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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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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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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 작가(2)


BY 꿈을 이루다. 2008-10-02

“ㅎㅎㅎ... 저 무서운 애죠? 사실 더한 상상도 해봤는 걸요.”

소정이 발끈해서 타박이라도 줄 거라고 세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옹팡진 잔소리가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네가 문제지. 네 신랑 아무 문제없어. 너만 정신 차리면 되는 거라구...’라고

일침을 가해준다면 잠깐이라도...정말 그럴까? 하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런데 빗나간 세나의 예상. 소정은 뭔가 할 말이 있지만 삼킨 듯, 큰 숨을 한번

들어 마시는 것을 끝으로 cd의 on버튼을 눌렀다.

 

!@!#$##%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한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바람이 부는 날은 바람으로

비오면 비에 젖어 사는 거지

그런 거지 음 아하하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우리네 헛짚는 인생살이

한세상 걱정근심 없이 살면 무슨 재미

그런게 덤이잖소@$#@#$#%%%

 

옛날노래였다. 굵직하고 가창력 있는 김국환의 <타타타>가 흘러나왔다.

 

“얘, 봐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여기 다 들어있다. 이런 노래는 어디서

뚝 떨어졌겠니? 누군가 힘겨워 봤기에 이런 가사도 만들어 낸 거라구.

내가 안타까운 마음에 불쑥 화는 냈지만 너만 그러고 사는 거 아니야.

다 그러고 살어. 옆집 아랫집 모두 그러고 산다구. 너도 이 언니가 울고불고

힘들어 할 때 뭐라고 했니, 언니만 힘든 거 아니라면서. 우린 서로 같은

삶들을 살아가는 거야. 그때마다 품앗이 하듯 서로에게 격려를 해주는 거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 감사해보자. 이렇게 살아가기에 남의 아픔이

남일 같지 않은 거고 작은 행복에 기뻐할 줄 알잖니, 네 한 마디에 달려와 주는

이 언니가 있다는 것도 감사하고...“

 

노래가 끝나기가 무섭게 소정의 말들이 봇물처럼 흘러나왔다.

남자가 여자보다 불쌍한 존재라는 말도 했다.

능력이 있건 없건 살기위해 고민하고 안팎으로 눈치보는 가엾은 존재들이라고...

팔당댐을 지나 한적한 길이 보이자 소정이 차를 세웠다.

저만치 아래로 팔당의 물줄기가 바람결에 밀린듯 물결을 만들었다.

 

‘지이익...지이익...’

벌써 몇 번째 핸드폰이 요동을 쳤는지 모른다.

<남편>이라고 찍힌 발신자 표시를 세나는 계속해서 무시하고 있었다.

받으나마나,

“어디야... 배고파...얼른 와...” 이런 식으로 전날 아니 이른 am에 있었던

일은 상관없이 천연덕스럽게 일상적인 얘기들을 할 거라고...

 

드라마의 주인공들도 온갖 시련을 겪어냈지만

간간히 애틋함이 있었고 감동이 양념처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건만

이년의 팔자는 어째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지궁상 밑바닥을 쓸고 사는 건지,

물먹은 솜마냥 가라앉은 마음이 회복되지 않아 미치겠다.

신데렐라를 돕던 요술할멈이 나타나서 내게 마법의 지팡이를 한번만 휘둘러준다면

나는 어떤 소원을 빌까?

음... 몸매를 예전으로 돌려달라고 할까?

아니지, 한번뿐인 소원으로 빌기에 그건 너무 하찮아.

돈 많은 재벌을 만들어 달라고 할까?

아니야...돈이 있다고 행복해 질 수 있을 거라고 결코 믿을 수 없어.

다시 결혼 전으로 돌려 달라고 할까?

그래... 이 정도는 돼야지.

그렇게 된다면 나를 다시 돌려놓고 행복한 길만 골라 갈 수 있을 거야.

결혼생활 해봤으니까, 충분히 해봤으니까, 남자보는 눈은 터득했을 거야.

부모님 반대하는 남자는 절대 노 땡큐.

술 좋아하는 남자도 절대 사절,

결혼 전까지 나의 순결을 지켜줄수 있는 남자를 만날 거야...

 

소정의 열띤 강연(?)과 연신 떨림을 반복하는 핸드폰 사이에서

세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엉뚱한 상상 속에 빠져있던 자신의 모습에

기가 막힌지 웃음을 터트렸다. 무표정과 심각함을 오가던 표정에서

갑작스레 웃음까지 터트리는 세나의 모습에 소정이 ‘뜨악’한 표정엔

근심과 의문이 공존했다. ‘얘가 갑자기 왜 이래? 실성한 거야?’ 하듯.

 

“언니는 마법이 지팡이가 있다면 무슨 소원을 빌래요?”

 

별거 아니라는 듯 세나가 조금은 편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생뚱맞은 갑작스런 질문에도 소정은 몇 초 생각도 않고 답했다.

 

“응, 결혼 전으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할래...”