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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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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BY 조 양 희 2011-03-20

아이들이 보고싶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앞엘 갔다.

하교를 하고 교문을 나서는 소희가 보였다.

"소희야!"

아이는 얼른 나를 안아보고 나를 향해 달려왔다.

몰라보게 부쩍 커 버린 작은 아이.

"소희야! 엄마야! 어디 아픈데는 없고?"

"응 엄마 "

아이는 주위를 살피는듯...

"왜?"

"아니...혹시 새엄마 볼까봐서..."

"새엄마가 엄마 만나면 안된다고 하대? 괜찮아.밥은?"

"집에 가서 할머니랑 먹어야하는데..."

"할머니?"

"응.전라도 큰할머니 우리집에 와있어."

"으응.언니는 언제 마쳐?"

"곧 마칠걸.언니교실에 가보고 올까?"

"그래.얼른 다녀와."

"엄마 가지말고 여기 꼭 있어.언니보고올께"

아이는 학교로 다시 냅다 뛰면서도 뒤를 여러번 돌아다본다.

아마도 내가 가 버릴까 염려되는 모양이다.

나는 그런 아이를 말없이 지켜보며 눈물을 훔칠수밖에.....

큰아이는 5학년.작은 아이는 1학년이다. 아이가 맡겨둔 가방안을 들여다 보았다.

비교적 정리가 잘되어 있었다.여기저기를 훓어보고 있는 사이 작은아이는 숨을 헐떡거리며 뛰어왔다.

"엄마! 언니 아직 두시간 더 남았다고 엄마보고 꼭 기다리래."

"그래.그럼 엄마랑 맛있는것 먹고 좀 있다 언니보러 다시 오자."

"엄마! 그럼 우리집앞에서 잠시만 기다려.집에 얼른가서 할머니 밥 드리고 금방 나올께."

그렇게 아이들과 어언 1년만에 재회를 했다.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알아내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버린것이다. 이사를 가버렸고 아이들과만나질 못했다.

큰아이를 만났고,기가차는 얘기도 들었다.

전남편은 종가집 종손이였고,시골에 계시던 전남편의 할머니가 거동이 불편해서 모셔왔는데

지금은 치매가 있어 방문을 잠그고 다니며,애들 새엄마란 여자는 전남편의 건설일을 돕는답시고

매일을 집엘 있지않고 아침에 밥만 해놓고 다 저녁에 애들 아빠랑 같이 온단다.

그동안 할머니의수발은 아이들이 번갈아가며 했었고.심지어 애들에게 할머니 요강청소까지 시킨다했다.

더 웃기는 얘기는 할머니수발은 애들이 다 하는데 그여자가 얼마전에 효부상을 받았다고한다.

"엄마! 우리 엄마랑 같이 살면 안돼? 나 할머니땜에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고 넘 짜증나.."

"그러게..우리 소영이가 고생이 많구나.엄마가 미안해.여러가지로.."

"아빠는 맨날 내만 머라하고,새엄마말만 듣고.."

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강요를 할지도...이해를 시켜야할지도...

서로 비밀로 하기로 손가락을 걸고 맹세를 하며 떨어지지않는 발길을 억지로 떼어놓아야만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애들 아빠 형편이 전보다는 훨씬 좋은듯하여 조금은 안심이되었다.

아이들은 울산에서 좀 벗어난 천상이란곳에 살고 있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내내 마음이 무거울 뿐이다.

지금 내가 옳은일을 한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데려오지 못할거면서 어른인 내마음도 만나는 순간뿐이고 이렇듯 가슴이 아린데 아이들은 이 뒷감당을

어떻게 견뎌낼지를....생각하니 오히려 애들 맘만 더 상하게 한것은 아닌지...

문을 닫은 다방에 혼자 들어서서 멍하니 한참을 있었다.

눈먼 돈들은 다 어디들 가 있는지...내가 지금 번듯한 전셋방이라도 하나있고,다방업말고 애들하고 함께

생활하며 살수있는 여유만 된다면 애들을 훔쳐서라도 같이 지내고 싶다.

