~유치원 가야지~~"

"엄마 ! 좀만 더자고.."

"아이구 착하지~엄마딸!!어?벌써 유치원 버스가 왔나봐요.얼른 일어나세용~"

거짓말로 아이를 깨워 씻기고, 밥먹이고 부산을 떨었다.

그 소리에 남편도 일어나 씻으러 들어간다.

"지민이~ 어제 아빠랑 빠빠 맛있게 먹었어용?"

"응.아빠랑 통닭시켜서 먹었어.."

"밥은 안먹고? 통닭만 멋었어? 밥을 먹지~엄마가 맛있게 해 뒀었는데.."

"아빠는 소주먹고 나는 닭먹고..근데...아빠 손에 피났데이~"

아이는 목욕탕쪽을 의식하며 귀에다가 속삭였다.

"왜?"

"아빠가 칼로 손에 지직했데이~ 그래서 피났데이~"

"...지민이 놀랐겠네..아빠가 왜 그랬을까? 그래서 울 지민이 무서웠어?"

"응 무서버서 울다가 잤다."

이게 무슨 소린가? 상상이 되었다. 남편은 칼과 아주 친숙하다.

여차하면 칼로 자해를 하려했다. 옛날에 나 때문에 친구랑 다투다 배를 자해했다해서 그 흉터에 나는

감동을 했었다. 그런데, 일곱살난 딸애 앞에서 그 잔인한짓을 했다는게 용서가 안되었다.

씻고 나오는 남편 손목을 바라보았다. 밴드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아무소리 않고 아침밥을 차려주고 배웅을 했다.손목이 왜? 그런지 물어보지 않았다.

잠도 오지않고 암담했다. 오랫만에 사직동에서 일했던 주인언니가 생각이 나서 전화를 해 보았다.

마침 절에 간다며 같이 가자고 했다. 언니는 나의 사정을 너무나 잘알고 있었고 항상 인생선배로서

내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절은 배냇골에 있는 절이라했다.같이 나섰다.

"언니야! 나 이러고도 계속 살아야하나?"

그간에 일어났던 수많은 얘기들을 쭈욱했다.어제 일까지도...

언니는 내 손을 꼬옥 잡으면서...

"희야! 원래 범을 피하려다 여우를 만난다했다.산 좋고,물좋고,정자까지 좋은데는없다."

"해도해도 끝이 없고 내가 마음 붙이고 살아야될 이유가 없는것 같데이~"

"희야! 그래도 또 참아봐라. 지민이 생각해서.. 니 애들처럼은 안만들어야지~"

"언냐! 그래서, 그 이유때문에 오늘날까지 내가 그나마 버티고 있다.후유~"

절은 신불사에 자리잡고 있는 조그마한 암자 같은데였다.

언니가 오랫동안 다니는 절이라 스님과도 친분이 있다했다.

절에 도착하여 법당에 절을하고서는 스님이 내게는 산신각에 가서 절을 하고 오라했다.

산신각에 절을 하는데 아무도 없는 그 곳에서 그렇게 눈물이 쏟아졌다.

한 삼십여분을 절을 하며 대성통곡을 했다.

"저 살고 싶습니다.이 사람과평생을 가야합니다.제발 저를 살려주세요.이 사람과 이 생을

마감할수있도록 부처님이 좀 도와주십시요!!!!제발...제발요..."

나도 모르게 울부짖으며 이렇게 애원을 하다시피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내려왔다.

스님은 언니랑 내게 공양을 하자했고,차까지 마시게 되었다.

나는 절에는 가끔씩 들려 법당에 인사만 하고 오는 정도였다.유명한 절을 구경가게되면...

"보살! 공을 많이 드려야겠다.조상님들이 잘 닦아 놓았으니 보살은 남들보다 공줄이 세서 절마당에만

가서 소원을 빌어도 남들보다 더 표가 날낀데..불공을 많이 드려.."

"스님! 동생이 아직 믿음이 부족해요,앞으로 제가 자주 데리고 올께요."

"보살! 스님이 조심스레이 뭐 하나 물어봐도 돼?"

"네...말씀하세요."

"지금 그 사람과 계속 꼭 살아야되나?"

"............................."

"스님 뭐 집히는게 있으면 말해주세요.제가 아끼는 동생입니다."

스님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시며...

