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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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홧김에 서방질..


BY 조 양 희 2010-11-22

조방앞 호텔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부끄럽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했지만 그때맘은 오직 시계를 돌려받을려고...

나는 성격이 급한 탓으로 약속시간보다 10분을 먼저 나가있었다.

가게는 문을 닫은 상태.이미 남은 물건은 땡처리를 해버린뒤였다.

시누이들의 든든한 지원과 함께 큰마음을 먹고 나갔다.

내 생에 남편이외의..남자(?)는 처음만나보는것이다.

긴장도 되었다. 커피숍 문이 열릴때마다 힐끔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얼굴이 생각이 나질 않는다.단지 대단한 추남이였다는것 밖에는..

약속 시간이 됐다.이제는 더이상 힐끔거릴 자신조차도 없었다.

단지 상대가 나를 알아봐주기만을 기다릴뿐..

"저..어제.."

고개를 들다가 깜짝 놀랐다. 어제 그 빈티지의 남루한 모습은 어디로 사라지고 말끔한

양복을 차려입은 남성이 서 있었다.

"아..예"

커피를 시키고 나는 눈을 어디로 둬야할지 몰라 고개만 떨구고 손만 만지작 거렸다.

" 어제는 정말로 죄송합니다.술이 과했던 관계로 큰 실례를 범한것 같습니다.

정식으로 어제 일은 사과드립니다."

"아..예.."

"저..실은 시계는 보지못했습니다.그저 앞에 계신분 멀쩡한 정신으로 한번 더 볼려고.."

"예??그라믄 미리 말을 하시지예.나는 시계땜에 나왔는데..갈랍니다."

어이없고 실망스러워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그는 나를 앉혔다.어제 실수를 사과하는 의미로

시계를 사 갖고 올려했는데 디자인을 못고르겠어서 현금으로 대신한다며 봉투를 내민다.

그러면서 이왕 이렇게 나왔으니 저녁이나 먹고 헤어지잔다.

그는 나를 이끄는 마력이 있었다. 왜? 거부하지 못하고 그냥 멈추었는지 나도 모른다.

어제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딴판인 사람이 되어 아주 매너남으로 변신을 했다.

그는 나를 차에 태워 대신동쪽에 있는 한정식집으로 나를 안내했다.

차는 그리 좋은 차가 아닌 그냥 소형차인듯...

한상 차려져 나오는 밥상에 나는 입이 떠~억 하고 벌어졌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 본 한정식집..뭐 부터 먹어야할지...

그 산해진미의 밥상을 보자 나는 아이들이 생각나서..맘놓고 먹을 수가 없었다.

그림의 떡이였다.단지 눈요기만 했을뿐..낯선 남자랑의 식사라 대놓고 허겁지겁 먹기도..

그는 조그마한 건설회사의 영업부장이라 소개를 했고.노총각이라 했다.

그러면서 명함을 다시 한장 주면서 혹시나 술 생각이 나서 조방앞을 나올때면 언제든지

연락을 하란다.친구들과 함께여도 좋다면서..

이 미모에 왜 아직 시집을 안갔냐며 묻는데...내숭일까? 나는 그저 웃을 뿐이였다.

차마 이나이에 벌써 두아이의 엄마라는 소리가 입에서 절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또 볼 일이 있을까? 굳이 밝히고 싶지도 않았다.

후한 접대를 받고 맥주를 한잔 더하자는 제의를 물리치며 돌아서려는데..

그는 택시를 불러 세운다.호주머니 사정이 걱정이 되어 나는 버스를 타겠다고 뿌리치며 돌아서려는데

억지로 나를 택시에 밀어 넣더니 아까의 하얀 봉투랑 2만원을 동시에 던지며 문을 쾅 닫는다.

나는 당황스러워 문을 여는 시늉만 했을뿐 얼른 돌아서는 그를 애써 잡지는 않았다.

사실 요즘 근황이 엉망이다.나의벌이로 여섯식구가 먹고 살았는데 지금은 사촌시누이까지..

택시가 출발했고 나는 기사님의 눈치를 살피며 봉투속을 젤 먼저 들여다 보았다.

만원짜리 지폐가 제법 두둑하다.