매일을 올바르게 열심히 살아도 한달에 백만원 모으기가 쉽지않다.

소주병을 집어들다 맘을 바꿔 커피잔으로 손을 옮겼다.

'이러다 애들하고 같이 살아보기도 전에 내가 병이라도 걸리면안되지..'

이튼날 가게문을 열었고,종업원 두명도 출근을 했고,다시 나의 일상생활로 돌아왔다.

어김없이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에~XX다방입니다."

"네,거기 삐삐 치신분요."

"레파토리 좀 바꿀수 없어요.허구한날 삐삐치신분은..왜요?"

"응 어제 애들 잘 만나고 왔어?"

"당연하지.만나고 왔어요.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얘기해요."

이 다방을 오픈하고 우연히 손님을 만나러 왔다가 내게 호감을 느끼고 매일 같이 오는 일명 '호구'였다.

그는 자동차검사소에 근무를했고,아버지가 금고 이사장을 지낼만큼 여유도 있는 집안의장남이였고,

중학교선생님을 아내로 두고 애들도 둘이나 있는 유부남이였다.

그는 너무 순수하여 매력이라고 손톱만큼도 없었다.적어도 내게는...

하지만 그를 남자로 알기엔 내맘이 허락되질 않았지만 매일을 가게에와서 생과일쥬스를 먹으며

찻값이라며 항상 오만원을 내고가는 매너 좋은 단골손님이다.

매일을 초밥을 비롯하여 갖가지 간식과 과일,꽃을 사 들고 왔다.

어제는 애들 만나서 맛있는것 사 주라며 50만원이나 봉투에 담아서 아주 조심스럽게 건네주었다.

나는 마음에도 없으면서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서 못이기는척 받았다.

그가 유부남이라서가 아니였다.아직도 첫사랑의 그를 못잊고 있음이다.

모든게 그와 비교가 되었고,이내 실망을 해 버렸다.

지금도 첫사랑의 그와는 가끔,아주 가끔씩 통화를 한다.일상적인 말들로 대화를 나누며

 서로들 인연의 끈을 쉽게 놓지 못하고 있다. 그도 아직은 나를 잊지않고 있음이다.

지금 이사람에겐 모든게 내 멋데로이다. 말도 함부로 하고 싶은데로 해버리고,좋고 싫음도 분명했고

전혀 배려를 고려하지않고 내 마음데로 해 버린다.

그래도 웃으면서 이런 내모습이 매력이라한다.

나를 아는 거의 모든 손님들은 내가 노처녀인줄안다.하지만 그에겐 있는 그대로 얘기해버렸다.

그러면 실망하고 돌아설줄 알았는데,오히려 그런 나를 더 동정하고 안스럽게 생각한다.

모든걸 솔직하게 얘기함을 오히려 고맙게 생각해버린다.

그저 한 공간안에 있음으로 만족했고,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 자체로도 만족하고 행복해한다.

다방에서 생활하는 내 모습을 보며,집도 마련해 주겠다,운전면허증만 따면 차도 사 주겠다,

백화점에가서 옷도 사 주겠다, 필요하다하면 돈도 주겠다,했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그저 내 한몸만 희생하면 어쩌면 내가 원하는데로 될수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것도 사실이다.

하지만,마음에도 없는 그를 받아들이고나면 뒷감당이 두려웠다.

첫째는 내 아이들에게 부끄러웠고,둘째는 또다시 유부남에게 마음주고 가슴아파할 내가 두려웠다.

셋째는 또 한여자에게 돌팔매 당할짓을 한다는게 두려웠다.

아니면 아직은 내가 세상에 때가 덜 묻은듯하다...

우선 달다고 삼켜버리지는 못한다.아직은....

이렇게 내게 또 한남자가 밀어내고 밀어내어도 끈질기게 다가오려한다.

인연인지 악연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