"그 대주님이 스님팔자인데 가정을 꾸리고 있으니 잘될일이 없지..그라고 대주 가까운 조상중에

장가도 안가고 우리같이 스님공부를 하다가 술에 찌들려 자살한 사람이 있데이~그 조상이 그

대주한테 실려서 본인 마음하고 상관없이 자꾸 엉뚱한짓을 한데이~"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주 오래전에 시어머님이, 시아버님 형제분들을 말씀하시다가

거의 정신병자 비슷하게 내내 혈서를 쓴다며 칼로 자해를 하고, 스님이 되겠다며 산으로 들락날락

하시다가 자살한 시삼촌 얘기를 들은적이 있었다.아마도 그 분을 얘기하는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그 스님에게 급믿음이 갔다.아주 용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보살! 다음에 혹시 또 오게되면 대주님도 같이 모시고 와봐!"

"네..같이 꼭한번 더 올게요."

돌아오는길에 언니에게 스님에 대해서 물어봤다.

스님도 옛날엔 언양을 주름잡던 건달이셨다고 했다.어느날 신기가 와서 그걸 물리칠려고 고민하다가

스님이 되었기에 가끔 마음에 와닿는 사람이 있으면 그렇게 점을 보듯 얘길하신다고 했다.

마음이 조금은 너그러워졌다.남편도 본인 마음이 아니고 뭔가에 홀려서 그렇다고 생각하니

불쌍하다는 생각마져 들었다.

퇴근한 남편에게 오는 절에 갔던 얘길 해 주면서..

"지민아빠 ! 나.당신이랑 꼭 잘 살아야돼! 나좀 봐주면 안돼?"

"그래.나도 내가 왜이러는지 모르겠다.당신 내 만나서 고생하는것도 알고,안그래도 소영이 때문에

걱정스러울텐데...아침에 출근할땐 나도 다짐을 하고 간다.당신한테는 처음으로 하는 말이지만...

'오늘은 일찍와서 애랑 좀 놀아주고 집안일도 좀 해주고 해야겠다'그러는데 마칠때쯤 누가'소주한잔하자'

하면 그 맹세는 생각도 안나고 한잔 먹다 보면 당신이 솔직히 생각도 안난다.나도 죽겠다."

"당신이 잘 아네..나 지금 미치기 일보직전이야..실은 나 요즘 신경정신과다니면서 약 타먹으면서

지낸지도 여러달되요.나 좀 살려줘라..응?"

"..................약봉지 보기는 했어.왜? 우울증?"

"예.그렇대요.나 당신한테 큰것 바라지 않잖아.지민이 더 크기전에 맞벌이해서 우리 번듯한 집이라도

하나사고 안정적인 가게라도 하나 하면서 지민이 잘키워보자.그거잖아.."

"나도 알지...나도 애 써볼께"

이렇게 대화를 나눈지 겨우 사일만에 남편은 또 그 자리다.반복되는 이 일들이 벌써 몇번째인가?

하루는 비장한 각오로 남편을 가게로 일찍 오라고 했다.영업개시전에 집이 아닌곳에서 단판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남의눈치 안보고 조용히 얘기할수 있는곳이였기에...

"지민아빠! 우리 이제 그만하자!"

"뭘?"

"나 인제 그만할래.아니 안할래.당신도 나 만나기전 서른다섯해 동안 원도 한도 없이 돈.노름.기집질.술.

할만큼 다 해봤잖아.그러면 늦게라도 정신차리고 잘살아볼 생각은 않고 언제까지 이러고 살건데?"

"그래서? 뭘 어쩌겠다고.."

"이혼해줘요.나 사람답게 살래요."

"이혼? 재미들렸나?웃기지마라.내 사전엔 이혼장은 없다.사망신고서라면 몰라도..."

"당신!!!!!!! 어떻게 그런말을....재미들렸나?....어이가없다."

"와? 내가 틀린말했나? 가게 하더만 언놈하나 생깄나? 잘해준다카더나?"

"이런사람이였어요?................."

"xx말이면 다 말인줄 알아? 이혼?언놈 좋으라고 이혼을 해줘~내참.."

남편은 아내의 영업장이란것도 인식이 안되는지 일어나서는 진열해놓은 컵들을 마구 깬다.

냉장고에서 술을 꺼내어 마구잡이로 병째로 마구 들이킨다.더 이상은 대화불가능이였다.

장식용 화분들이며...손에 집히는것들은 냅다 던지고 ,발에 걸리는것들은 모두 차버린다.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나는 말리지 않았다.

마치 황소 한마리가 미쳐 날뛰는 그런 모습이였다.이리저리 마구 들이박는 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