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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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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BY 조 양 희 2011-01-24

나는 이제 그의 관심(?)에서 벗어나보려 안간힘을 써본다.

그가 없는 나만의 생활을 상상하며 연습중이다.

단번에 무우를 자르듯 잘라내진 못했지만 비록 두부를 으깬듯이 주위에 흔적들이 남아있지만

최대한 노력중이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목욕을 다녀왔다.

아이들의 책가방과 몇개의 쇼핑백들이 내 방문앞에 나뒹굴고 있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시작했다.

이것저것을 살펴보니 내 아이들의 소지품이 분명했다.

"소영아 !! 소희야 !!"

옥상쪽에서 아이들이 뛰어내려오는 소리가 났다.

"엄마아~~!!"

우리는 서로들을 부둥켜 안고서 한참을 대성통곡을 했다.

그야말로 이산가족 상봉이였다.

아이들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와서는 배고프다는 아이들을 위해서 나는 그야말로 3년가까운 세월만에

내 아이들을 위해서 밥을 준비했다.

큰아이는 어느새 훌쩍 커있었고 작은아이도 나를 기억해내곤 서러움을 토해냈다.

우선 큰아이가 좋아하던 된장찌개를 올려놓고 냉장고에 들어있던 야채들을 꺼내어서

급한대로 계란말이와 김이랑 해서 아이들을 먹였다.

꿈인듯했다.

맛있게 허겁지겁 먹어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는 그야말로 행복한 눈물을 흘렸다.

얘기인즉.

큰아이 봄방학을 시작하자말자 남편이 아이들에게 엄마한테 데려다주겠다며 옷들을 챙겨서는

집앞에 내려주고는 갔다는 것이다.

그동안 아이들은 아빠랑 생활을 했는데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았고 아이들만 둘이서 지낼때가 많았다한다.

가끔씩 친할머니가 들여다보고는 아이들 식사를 챙겨주는게 고작이였단다.

아이들의 횡설수설을 정리해보니그렇다.

그런데.어떻게 남편이 내 사는곳을 알았을까?

이곳에 온지도 벌써 일년이 넘었는데 왜? 이제야 아이들을 데려다주었나?

한마디 예고도 없이 연락한번없이 어떻게....?

어찌됐건 현재 내앞에 아이들이 있고 내가 해준 밥을 맛있게 먹고들 있지않은가?

과정이야 나중에 알게될테고....나는 밥상을 미뤄둔채 아이들을 양팔에 뉘우고 벌러덩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더이상 부러울게 없다.

내소원은 아이들과 함께 지낼수있으면 그만인것이다.

오늘은 가게를 친구에게 부탁하고 아이들과 지내기로했다.

아이들모습이 너무도 초라하여 우선은 아이들을 데리고 목욕을 갔다.

깨끗이 씻겨서 양손에 아이들 손을 잡고서 은행엘갔다.

이날을 위해서 악착같이 저금했던 돈을 일부 찾았다.

그리곤 시내백화점으로 갔다.아이들 옷과 아이들이 원하는것들을 잔뜩 양손가득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돼지갈비도 먹고....늘 오늘같기만 했으면...

아이들도 신이나서 깡충깡충 뛰어다닌다.

어느새 밤이되었고 아이들도 마음적으로 안식을 찾았는지 새근새근 잠들었다.

친정으로 오랫만에 전화를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막내 여동생을 우리집에

데려오기로 결정을했다.전후사정을 대충얘기하고선..

내일이면 또 가게를 나가야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위해서 내린 결정이였다.

그에게도 사정을 얘기했다.오히려 안심이되는듯한 모양이다.

아침에 얼마간 송금을 하겠다한다.아이들을 위해서 필요한것들을 사 주라면서...

며칠뒤...정확히 4일째되는날 낮에 누군가 방문을 신경질적으로 두드린다.

남편이였다.나는 순간 고양이앞에 쥐가 되었다.

눈을 부라리며 내뱉는 첫마디...

"흥. 니는 니 혼자 잘묵고 잘살고 있네?"

"....."

"그래.아~들 버리고 니혼자 사니까 좋더나?"

