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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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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모살이


BY 조 양 희 2010-10-08

태어나서 처음으로 촌년이 서울이란 곳엘 왔다.

철딱서니가 없는 아이였기에 모든게 생각없이 망설임없이 이루어질수 있었다.

식모살이를 하고 있는 친구의 주인집에선 생각외로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좋으신 분들이라 했다.

친구를 따라 서울 까지왔고.친구일을 도와 설겆이도 하며 빨래도하며 그렇게 소일을 하며 며칠을 보냈다.

고모집에서 더부살이로 터득한 살림솜씨가 이렇듯 요긴(?)하게 쓰일줄이야..

친구의 주인아주머니는 며칠을 나를 지켜보았나보았다.

"영희라고했니? 영희야! 너도 돈을 벌어야하니? 학교는 어떻게하고...?"

"예. 이제 졸업식날가서 졸업만하면 돼요.저도 돈 벌고 싶어요."

"그래~ 음"

다음날 아주머니 친구분이라며 오셨다.

나를 찬찬히 보시더니 의례적인 질문을 몇가지 하셨다.

"부모님은?"

"울산에 계세요.엄마는 새엄마이구요."

"너 이렇게 서울온줄 알고 계시니?"

"네.친구랑 허락받고 왔어요.울아빤 제게 별로 관심없어요."

능청스럽게 거짓말로 답을 해 버렸다.

그 길로 친구랑 헤어지고 난 그 친구분 댁으로 왔다.

논현동이라 했다.내가 태어나서 첨으로 보는 부잣집 정경이였다.

넓은 거실에 쇼파도 있었고.커다란  TV도 있고.주방도 따로 되어있고.복층으로 된 2층 거실에 방이 또

3개나 되었다.그때의 내눈엔 정말 부잣집 같았다.

오히려 친구가 있는집보다 더 부잣집인듯 하여 왠지 내 기분이 더 좋았다.

아저씬 교수님이라 하셨고.아주머니는 가게를 운영하신다 했다.

열네살 짜리 딸과 열 두살짜리 아들이 하나 있었다.

나보다 한살.세살 어린 아이들이였다.

내가 할일은 식모일 이였다.아침에 아주머니가 밥을 해놓으면 상을 차렸고.다들 먹고 나면 

내가 밥을 먹고설겆이를 하고 빗자루로 1층이랑 2층이랑 각방을 쓸고 닦고 나서는 

세탁기에서 빨래 꺼내서 널고 걷고.

그 다음엔 잠깐 쉬고 또 저녁엔 아침에 해 놓은밥 아이들과 나만 먹고 치우면 끝이였다. 

해낼수 있는 일이였다. 부잣집이라 그런지 반찬도 늘 햄 종류와치즈들이 빠지질 않았고 

나도 그것들을 원없이 먹을수 있었다.

처음으로 금방 지은 따끈한 하얀 쌀밥에 노란 슬라이스 치즈를 조각내어 밥위에 얹어먹어보았다.

아이가 그렇게 먹기에... 정말 기가막히게 맛있었다.꿀맛이였다.

그럭저럭 며칠이 지나가던중 사건이 생겼다.

안방은 매번 잠궈놓고 가시더니 그날은 쬐끔 열려있었다.

그래서 살짝 들여다 보았다.

너무나 이쁘게 꾸며진 침실이였다.

TV에서나 볼수있음직한...

나는 그 침대위에 한치의망설임도 없이 누워 보았다.

너무 포근하고 따뜻했다.나도 이런집에서 이렇게 살고 싶었다.

울아빤 왜? 돈이 없고 가난할까? 괜히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원망과한탄과 상상에 빠져있다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그날은 하필이면 돌아올 시간도 아닌데 아주머니가 왜 그리 일찍 오신것인지...

밖에서 인기척에 나갈려는데 아주머니가 안방 문을 벌컥 여시더니 나를 도둑 취급을 하셨다.

아마도 내가 안방을 몰래 뒤진다고 생각을 했나보다..

"너 여기서 무슨짓하고 있는거니? 설마설마 했더니 너 아주 나쁜 애로구나."

"네에?"

"어디서 눈을 똑바로 뜨고 쳐다보니? 너 뭐 훔친거야?"

다짜고짜로 내몸을 마구 뒤지기 시작했다.

뭘 잃어버린것이나 있는건지....그러면서 노발대발하며 아마도 친구가 있는집으로 전화를 하는듯했다.

내용인즉 잠깐 나갔다 올 요량으로 안방문을 안 잠그고 나갔다 들어왔더니 그사이에 내가 안방에 몰래

들어가서 여기저기를 마구 뒤지다가 들켰단다.

난처했다.황당했다.기가막혔다.

그러면서 경찰서에 전화를 한단다.도둑년은 벌을 받아야된다면서...

덜컥 겁이났다. 경찰아저씨????

순간 눈에 쇼파위에 던져 놓은 아주머니 지갑이 눈에 뛰였다.

얼른 열어 손에 집히는데로 꺼내어서는 앞만보고 뛰쳐나왔다.2만3천원정도로 기억된다.

정말로 그렇게 도둑질을 내가 저지르고 만것이였다.

택시를 잡고 고속버스정거장으로 갔다.울산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휴..다행이다 하마터면 경찰아저씨한테 잡혀갈뻔했다며....'

이렇게 나는 또 무작정 울산으로 다시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