나는 기쁜 맘을 앞세워 모두들 궁금해 하고있을 시누이들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시누이들에게 대충 얘기를 하고서 봉투를 내밀었다. 시누이는 얼른 봉투안에 돈들을 헤아려 본다.

50만원이였다. 꽤 큰돈인셈이다. 나도 적잖이 놀랬다.

그때 당시로 시계를 사고도 남는 돈이였다. 이 돈을 그냥 이렇게 받아도 될까?

시누이들은 횡재를 했다며 꽤 괜찮은 사람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어쨌든 그 돈으로 우리 아이들 삼겹살을 구워 먹였고 디자인이 비슷한 싸구려 시계도 샀다.

며칠을 그돈으로 생활비로 쓰고 소주도 한잔씩했다.

그 돈이 없어질 즈음에 소주를 한잔씩 하면서 시누이는 은근히 그 남자를 만났으면 하는 운을

내게 띄운다. 나중에라도 오빠가 알면 어쩔려고 그러느냐했더니 확실한 알리바이조성을 해준단다.

내가 망설이자 시누이들은 한마디씩 한다.사귀라는것도 아니고 우리 술값 들여서 먹느니 불러내서

한잔 얻어먹자며 채근을 한다. 시누이들앞이라 그랬는지  나는 단호히 거절을 했다.

그러자 실은...하면서 남편 흉을 동생들이 대신 본다.

그동안 내게 모질게 했던것도 집으로 데려온 여자가 내가 처음이 아니였단다.한달에

한두번은 여자들을 바꾸어가며 데리고 와서 자곤 했었단다.

그래서 나란 여자도 언제 갈지 모를 그런 술집여자이기에 존중할 이유가 없었다한다.

아이를 가졌다해도 진짜 자기 오빠 애 였는지도 의문스러웠고...

한마디로 나를 인정해줄수가 없어서 더욱더 함부로 대했다한다.

오죽하면 내가 얼마나 있다가 갈런지 형제들 끼리 내기도 했었단다.

나는 나도 모르게 술잔을 계속 들이키고 있었다.그동안 남편에 대해서 상상도 못했던

얘기들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나랑 살면서 바람피운 얘기며..지금도 아마도 모르긴해도 여자가

분명 있을거라며 지들이 오히려 지들 오빠를 죽일놈이라 칭한다.

나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나는 너무 무지했다. 남편을 단 한번도 의심해 본적이 없었다.

상갓집이라 하면 그런줄알았고 술먹다 가게에서 잠이 들었다하면 그런줄 알았고 당구장에서

당구친다하면 그런줄 알았고...내미는 돈도 오늘 이것 벌었다하면 그대로였다.

남편의 벌이는 월급도 아니고 정해진것도 아니였기에 나로서는 확인할수 없었다.

다르게 생각을 하는것 조차도 몰랐다.

잠자리도 남편이 다가오면 그냥 응해주었고 내 삶이 고달펐던지라 다른 생각은 하지를 않았었다.

나이가 어린 탓이였는지 나는 실상 잠자리에 대한 어떤 환상도 없다.

남편에 대해 모든 신뢰가 바닥이 났음을..내게는 더 이상 남편이 아님을...

나는 이미 그때 마음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껏 남편 말이 곧 법이였고.남편은 내게는 늘 고마운 그런 사람이였다.

내가 처음으로 취기가 도는걸 느꼈다. 연이어 시누이가 그에게 삐삐를 친다.

나는 말리지 않았다. 아니 내가 오히려 만나보고 싶었다.

이렇게 그와 약속시간을 정하고 다들 머리며 화장을 한다고 바빴다.

나는 아이들이 자는 방으로 건너가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내 아이들를 쳐다보며 소리죽여 한참을

울었다. 눈물의 의미를 나도 모른다.

나도 세수를 하고서 그를 만나기 위해 치장을 하였다.

문득 쳐다본 거울 속엔 이제는 여자가 있었다. 스물여섯의 아직 고운..

한껏 치장들을 하고선 집을 나섰다.

우리는 이미 시누이 올케 사이가 아닌 친구사이로 셋이서 서로 팔짱을 끼고서 깔깔대며 택시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