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라는 곳은 낭만과 열정이 있는 곳,
이라는 생각은 잊어야 한다.
대학은 오로지 공강과 mt와 다양한 사람들의 집합소이다.
선배, 후배가 공존하지 못하는...
교수님과 학생이 따로 국밥인 곳이다.
나 역시 대학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새내기 생활을 시작하지만...
드문드문 있는 수업과 한가로운 시간의 벽은 갈팡질팡 내 마음을 봄바람에 툭 던져 놓기만 한다.
모든게 새롭기는 하다.
수업방식이,
새친구를 사귀어야 하는,
선배의 다양한 연령대와
동기의 다양화 등등
막 고등학생의 때를 벗은 우리 새내기의 모습은 다소 촌스럽다.
화장을 하고 멋을 부려도 자연스럽기까지는 시간이 거린다.
그 서툰 치장만큼 서툰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이다.
아~!
이 이지은! 부푼 꿈을 안고... 러브러브 모드도 타고~ 멋진 대학생이 되리라 다짐한지
일주일도 안돼서 현실을 알아 버렸다.
술잔이 오고가는 선 후배의 정과
외계인 같은 동기생들의 생각들을 말이다.
정말~ 아주 정말 괜찮은 남자는 눈씻고 봐도 읍다!
내가 들어간 과는 인문학부계열이다.
딱 꼬집어서 국어국문학에서 철학과까지 다양한.
남,녀의 비율로 놓고 보면 약간 여자가 좀 많은...
그러나!
절대 남자가 적지 않은.
그래도 내 눈에 띄는 녀석은 아니 동기나 선배는 읍다!
"이지은?"
"어. 안녕?"
"나 너보다 한 살 많은데..."
"아, 안녕하세요. 죄송해요."
"푸하하~ 나 동갑이야."
새침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내게 말을 걸은 건 강은주였다.
입학식 날 처음보고 가볍게 자기 소개를 했는데...
멀리 강원도에서 온 아이였다.
"연락망."
"아..."
"내가 학년 짱이얌."
"뭐?"
"내가 학년 장이라오^^"
"응."
"넌 뭐할래? 홍보부? 어때?"
"난 빼줘."
"알았어. 홍보부 차장해."
"뭐?"
"이름 올린다."
"나 안해."
"푸하하~"
그렇게 단시간에 나는 학부 임원이 되었다.
그리고 은주는 내 저일 친한 동기이자 친구가 되었고.
단지 이름만 올린다는 은주의 말과는 달리 학부 일이 잇을 때마다 선배들 뒤를 쫓아
허드렛 일을 도맡아서 했다.
벽보 붙이기, 다른 과와의 시간 약속, 교수님 수업 자료 챙기기까지...
여하튼, 나의 대학생활 조금씩 생명을 불어넣고 있었다.
그 날은 축제 준비로 홍보 전단지를 만들고 조금 늦은 귀가를 하고 있었다.
나는 뒷풀이를 좋아라하던 선배들의 손짓을 뿌리치고
터벅터벅 버스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은 버스가 다니는 시간.
학생들의 발걸음 소리보다 밝게 빛을 내며 오샥빛으로 찰랑거리는 네온
그리고 유행가가 학교 밑,
골목을 메우고 있었다.
그에 비해 한적하고 조용한 버스 정류장.
나는 일부러 학교에서 조금 벗어난 정류장 벤치에 앉아 버스를 기다렸다.
조금은 어둠에 익숙한 벤치.
졸음이 버스보다 먼저 나의 몸에 스며드는 순간,
"아!",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헤헤~"
"너 뭐야?"
"못 먹는 감 찔러나 보기!"
"뭐?"
"너처럼 잘난 놈... 내가 가당키는 하냥. 그래서 찔러라도 본다 이렇게.. 헤~"
"아휴~ 너 얼른 집에 가! "
"김민우, 너 여자친구 읍다며! 나 어때?"
"뭐?"
"나 어때? 이 정도 얼굴에 이 정도 몸매면 괜찮지 않냐?"
"..."
"치!"
사실 그녀는 얼핏 보기에도 내 눈에 평균 이상의 점수를 매길 수 있었다.
오히려 아주 예쁜데...
"어.. 택시 온다. 어서 가!"
"나쁜 자슥!"
그녀는 거친 말을 마구 내뿜으며 택시에 올라탔다.
'못 먹는 감 찔러보기? 참...'
나는 나중에 써 먹어 보자는 다짐을 하며 피식 웃었다.
'에취~!', 이런 주책도 없이 재채기가 나온다.
"너 뭐냐?"
"네?"
나는 벤치에서 자동적으로 벌떡 일어섰다.
"너 뭔데? 쥐새끼마냥 남의 이야기를 듣고 있냐."
한 손으로 담배를 손에 쥔채, 술냄새를 풍기며 내 앞에 그가 서 잇었다.
"아.. 전.. 인문학부 02학번 이지은인대요!"
난 나도 모르게 선배들에게 내 소개를 하듯이 딱딱하게 말이 나왔다.
"하하하...."
"....."
"너 이리와봐."
"네?"
갑자기 내 옆구리가 누군가가 꼬집은 듯이 아파왔다.
"아~"
이건 뭔 시츄에이션?
그가 내 옆구리를 푸욱~ 아주 깊숙히 찔렀다.
"아.. 저 이건.."
"못 먹는 감 질러나 보기!"
"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기."
"저 감 아닌데요."
"푸하하하~"
그의 술냄새가 더욱더 가까이 느껴졌다.
그래!
그는 술 취한 사람이었다.
나는 살금살금 뒷걸음을 쳤다.
그리고 전속력을 다해 다음 정거장으로 뛰었다.
오색빛의 네온 사인을 뒤로 내 발자국 소리를 크게 울리며 다음 정거장에 다다랐을 때,
목소리가 들렸다.
"이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