"내가 버린건 아니잖아요."

모기만한 소리로 대답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비아냥거리며 내가 도망을 갔고 꼭꼭 숨어있어도 이렇게 찾아냈다며 의기양양하게

내게 항복을 받아내려 위협적으로 말했다.

어이가없었지만 똘망똘망 우리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을 위해서 애써 참았다.

밥까지 차려오란다. 다먹고서는 형편이 어렵다며 돈을 요구하며 삐삐까지 가져가겠단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나더러 알아서하라며 말을 끝맺는다.

너무 기가막히고 어이가 없어 쳐다보자 돈내놓으라며 따귀를 때린다.

더이상 참을수가 없었다.

이런인간을 남편이라고 그동안 두려워하고 미안해하고 섬기며 살았던 세월들이 너무너무 억울했다.

왜때리냐며 대드니 이번엔 발길질까지...

나도 옛날에 내가 아니였다. 이것으로 끝을 보고싶었다.

죽여보라며 맞대응을하자 남편은 급기야 부엌으로가더니 식칼을 꺼내들며 죽이겠다협박했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귓전에 들리면서 나도 이성을 잃어버렸다.

윗통을 벗어제끼며 죽여라며 안죽이면 너 남자새끼도 아니라며 완전 미친듯이 날뛰었더니

처음으로 대드는 아니 죽일듯이 덤비는 나를 보며 당황을 하는듯하면서

"니 참 마이컸네."

"그래 미성년자데려다가 실컷부려먹고 애 엄마 만들고 키워줘서 고맙다 "

"기가 꽉찬다."

"그래? 나는 기가차고 혈이막힌다.어디서 양아치행세를하고있어!"

"이게.."

"와? .또 때릴라꼬? 차라리 죽였삐라 어중간이 병신만들지말고.."

"...."

"앞으로 두번다시 내눈깔에 띄지마라.그라고 아~들 내가 키울끼다.이혼해두가"

"..."

"사나가 어디서 벨도 없이 여자 등칠라꼬 그동안 내가 어찌 살았는지 니가 몰라서 내한테 이라나?

여기까지 찾아온것 보니깐 내 뒷조사 다 했겠네.근데 그돈을 내놔라꼬.쪽팔리지도 않하나?젊디 젊은것

놔두고 니혼자 전재산 다 들고 서울가면서 니가 아~들이나 내 생각해 본적있나?내가 야들하고 뭘 묵고

사는지 굶는지 아는 학교 입학은 했는지...물어본적있나?몇년만에 빈털털이로 불쑥 나타나서는 쪽팔리가

몬하고.사고날까 몬하고...그래도 남편이라꼬 샘은 나던가보네."

"...."

"와 말못하노.또 해봐라 "

"..."

"나는 그동안 입이 없어 말몬핸줄아나?죽은듯이 살아주니까 영 바본줄알았나? 할말없으면 얼른 가소

이혼장들고 찾아온나.그전에 또 와가 함만 더 이 유치한 짓거리해봐라"

"..."

"두들겨패고 쫓아내기전에 전후사정은 물어보고 변명할 기회는줘야 될것 아이가?개패듯이 패갖고

빈몸으로 쫓아내놓고선 바람난년 만들어놓고 뭐가 어쩌고어째?"

나는 그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한풀이를 다 해버렸다. 나도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남편은 쫓기듯이 나가버린다.등뒤에다 소리쳤다.

"소영이 전학서류나 준비해서 갖다줘.아애비라면..."

십년묵은 체증이 다 가신듯 시원했다.

놀라 있는 아이들을 끌어안으며 다짐한다. 이 깡으로 나는 앞으로 이 아이들의 그늘이되고 방패가되고

울이되어 이 험한 세상에서 이 아이들을 보호하며 씩씩하게 키워낼거라고.....

나는 이제는 여자가 아니고 엄마다.

내자신은 엄마에게 아빠에게 버림받고 애물단지로 자라서 이렇게 살고 있지만 이 아이들만큼은

내가 겪은 그런 설움과외로움과원망은 없어야한다.적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